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과학'의 악령이 당신을 노린다

<서평>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등록 2001.08.16 15:20수정 2001.08.2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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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X-파일'의 내용들은 과연 과학일까 아닐까?

현재의 과학적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각종 초자연적인 현상과 외계인의 흔적을 추적하는 멀더와 스컬리. 한 사람은 초자연적 현상과 외계인의 실체를 믿고 있으며 또 한 사람은 철저하게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사실만을 인정한다.


음모이론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이 드라마의 설정들이 얼마든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어쩌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그 사실들을 믿고 싶을지도 모른다.

현대 과학의 수준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일들. 과학의 한계 저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 그리고 이 현상들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뒷받침하는 각종 이론들과 가설들. 과연 이것들을 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지은이 칼 세이건이라면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칼 세이건이 한 택시 운전기사와 나눈 대화가 등장한다. 자신의 승객이 유명한 과학자 칼 세이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운전기사는 그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여러 가지 사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 운전기사는 꽤 많은 책을 통해서 UFO와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 그리고 초자연적인 현상들에 대한 지식을 얻어왔던 것. 하지만 운전기사가 던진 질문에 대한 칼 세이건의 대답은 한결같이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칼 세이건에게 그의 질문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가설과 무책임한 이론, 추측 그 이상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들은 전혀 검증되지도 않았으며 검증될 수도 없거니와 전혀 공격과 검증이 가능하지 않도록 정밀하게 짜여진 이야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꽤 두꺼운 분량의 이 책에는 이렇게 잘 못 알려진 과학적 지식 혹은 과학을 표방했지만 절대 과학이라고 말할 수 없는 반과학적 사실들에 대해 철저하게 해부하고 비판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콜레라에 걸린 사람들을 위해 적절한 치료약을 쓰기보다 주술적 힘을 빌어 해결하려는 사람들, 사이비 종교의 절대적 힘을 신봉해 빠져드는 사람들, 정신 분열증 환자에게 검증된 약물로 치료하기보다 대화를 통해 치료하려드는 사람들.


지은이는 이런식의 반과학이 득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잘못된 과학교육과 과학자들의 무책임, 그리고 대중매체의 선정적인 상업주의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중화를 부르짖으며 눈높이를 낮췄다고는 하지만 천박한 호기심만 부추겼을 뿐 정작 과학의 기본이 되는 비판적 정신과 가설의 검증과 반증 등의 과정은 철저하게 무시되어 왔다는 것이다.

현대과학의 밑바탕을 이룩한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국가의 큰 일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초감각적 지각능력을 지닌 이른바 심령사들에게 자문을 구할만큼 반과학의 힘은 곳곳에 만연되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크고 작은 과학적 프로젝트에 관여하면서 선구적 역할을 해왔으며 퓰리처상을 수상한 경력에 걸맞게 쉽지만 중요한 문제들을 뛰어난 문장력으로 담아낸다. 그의 소설 「콘택트」는 영화화되어 국내에도 상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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