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우리의 국회는?

2대국회, 원구성 6일만에 전쟁 발발, 전국 옮기며 피난국회

등록 2001.06.22 21:30수정 2001.06.25 10:03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1950년 5월 30일 실시됐던 제2대 국회 총선거는 군정이 아닌 우리 정부에 의해 실시된 선거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더욱이 제헌국회의원 선거 당시 불참했던 일부 민족진영과 무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여해, 210명의 의원들을 뽑는 선거에 2,209명이나 입후보했다.

이 결과 무소속 126명, 대한국민당 24명, 민주국민당 24명, 국민회 14명, 대한청년당 10명 등 반이승만 세력이 대거 국회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총선 20일만인 6월 19일 열린, 2대 국회 최초의 집회에선 국회의장에 신익희 의원, 부의장에 장택상·조봉암 의원이 선출된다. 지난 5월 5일, 45주기 추모식을 맞은 신익희 의장은 당시 '못살겠다'는 구호로 폭발적인 국민 지지를 받았지만 56년 대통령 선거 유세시 열차안에서 뇌일혈로 서거했고, 조부의장은 후에 진보당을 창당했다 59년 사형을 당하게 된다.

반면, 초대 수도경찰청청장을 지내며 좌익세력 축출에 앞장섰던 장부의장은 이후 국무총리와 반공투쟁위원장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한 삶을 살았지만, 사후 현재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김영삼 전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도 장택상 총리의 비서관으로 정치계에 입문했다는 점에서 현대 정치사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어쨌든 최근 발간된 국회보 6월호에 김종해 자료조사관이 소개한 2대 국회의 모습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에 따르면 2대 국회는 원구성 6일만에 한국전쟁이라는 포연에 휩싸이게 되고, 이후 53년 7월 27일 휴전이 될 때까지 의원들은 대전, 대구, 부산 등지의 임시의사당에서 피난국회를 운영하며 전시에 필요한 입법활동과 의정활동을 펼치게 됐다는 것.

그러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의원들을 잃게 된다. 50년 전쟁 발발 직후 원활하지 못했던 통신상황과 인도교 폭파 등의 이유로 148명의 의원만 남하하고 62명의 의원은 서울에 남게 되는데 이중 3명은 피살되고 27명이 납치 또는 행방불명됐다고 국회보 6월호는 전한다.

전시국회였던 제8회 임시국회는 대전에서 100여명에 달하는 의원들의 등록을 받고 50년 7월 27일 대국문화극장에서 집회를 시작하여 9월 1일 부산 문화극장, 28일 중앙청 등 약 3개월간 3개 도시 4개 장소에서 활동을 벌였다.


일부 의원들은 군복차림에 권총을 차고 다닐 정도로 긴박한 상황에서 열렸던 2대 국회는 "전시 비상 구호대로 '말 많이 말고 일 많이 하도록' 의원동지 여러분 노력합시다. 국가의 흥망과 민족의 사활이 결정되는 이순간 우리의 주인인 우리 국민 전체의 부탁이 헛되지 않도록, 또 그들의 기대가 틀리지 않도록 서로 면려하고 노력합시다"(50년 7월 대국 임시국회 개회식)는 신의장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듯 상당한 신뢰를 받았다고 국회보는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2대 국회는 또한 '발췌개헌'이라는 오점을 남기기도 한다. 50년 총선 결과 재선이 어려워진 이승만 대통령이 52년 임시 수도 부산에서 독재정권의 기반을 굳히기 위해 대통령직선제 정부안과 내각책임제 국회안을 발췌·혼합한 '발췌개헌안'을 강제로 통과시킨 것.


당시 정부는 폭력 단체를 동원, 관제 데모를 일으켜 의원들을 협박하는 등 압력을 가했고, 결국 경찰과 군인이 포위한 가운데 기립투표방식으로 이뤄져 장기집권으로의 기반을 굳혔다. 훗날 '부산정치파동'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의 중심 인물에 앞에서 말한 장택상 부의장이포함돼 있다.

개원하자마자 한국전쟁이라는 격변을 만나면서 가까스로 유지돼온 2대 국회의 운명은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로 얼룩진 암울한 그것이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2. 2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3. 3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4. 4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5. 5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