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없는 '스팸 메일' 어떻게 처리하십니까

지워도 지워도 계속 보내오는 스팸 메일 규제 시급

등록 2001.07.23 15:12수정 2001.07.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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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 Hi ! How are you?' 바이러스 메일로 수많은 네티즌들이 무더운 날씨에 '왕짜증'을 내야했다. 보내는 사람 이름과 첨부파일을 바꿔가면서 도착되는 이 메일의 정체가 과연 무얼까하면서 궁금증은 더해 갔다.

필자도 똑같은 메일을 지난 19일부터 받았다. 그런데 이 메일 발신자 주소 중 필자가 지난 20일 비밀리 개설한 메일 주소와 일치하는 것도 등장, 숨겨진 정보가 새나가는 인상을 받아 필자는 메일 해커의 짓이 아닌가하고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였다.

결국 바이러스 메일로 밝혀졌지만 이 바이러스는 지난 17일 미국에서 처음 발견됐고 국내에는 이틀 뒤인 19일 확산됐는데 20일 뒤늦게 이 사실을 발표한 정보통신부 등을 원망했다.

편지를 열어 볼때 조금은 설레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과거 종이 편지와는 달리 전자 메일이 보편화되고 있는 요즘 쓸데없는 스팸(Spam) 메일은 '폭탄메일'로 불릴 정도로 인터넷 사용자들의 최고 골치거리다.

필자는 하루 평균 10통에 달하는 스팸 메일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스팸 메일을 받을 때마다 '수신거부'를 함께 클릭하는 것도 귀찮은 일이다. 그러나 이것도 소용없다. 스패머(스팸 메일을 보내는 사람)가 자신의 메일 주소를 수시로 바꿔 메일을 뿌리기 때문이다.

스팸 메일에 지친 나머지 아예 메일 확인조차 하기 싫어졌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메일을 놓칠까 염려스러워 선별해서 열어보기로 했다. 물론 전혀 모르는 발신자 메일은 아예 열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 메일 제목에 '답장입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보낸 메일이 스팸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음란 CD를 사라'는 내용의 스팸이었다.


필자같이 인터넷 뉴스 사이트 등에 메일 주소가 공식적으로 표시되는 경우 스패머들의 타켓이 되기도 한다. 또한 가입자가 메일 공개를 원하는 '천리안' 메일 등은 스팸 메일로 이용하라고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스패머들은 이처럼 가입자 주소를 하나하나 모으거나 메일 배포 목록을 만드는 회사로부터 목록을 구입한후 스팸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 특히 불특정 메일 주소를 자동으로 모아 일괄적으로 전송하는 스팸 전용 프로그램을 이용, 무한정 스팸 공세를 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일장인단이 있기 마련이다. 필자의 경우 <오마이뉴스> 기사에 기재된 개인 메일 주소로 특종거리를 제보해 오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

지난 5월 7일 필자는 낯선 메일을 하나 받았다. "원각사가 붕괴되고 있다"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메일 내용에 적힌 연락처대로 곧바로 연락을 해보니 탑골공원 원각사 보리스님이 보낸 메일이었다.

그리고 필자는 이 내용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 '탑골공원 성역화 졸속, 원각사지 석탑 붕괴 위기'란 제목으로 기사를 올렸다. 타중앙일간지와 방송사 등에서 보도하기전 단독으로 게재한 특종기사였다. 그러나 이 기사는 보충취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았다. H일보와 방송사 등은 이보다 훨씬 뒤인 5월 12일 전후로 이 기사를 현장사진과 함께 사회면 머릿기사로 다루었다.

필자는 스팸 때문에 오마이뉴스측에 메일 주소를 지워 달라고 요구하려다가 이같은 기사제보 메일을 놓칠 수 없어 그대로 두기로 했다. 또 필자와 전화연락이 안되는 경우 오마이뉴스에 나오는 메일을 보고 소식을 전해오기도 한다.

따라서 필자는 어떤 메일이 스팸이고 꼭 필요한 메일인지 열어보지 않고는 구분되지 않는 만큼 100통의 스팸 메일 중 단 한건의 요긴한 메일을 위해 모든 메일을 열어보는데 이제는 짜증을 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스팸 메일에 대한 방지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원래 스팸은 1920년대부터 미국인들의 식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돼지고기 통조림 햄 이름을 뜻했다. 이 스팸 햄을 만드는 미국의 'Hormel Foods사'에서 E-메일로 엄청난 물량의 광고물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세한데서 나온 말이다.

최근 스팸 메일이 기승을 부리면서 이같은 메일을 상습적으로 보내는 사람이나 업체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스팸 메일은 '상한 스팸 통조림'같이 취급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마땅한 법규가 명시돼 있지 않아 스팸 메일은 여전히 제멋대로 법망을 빠져나가 활개를 치고 있다.

현행법으로는 전기통신법 제53조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16조(불온통신), 통신사업법 제53조3항에 의거해서 스패머들을 처벌할 수 밖에 없다. 또 '수억원을 버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등의 내용으로 보내는 인터넷 피라미드와 관련한 스팸은 기존의 사기죄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소비자보호형법' 등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스패머에 대한 처벌은 전무한 상태다.

미국에서는 벌써부터 스팸 메일에 대한 규제책 마련을 구체화하고 있다. 미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는 지난 3월 스팸 메일을 규제하기 위해 헤더 윌슨 의원이 제안한 관련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규제 법안은 업자들이 마구잡이식으로 보내는 스팸 메일을 규제하기 위해 발신자에게 회신용 E-메일 주소 명기를 의무화, 수신자가 E-메일 수신 거부 명단에 올리면 추후에 같은 발신자가 보내는 E-메일을 거부할 있는 길을 열어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보다 주먹이 무섭듯이' 시시때때로 공략해오는 스팸 메일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나온 스팸 메일 예방책은 스팸으로 받은 특정 메일의 수신을 거부하거나 꼭 필요한 메일만 별도로 저장, 스팸과 인연을 아예 끊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훌륭한 스팸 방지 프로그램이나 처벌 법안이 나오더라도 이를 무색케하는 방법으로 스펨 메일의 공격은 계속 될 것이고 네티즌들은 스팸에 시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량으로 생산된 상품을 대량으로 팔기 위한 대량 광고가 필수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광고료를 안들이는 방법으로 스팸 메일이 널리 이용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인터넷 이용으로 문명의 이기를 편리할대로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는 현대인들이 스팸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자위하면서 스팸을 지우면서 생기는 짜증도 함께 지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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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는 체 게바라의 금언처럼 삶의 현장 속 다양한 팩트가 인간의 이상과 공동선(共同善)으로 승화되는 나의 뉴스(OH M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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