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유치가 만병통치약인가

등록 2001.07.07 10:29수정 2001.07.0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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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이다. 여수 아니 예전의 여천지역에 박정희대통령시절 그 막강한 권세를 가지고 국가의 주요산업정책의 일환으로 세워진 것이 '여천석유화학단지' 다. 국가공단이란 미명아래 굴뚝산업의 대표주자이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찬사와 공단이 세워진 지역 역시 지역경제의 활성화로 도시경쟁력이 강화된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미래에 우리에게 무엇이 될지도 모르고 감사한 마음으로 공장을 품안에 안고 살아왔다.

'여천공단' 혹은 '여수산단'이라고 부르지만 이름조차도 미화되는게 싫어 지역민들은 여천공단으로 일반적으로 부르고있다. 현재 여수시는 오래전 한이름으로 살아왔던 여천시, 여천군, 여수시가 통합되어(삼려통합이라고 부름) 이제 3년이 되고있다. 여수라는 지명은 아름다울 '여'와 물 '수'에서 나타나듯이 아름답고 깨끗한 물이 있는 지역이었다.

여천공단이 들어서기 전 까지만해도 여수는 3면이 바다인 우리국토를 닮아 바다에서 나오는 온갖 해산물과 어업을 통해 인근의 순천역만 지나면 쥐치(일명,쥐포)냄새가 날 정도로 바다와 수산업을 근간으로 검은모래로 유명한 해수욕장, 해상국립공원인 오동도, 돌산의 절벽위에 세워진 향일암이란 사찰이 있어 불교인들이 많이 찾아 그 주변의 일출까지도 전국적으로 알려져 수산업과 관광업이 우리지역의 경제를 받치고 있었다.

그 시절만해도 한때는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경제적인 여유와 살맛나는 도시로의 열린 가능성이 많은 남단의 항구도시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공단이 하나씩 생기면서 매캐한 냄새가 나고 여수인근의 바다에서 나오는 고막, 새조개 등의 해산물이 사라졌고 지역민과 공단의 사업주와 정부에 대한 마찰이 시작되었다.

이런 공단과 지역의 마찰 속에서도 화학공단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임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이름만 들어도 익히 아는 엘지정유, 한양화학, 남해화학, 금호그룹, 제일모직, 엘지화학, 대림그룹 등의 대기업이 누가 먼저인지도 모르게 들어왔고 신규공장준공과 증설을 밥먹듯이 해대었다.

이러면서 30년이란 세월이 흘러 지금은 중소기업까지 100여개의 공장이 들어와 여천공단의 야경을 보기위해 오동도를 관광하던 관광객의 발걸음을 돌리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우리국민 모두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96년 7월 시프린스라는 여천공단으로 기름을 운반하던 대형 유조선이 여수 앞바다에서 침몰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기름유출사건이 터져 멀리 부산 앞바다까지 오염되는 대형 해양오염사고가 있었다. 이를 기점으로 여수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연대하여 여천공단의 위해성을 더 이상 방치할수없다는 인식을 갖고 환경연합 등의 환경단체가 조직되었고 그때부터 지역민의 독자적인 여천공단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지역민을 더욱 경악하게 한 것은 환경부가 의뢰하여 "KIST"라는 국가연구기관이 밝힌 여천공단 주변지역에 대한 용역결과였다. 그 핵심은 주변지역은 사람이 살수없을만큼 환경오염이 진행되어 주민이주가 불가피하다는 것이였고 공단지역을 대기오염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해야한다는 요지였다.

이 뉴스 역시 전국의 언론이 앞다퉈 다뤄서 모든국민이 기억하는 내용일것이다. 이 발표이후에 여수지역의 시민단체와 지역민들은 여천공단에 대한 실체를 분명히 인식하였고 공해로부터 더 이상의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는 환경오염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나오기전부터 시작된 수자원공사의 여천공단 확장에 따른 부지조성의 명목으로 공단 인근의 바다가 매립되고 있었고 그곳에 많은 기업들이 확장과 신규증설을 위한 계획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환경문제와 건설의 함수관계를 짚고 넘어가야한다. 건설은 항상 크고 작은 환경문제가 뒤따르는 사업인데 환경에 대한 정부와 연구기관의 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들어간 사업이기에 무조건적인 강행을 한다는것은 자본에 끌려가는 비참한 정책의 실패이다.

그럼에도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당시의 외자유치 약속을 지키기위해 33만 여수시민의 의견수렴도 없이 일방적인 외자유치의 명분으로 다국적기업인 바스프회사의 입주를 강행하려 하고있다. 특히 바스프사의 공장은 포스겐가스라는 유태인 학살에 사용한 치명적인 화학가스가 원료로 사용되는 위험한 기업이다.

더구나 바스프사의 논리처럼 안전성이 담보된다하더라도 화학산업은 장치산업이고 주변의 모든공장이 파이프로 연결되어있어 타 공장의 안전이 함께 보장되지 않으면 전체공장이 위험에 노출되기 떄문에 더욱 위험한 구조로 되어있다. 따라서 더 이상의 공장입주는 여수시민의 안전만이 아니라 광양만권 전체의 주민들이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공장확장이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기존공장의 안전과 환경오염을 관리할것인지가 정부와 자치단체 그리고 해당기업의 주요한 관심사이고 정책의 기조가 되어야한다.

또한 외국인 투자지역으로 허가할 경우에 천억이상의 국민세금이 지원돼야 하는데 위험한공장이자 지역민의 다수가 반대하는 공장을 위해서 국민세금을 지원한다는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모순투성이의 산업정책이자 국민을 무시하는 반민주, 반자치적인 결정일뿐이다.이런 지극히 일반적인 주민의 정서와 판단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현 정부는 국민의 정부라는 수식어를 이제는 정부 스스로 떼어내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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