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G8(서방선진 7개국과 러시아)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반세계화 유혈시위로 231명이 부상하고 1명이 숨지는 등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 올 9월 워싱톤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 총회에서, 11월 카타르에서 있을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에서도 반세계화 시위는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화가 무엇이길래 이에 반대하는 민간 단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시위도 점차 과격해지고 있는 것일까?
세계화는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수렴의 과정
"세계화의 종말"이라는 책을 쓴 옥스포드 대학의 루그만 교수는 세계화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세계화(globalization)는 통신과 무역장벽의 제거, 자본시장의 통합, 인구 이동에 따른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수준의 전세계적인 상호연결(interconnection)이다. 다시 말하면 세계화는 삶의 방식에 있어서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수렴(convergence)의 한 과정이다.
세계가 문화적, 정치적으로 수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 세계화는 매우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무역 및 자본 장벽의 완화, 경제성장을 위한 해외 직접투자자금 유치와 더불어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통신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의 확산에 따른 거래 비용의 급감이 세계화를 더욱 빠르게 진전시키고 있다.
양적으로는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경제적 수렴이라는 세계화의 본질적 의미에서 보면 세계화는 아직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세계화에 따른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여섯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절대적 빈곤과 소득 불균형의 확대가 세계화의 가장 큰 문제
첫째, 절대적 빈곤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세계 인구의 절반인 30억 명이 하루에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이 가운데 12억 명은 1달러도 못되는 돈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1달러 미만의 생활자가 전체 인구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1987년 24%에서 최근 20%로 줄어들었지만 아직까지도 절대 빈곤은 지속되고 있다.
둘째, 소득 불균등의 확대 현상이다. 현재 상위 20% 해당하는 부국(富國)의 소득이 하위 20%를 차지하는 빈국(貧國)의 소득보다 40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수치가 1820년에는 2배, 1900년에는 5배, 1960년에는 20배였다. 갈수록 부국과 빈국 사이에 소득의 불균형이 확대되는 추세이다.
셋째, WTO의 규정이 빈국에게 불공정하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각종 무역 장벽을 제거하는 등 세계 무역의 경쟁적 체제 도입은 빈국이 자국의 직업을 위협하는 재화를 수용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이나 섬유 교역에 있어서는 선진국들이 보호장벽을 설치해 빈국의 수출을 저해하고 있다고 반세계화 지지자들은 주장한다.
넷째, IMF와 세계은행의 빈국 지원이나 부채경감이 너무 작고, 너무 느리고, 너무 조건적이라는 사실도 지적된다. 구체적으로 한 예를 들면 개도국들이 에이즈 예방을 위해서 매년 90억 달러가 필요하나 선진국(G7)은 13억 달러를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 미국 1인당 국민소득이 3만6천 달러인데, 이 가운데 5 달러 정도가 개도국으로 가고 있는 것도 그 규모가 작다고 지적되고 있다.
다섯째, 세계자본주의가 다국적 기업에 유리하고 빈국민의 착취, 나아가서는 환경까지 파괴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세계화는 금융부문에서 큰 불안을 안고 있다. 우리가 지난 97년 아시아 경제 위기에서 보았던 것처럼 한 나라의 경제 위기가 상호 연결된 금융시스템 때문에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완전하지 못한 시장경제 시스템을 믿다가는 세계경제가 재앙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화는 "따라잡기"를 통해 세계 소득 수준 증대
그러나 세계화에 따른 긍정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우선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소득 증가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는 통계적 사실이다.
세계화 수준이 매우 낮았던 19세기에 영국의 소득이 2배로 증가하는데 60년이 소요되었으나, 20세기 들어서는 세계화에 따른 교역 증대 등으로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의 소득은 10년 만에 2배로 증가했다.
이로 미루어보면 세계화가 오히려 세계 소득 수준을 보다 빠르게 증가시켰다는 추론을 해볼 수 있다. 즉 세계적으로 빈부의 격차가 확대된 것은 부패한 지도자, 경제의 미숙한 관리, 전쟁 때문이지 세계화 때문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한 세계화가 "따라잡기"(catch-up)를 통해 세계 소득 수준을 절대적으로 증가시켜 왔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9세기 후반 이후로 세계 경제사를 보면 세 가지 중요한 따라잡기가 있었다.
우선 1870년에서 1913년에는 미국이 영국을 제치고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잡았다. 다음으로 1950년과 1973년에는 일본이 유럽과 미국을 따라잡고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 마지막으로 1975년부터 1997년에는 일부 아시아 국가가 괄목하게 성장하여 선진국과의 격차를 크게 줄였다.
다음 단계에서는 중국과 인도가 따라잡기에 성공할 것으로 많은 전문 기관들이 전망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생산성은 미국의 11%, 인도는 7% 정도인데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이들의 생산성이 크게 증대되고 국민 소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호랑이 경제"에 비교해서 이들 두 나라의 경제를 "코끼리 경제"로 지칭하면서 앞으로 중국과 인도가 세계경제의 중심 축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화의 피해를 줄이는 방향 모색돼야
반세계화 시위가 갈수록 격렬해지고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는 주요 기관들은 더 많은 경찰을 부르고 회의 기간을 단축시킬 뿐만 아니라 회담 장소를 외딴 곳으로 찾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세계화의 피해를 줄이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IMF와 세계은행은 다음 달에 열릴 연차 총회에서 반세계화 지지자들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선도적인 네 개의 반세계화 단체와 공개 토론을 갖기로 하였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어렵겠지만 여기서 세계화에 따른 피해를 줄이고 세계가 보다 높은 수준에서 경제적으로 수렴하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