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여성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여성주의 문학도들이 서울중심, 남성중심, 제도권 중심의 문학지형도를 바꾸려는 목적으로 만든 문화동인인 경남의 페미니즘 동인지 <살류쥬>(인물과 사상사 발간)가 지난 2월 3집에 이어 6개월만에 4집을 선보였다.
지역을 초월한 전국적 문예지로 거듭나기 시작한 계간지 살류쥬는 지난 3호에서 보다 더욱 짜임새있는 구성으로 보다 폭 넓은 내용의 글이 많이 늘어난 듯하다.
물론 ‘기획의 글’과 ‘생생 보고서’는 주부가 집을 나가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사회적 조건들을 따져보는 한편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장정임 편집주간은 ‘주부가출을 권하는 사회’에서 “남편들이 집안에서는 대접받고 싶으면서도 은근히 일하는 여성을 바라기에 여성들이 밖으로 나가게” 되지만,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서비스업이나 매춘으로 몰리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다.
이처럼 여성들이 집안일과 아이, 시부모에 대한 도리와 함께 3중고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주부 가출과 매춘을 없애려면 일자리를 만들고 남성매춘을 뿌리뽑는 한편 여자도 정붙이고 살만한 가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생보고서’는 취업이나 공부를 위해 집밖으로 나간 경험들을 주로 풀어놓고 있다. 이 가운데 군청 소재지의 한 여성이 쓴 ‘농촌 주부들 집 나가는 이유’에 눈길이 끌린다.
“맞벌이를 하면서도 집안일은 여자가 도맡아 해야 하고 남자를 하늘같이 섬기라고 강요하는 남편과 시부모 때문에 가출, 이혼하는 여자가 늘어났고 덕분에 노인들은 죽을 때까지 손주들 키워야 하는 신세가 돼 버렸다”는 것이다.
이밖에 ‘살류쥬 남성방’.‘직장남녀’.‘교단 통신’ 등 3집에 없던 기획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흡연 반대 간호장교와 △이른바 ‘월장 사태’△국군간호사관학교 폐교 반대운동을 다룬 ‘화제’도 읽어둘 만하다.
책 말미에는 문학과 관련해 ‘시단’만 있었던 3집과는 달리 ‘시단’에 더해 ‘동화’.‘콩트’.‘소설’까지 갖춰져 있어 풍성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밖에 ‘비평’을 통해 정문순(32) 씨는 잘 나가는 여성 소설가 은희경, 전경린의 작품 <마이너리그>와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를 대상으로 패배주의를 정당화하거나 패배주의에 무릎꿇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266쪽. 인물과 사상.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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