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미문화원, 철거와 보존 논란재발

부산시 '역사관' 설립 착공... 중구주민 '경제성' 이유 반발

등록 2001.07.24 22:45수정 2001.07.2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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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지난 23일 부산시 중구 대청동 옛 미문화원(아메리칸센터)의 '역사관' 전환과 관련한 공사를 시작하자 중구 주민들이 미문화원을 점거하고 공사장비와 집기를 들어내며 반발해 부산시와 중구 주민들간의 해묵은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또한 중구 주민들이 부산시가 미문화원을 철거할 때까지 '총력투쟁'을 벌이며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부산시의 미문화원 '역사관' 전환 계획은 당분간 실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산 미문화원은 지난 99년 4월 미국으로부터 반환 받은 이래 그 보존 여부를 두고 오랫동안 부산시와 중구 주민들간의 갈등이 증폭되었던 곳이다.

미문화원 - 역사의 상징인가 치욕인가

부산 미문화원은 일제 강점기이던 지난 1920년대에 세워진 건축물이다. 당시 일제는 이곳을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으로 사용했다. 일제가 패망한 직후에는 미군이 이곳을 점령, 미군 숙소로 일시 사용하다 미문화원(아메리칸센터)으로 용도가 전환됐다.

지난 82년 미국을 '광주학살'의 배후조종으로 지목한 학생들에 의해 불타기도 했던 이곳은 이후 99년 한미간의 협정에 따라 한국 정부에 되돌려졌다.

부산시는 미문화원 반환 뒤 2년이 넘도록 활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다 지난 3월 이곳을 부산의 개항과 일제 강점기, 부산의 현대사 등을 보여줄 수 있는 '부산근대역사관'으로 전환할 것을 결정했다.


당시 부산시는 미문화원이 "일제시대인 1920년대에 세워진 건물로서 그 시대의 건축문화를 연구할 수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며, 일제시대에는 동양척식회사의 부산지점으로, 해방 후엔 미군 숙소로, 이후 50년간 미문화원으로 사용돼 우리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므로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또 지난 5월 미문화원을 부산시지정 문화재 49호로 정하는 등 미문화원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계획을 본격적으로 실행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중구주민들이 부산시의 이러한 결정을 두고 "중구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부산시의 '역사관' 추진 계획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중구 주민들은 미문화원이 반환됐던 지난 99년부터 '옛 아메리칸센터 활용 중구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위원장 박창진)'를 설립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부산시에 끊임없이 미문화원을 '철거'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중구 주민들이 이처럼 반발하고 나선 이유는 우선 건물이 오래돼 안전하지 못하다는 점과 미문화원 건물이 '외세침략'의 상징적 건축물로서 철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추진위의 박창진 위원장은 "미문화원 건물은 이미 70년이 넘는 오래된 건물이며, 특히 지난 82년 방화사건 이후 200여평을 불법 증축해 건물의 안전성에 의심이 간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또 "미문화원은 역사성이 있는 건물이라기보다 외세의 침략을 상징하는 치욕적인 건물일 뿐"이라며 "그 동안 미문화원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중구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더 큰 이유는 미문화원의 영향으로 인해 그 동안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던 중구 대청동 주변 상권이 미문화원의 철거로 인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미문화원 앞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홍모 씨는 "중구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그 동안 미문화원으로 인해 이곳 상권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30년 동안 대청동에서 기독교 관련 서적을 파는 책방을 운영해 온 한 주민도 "지난 20년간 미문화원으로 인해 장사에 지장이 많았다"며 "전경들이 줄지어 서 있는 이곳에 누가 책을 사러 올 수 있었겠느냐"고 말하며 부산시의 결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현재 중구 주민들은 미문화원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복합상가건물 등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건물을 지어 그 동안의 피해를 보상받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시는 이미 결정한 '역사관' 건립을 그대로 추진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추진위 역시 "중구 주민들은 어떠한 실력 행사를 통해서라도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혀 부산 미문화원의 '역사관' 전환 문제는 앞으로도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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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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