왜 효성노조는 '불법'의 멍에를 썼는가?

효성노동조합 3차 파업지도부 윤진용 조직부장

등록 2001.06.13 06:05수정 2001.06.13 11:15
0
원고료로 응원
효성 방사과 옥탑에서 8일째 농성중이던 효성노동조합 최만식 쟁의대책위원장 등이 경찰특공대에 12일 저녁 7시경 연행됐다. 공장 안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사측에 눈엣가시 같았던 최위원장 일행이 공장에서 사라진 것.

5월 25일 파업이후 효성파업은 파업찬반투표라는 총회절차를 거치지 않아 '명백한' 불법이라고 비난받았다. 심지어 '파업 노조원들이 관리직 사원 옷을 벗겨 끌고 다녔다'는 유언비어까지 나돌고 이에 힘을 얻은 경총이 공권력 투입을 거듭 요구, 지난 5일 효성현장에 경찰이 투입되기도 했다.

공장에서 쫓겨나 울산 복산성당에 자리를 잡은 효성노조원들은 윤진원 조직부장과 한종환 조사통계부장을 '3차 파업지도부'로 선출하고 울산 지역 화섬업체, 노동자, 사회단체들의 연대속에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0일, 울산 복산성당에서 윤진용 조직부장을 만났다.

효성노조 파업속보에 보면 '3차 지도부'라고 돼 있다.

"그렇다. 박현정 노조위원장에 이어 최만식 쟁의대책위원장이 현장에서 농성투쟁을 하고 있어 '복산성당 지도부'가 된 것이다.

13년 동안 쟁의가 없었다고 들었다.


"유니온 샵인 노조원이 95년 1500여 명이었다가 지금은 890여 명에 불과하다. 소사장제, 사내하청 등으로 핵심적인 라인을 빼곤 거의 다 비정규직화 됐다. 꾸준한 구조조정을 통해 비록 정규직노동자라 하더라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지경이 됐다. 지난 3년여 동안 전임집행부가 총회를 열어 파업을 결의해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번번히 회사에서 총회자체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그래서 '불법파업'을 하게 됐나?


"파업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사업장이 울산, 안양, 언양 등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총회기간을 일주일로 잡았다. 그러나 회사에서 조직적으로 총회를 방해했다. 언양지부에서는 반장들에게 돈을 쥐어주고 조합원 2백여 명을 외지로 놀러가게 했다. 본사하고 가까운 안양지부는 본사관리직들이 투표장을 에워싸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본조가 있는 울산에서는 총회기간에 각 라인의 문을 용접하기까지 했다. 투표를 한 반장급들을 불러 관리자들이 혼내기도 했다.(효성 인력관리팀 관계자는 12일 "(총회시기에) 휴가를 주고, 각 반별로 쉬도록 한 것은 사실이다"고 시인했다. 다만, "총회를 방해하기 위해서 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투표자체를 방해하고, 투표를 감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파업찬반투표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불법' 멍에를 쓸 정도로 절박했는가?

"13년 동안 회사의 구조조정에 속수무책이었다. 또 전환배치, 소사장제 등을 통해 대부분의 라인이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채워졌다. 정규직과 똑같은 노동을 하면서도 푸대접받는 그들을 보면서 위기의식을 느꼈다. 또 노조에서 싸우지 않으면 노조원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처지도 더욱 나빠진다는 것을 알았다. 비록 비정규직까지 조직대상으로 하는 규약개정안이 부결됐지만,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요구도 구체적으로 내걸게 됐다. 더 이상 무기력하게 손놓고 바라볼 수 없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비록 지난 정기대의원 대회에서 비정규직까지 조직대상으로 하는 규약 개정안이 부결됐지만, 노조집행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동일한 이해관계가 있다고 끊임없이 교육하고 조직할 것이다. 이번 파업을 계기로 더욱 더 촉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총회 찬반투표 이전에 노사간 쟁점은?

"연신과의 부서전환배치 문제가 올 초에 불거졌다. 노조는 이 문제가 중요한 사안이라고 보고 이를 막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또 이 와중에 회사가 일방적으로 조·반장급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단협에 노조와 협의하게 돼 있으니 교육 하루 전날 노조에 공문을 보내곤 했다. 교육일정, 내용 등에 대해 협의하자고 요구했으나 막무가내로 실시됐다.

5월 6일 새벽 교육과 연신과 전환배치 문제를 막는 과정에서 박현정 노조위원장, 김필호 수석부위원장, 김충열 부위원장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돼 경찰이 회사안까지 들어와 이들을 연행했다. 쟁의발생 결의를 하기도 전에 조합간부가 구속된 것이다."

'노조원들이 관리직 사원 옷을 벗겨 끌고 다녔다'는 말이 나도는 데….

"아마 용역깡패 이야기인 것 같다. 일당 몇만원 받기 위해 온 용역깡패하고 절박한 노동자들하고 싸움이 붙었다. 처음엔 노동자들이 밀렸지만 결국 깡패들이 공장 안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또 용역깡패들이 단 하루 출동한 것도 아니고 며칠동안 있었다. 5월 15일 용역깡패가 출몰했다. 몇차례 충돌 후 회사에서 17일 용역을 철수시키기로 노조와 합의했으나 28일까지 용역깡패가 주둔했다.(효성 인력운영팀 관계자는 "노조에서 불법파업을 해 힘으로 탈환하기 위해 용역을 불렀다"고 밝혔다.)

'불법'의 멍에를 피할 방법은 없었는가?

"우리도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총회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쟁의발생 결의(5월12일)를 하기도 전에 위원장 등 지도부 3명을 연행, 구속된 것을 봐도 어떤 절차를 거쳤어도 결국 불법이 됐을 것이다. 경찰은 용역깡패와 회사의 만행을 알면서도 그냥 방치하지 않았는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2. 2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3. 3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4. 4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5. 5 6개 읍면 관통 345kV 송전선로, 근데 주민들은 모른다 6개 읍면 관통 345kV 송전선로, 근데 주민들은 모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