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그리지 않는 작가들

등록 2001.08.27 01:41수정 2001.08.2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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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가난에 대해 들은 이야기를 이 자리에 옮긴다. 그 사람은 문학평론가인데 그렇게 가깝게 있으면서도 그렇게 어렵게 성장한 줄 몰랐다. 대학은 4년 장학금을 받는 바람에 학비 걱정 않고 지냈다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참으로 고생이 극심했다. 속된 말로 초년 고생이 장난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자 어머니와 그는 고아원 비슷한 사회복지관에 몸을 의탁하지 않으면 안되었다고 했다. 식사시간을 놓치면 아무리 배가 고파도 먹을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절망인지 알겠느냐고 했다. 중학교 다닐 때는 급우들이 불우이웃돕기 한다면서 돈을 모아 자기에게 주는 바람에 화를 무섭게 낸 일이 있고 고등학교 때인가는 자기의 가난을 조롱하는 선생을 지독하게 증오했다고 했다. 나와 나이가 같은 형이 있었는데 대학에 가지 못하고 자살했다고 했다.

시간이 오래 흘러 지금은 이렇게 담담하게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것을 갓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그럴 수가 없었노라는 그를 보며 나는 가난을 모름을 새삼 깨달았다.

그는 지금 시인들이 가난을 노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평문을 쓴 적이 있다. 나는 그 글의 취지보다는 문장과 구성과 논리전개를 보며 나보다 나이가 어린 그가 무섭게 성장했음을 깨달았었다. 그러나 그는 정신적으로 나보다 훨씬 큰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나도 말하고 싶다. 요즘 작가들은 가난을 말하지 않는다. 가난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가난과 경제적 불평등이 야기하는 끔찍한 정신의 왜곡현상을 추적하지 않는다.

왜일까. 가난이 이렇게 세상에 넘쳐 흐르는데. 가난처럼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없는 것을. 가난을 말하면 그 말하는 작가 자신이 누추해진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난을 아는 기품 있는 정신처럼 고매하고 화려해 보이는 것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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