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전진> 수련회 녹취록 공개2

크로스보팅 파워 - 진흙탕 속에서 샘물을 퍼올려라!

등록 2001.07.16 14:33수정 2001.07.1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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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전진' 포럼의 행보가 눈에 띄게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미 3차의 포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포럼은 이달 초 경기도 양평에서 1박 2일간 수련회를 갖고 향후 나아가야 할 역할과 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엔 민주당 김원기 김근태 정대철 김덕규 이미경 의원과 한나라당 이부영 김부겸 서상섭 김원웅 의원, 김상현 전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과 각계 인사들이 70여명 참석해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언론사 세무조사와 남북관계 사안에 대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시점에서 열린 이 날의 토론자리는 단순한 '포럼'을 넘어 향후 정국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5시간 넘도록 밤늦게까지 뜨겁게 진행된 토론 내용 녹취록을 입수, 그 중요 내용을 공개한다. 당일 사정으로 일부 참석자들의 발언은 녹취록에서 생략됐음을 미리 밝혀둔다.


정치와 정당이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심적으로 논의가 됐던 것은 '정치개혁'과 '포럼'의 향후 역할에 대한 것들이었다. 다음은 이에 대한 정치인들의 발언들이다.

김상현 전의원

우리 정당에서 여러 가지 모순이 있습니다만, 가장 큰 문제는 정당의 민주화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내년 대선에는 어느 정당이든 정말 국민 정당으로, 민주정당으로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당이 집권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 간단한 방법으로 당원 투표를 통해서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김원기 최고위원

요즘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내가 앉아 있는 집이 번지수가 어떤 번지수인가 참 잘 모르는 심정을 갖는 것은 비단 모든 정치인들이 그런 갈등을 다들 느낄 것입니다. 화해와 전진 포럼이 만들어지게 된 큰 원인의 하나도 그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호웅 의원

아무쪼록 큰 변화를 국민들도 바라고, 정치권에 참여하고 있는 저희들 본인들도 원하고 그렇지만 스스로 넘어서지 못하고 벗어던지는 못하는 이 답답한 현실을 깨고 좀 나아갈 수 있는 그런 분수령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도 몸을 던져서 함께 하고픈 생각입니다.

김원웅 의원

저는 사실 우리나라에 정당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법률적 형식 요건만 갖췄지, 사실은 장외잖아요. 선거는 걸러내는 것이죠. 걸러내는 작용을 지금 아무 것도 안하고 있습니다. 당론이 어떻게 결정이 됩니까? 총재의 사적 이익을, 총재의 개인적 야망이 당론으로 포장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당론에 대해서는 저는 근본적으로 승복하지 않겠다 하는 기본적인 자세를 갖고 지금 정치에 임하고 있습니다.

서상섭 의원

많은 과정 속에서 운동권 선후배들이 국회 진출도 했고, 지금 보니깐 감옥 갔다 온 사람만 여야 통틀어서 한 40명됩니다. 그리고 자칭 타칭 운동권은 50∼70명됩니다. 그럼에도 제대로 못 뛰는 것은 그것은 그동안 양쪽에서 꽃놀이 패감으로 쓰였기 때문이라고 자성을 해봅니다. 사실,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할 부분은 주체적 역량을 모을 수 있는 힘이 과연 있는 거냐,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이 명확치 않다는 것입니다. 뭘 하자고 하기는 쉽지만, 그 뭘 하는데, 목숨까지 던질 사람이 몇 명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어떻든 치사하게 달지만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의화 의원

이 나라 정치를 끌고 나가는 지도 그룹이 제가 보니깐 뇌수술이 좀 필요한 것 같네요. 화해하는 체만 하지 진정한 화해는 없더라하는 것을 느끼구요. 전진, 제가 봤을 때는 바람직한 발전, 또는 바람직한 변화 같은데 그것도 분명히 이 시대쯤에는 있어야 하는데.

김덕규 의원

적어도 화해와 전진, 이 포럼에 참여하시는 바로 여러분들과 함께라면 멱살 잡고 삿대질하는 그 모습만은 없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자리에서 화해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합니다. 그래서 적어도 국회가 이제만은 웃음이 그윽이 감도는 그런 국회, 원만하게 참 즐겁게 뭔가 생산적으로 하는구나, 이런 소리를 듣는 국회가 되도록 많은 지도를 부탁드립니다.

김근태 최고위원

민주주의의 회색빛, 또 좌절감 속에서도 그래도 조금씩은 나아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가슴속에는 큰 좌절감과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민들은 답답해하고, 특히 민주화 운동을 함께 했다고 생각하는 YS와 DJ가 연속적으로 기대만큼 하지 못함에 따라서 냉소와 때로는 적개심도 보이고 있는 것이 오늘의 상황인 것 같습니다.

박석무 전의원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 무소속을 당선시킬 수 있는, 다시 말하면 공천 안 받고 될 수 있다는 논리가 국민들 사이에 퍼지지 않고는 당명을 따르지 않을 수 없고, 공천 받기 위해서 노릇 못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극적인 변태성

<화해와 전진>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 인사들도 저마다의 조언과 견해를 아끼지 않았다.

서중석 교수

비정상적인 거, 가장 극적인 변태성을 보이는 게 우리 정치풍토입니다. 도대체 아무개 당의 중앙정보부 옛날 때려잡던 핵심요원에서부터 어떻게 보면 민주당 핵심요원에 이르기까지 다 한 당에 있다, 세상에 이런 놈의 당이 어디 있냐 이겁니다. 이런 현상에 일정하게 관통돼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근현대사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가치관의 부재·표류·혼란 현상이다.

젊고 박력있는 그런 것이 우리 사회에 와야 한다. 어떻게 보면 2천년 문화가 개선되야 한다, 이제는 과거에만 연연하지 말고 미래로 확 달려갈 수 있는 비전과 용기 이런 것이 우리 사화에 활기차게 불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왜 좋은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갔는데 왜 단합을 할 줄 모르는지 모르겠다고, 왜 서로간에 그렇게 사이가 나쁜지 모르겠다고 그런 얘기를 많이 합니다.

함세웅 신부

특별히 저희들이 희망을 걸고 있는 국회의원들 여러분들께서 이런 실천을 앞장 서주시고, 저희들은 후방에서 정치인들을 도와드리는 튼튼한 후방을 만드는 일을 해야겠구나 하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임재경 창작과 비평사 이사

그동안 정치가 잘못된 것은 너무 친밀권에 매달려서 그런 겁니다. 그런데 화해와 전진이 이것을 한번 졸업을 해보자는 거죠. 근데 이런 것이 개인의 힘으로는 안됩니다.

구중서 수원대 교수(민예총 이사장)

화해와 전진 포럼에서도 우선 모범적으로 어떻게 실천을 보이느냐, 우선 크로스보팅 같은 행동을 보여줘야 이것이 한국 정치 문화 속에서 큰 파장을 보이면서 기적과 같은 힘으로 번져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김민환 고려대 교수

서 교수님께서 이 방에도 안기부 간부를 한 사람하고 민주 투사를 한 사람하고 같이 당을 하고 또 다른 당도 그렇고, 이런 놈의 당이 어디에 있느냐 하고 이런 말을 할 때 많은 분들이 웃으셨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 이야기는 여기에 앉아 계시는 우리가 희망을 걸고 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웃음이기도 하다는 그런 대단히 외람된 말씀도 드리고자 합니다.

김태진 동아투위 위원장

공천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그것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화운동을 같이 하고 뜻을 같이했던 사람들도 국회에 가서 하나도 다를 게 없다하는 것도 거기에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진홍 목사

배타주의, 명분주의, 정치적 감상주의, 편협주의, 지연·학연 등 이 다섯 가지가 수정되고 배제돼야 하는데 이것은 김영삼 정권, 김대중 중권 그 다음에 오는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여기에 앉아 계신 정치, 문화, 사회, 여성 지도자 여러분들이 힘을 합해 조금 더 시간을 단축시키려고 노력해야 좀 더 빨리 잘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성헌 DMZ 평화생명마을대표

저는 여러분들이 특히 현역정치인들이 중심이 돼서, 참으로 힘든데, 현실적인 시도를 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당을 만드십시오. 그래서 거기서 국민과 함께 경선을 하든, 예비선거를 하든지 그러면 제가 보기엔 집권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여러분들이 단합하면 그 기적을 성취해 낼 수 있는 7부능선까지는 분명히 갑니다. 여러분들은 정치현장에서 쪼아올리셔야 되고, 저희들은 바깥에서 쪼아내려야 되고, 이렇게 하면 가능성이 높아져요.

인천대 김선형 교수

화해와 전진 포럼은 당위성도 있고 긍정적 효과도 예상됩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실현가능성입니다. 여야의 옳은 생각을 갖고 있는 정치인 사십 명 이상을 규합한 모임이라고 하면 이거는 주목받기에 충분합니다. 어떻게 보면 많은 숫자입니다. 전혀 부족하지가 않습니다. 여기에 각계의 훌륭한 분들이 사오십 명 규모로 참여했다면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문제는 이것을 결속하는 겁니다. 이 분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것입니다. 사명의식을 불어넣는 거예요. 일체감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강원룡 목사

길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우리 종교인들이 떠들어봐야 그거 가지고 되는 게 아니고 역시 정치하는 사람들이 국회 안에서 민족과 국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크로스보팅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이 문제를 여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로스보팅 파워를 가져서 이 민족의 국가 문제를 정당정략 때문에 희생시키지 않도록 해야 된다, 그겁니다. 이것이 진흙탕 속에 샘터를 파는 일을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여기에 아마 희생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쫓겨나면 어떻습니까? 쫓겨날 각오로 좀 해라, 하는 얘깁니다.

희망의 작은 씨앗

토론회의 사회를 맡았던 유시춘 씨는 "자기 희생을 통해 더 큰 일을 이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오늘의 자리가 앞으로 2년동안 우리 민족사의 운명을 바꿔주는 그런 모임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자리를 정리했다.

그러나, 강 목사의 기대처럼 '진흙탕 속에서 샘물을 파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그리고 결의문에서 밝힌 대로 '희망의 작은 씨앗을 틔울 수 있을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에 대해 포럼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참여하고 있는 분들의 기저에 깔린 인식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을 대표할 수 있는 분들의 결단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 분들이 나서지 않고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화해하면서 전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창립대회를 기점으로 지난 수련회까지 꾸준하게 활동을 진행시켜온 <화해와 전진>포럼이 갖는 또다른 차별성은 원내 다른 정치개혁모임과는 또다른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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