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자진 반납, 기자단 해체

"스스로 기자실을 반납하고 반성하는 자숙의 기회로 삼자"

등록 2001.08.29 17:56수정 2001.08.29 19:34
0
원고료로 응원
그 동안 여러 명의 기자들이 검찰에 구속되는 등 불명예를 지고 폐쇄 논란이 지속돼 오던 파주시청 기자실 및 기자단이 자진 해체했다.

지방지와 지역지 기자 등 시청 출입기자 21명 중 17명은 오늘(29일) 오전 10시 30분 파주시청 기자실에서 '기자실 폐쇄를 위한 긴급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한 뒤 기자실을 자진 반납했다.

이날 최흥식 기자실장은 기자실 폐쇄와 관련 "지금 사회적으로 언론개혁을 여망하는 국민적 욕구가 점증하고 있다"며 "이같은 사회적 여망에 따라 시청 출입기자단 일동은 언론개혁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시청 내 기자실을 폐쇄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기자단 일동은 "부족한 행정사무공간에 활용토록 그 기능을 회복시키고 별도의 사무실 유지관리로 발생될 수 있는 시 재정부담을 다소나마 해소함으로써 시민서비스 증진을 위한 시 행정에 보탬을 주기 위해 기자실을 폐쇄한다"는 취지문에 전원 서명함으로써 기자실 폐쇄에 동참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실 폐쇄에 따른 긴급회의에 앞서 기자실 존폐에 대한 예민한 대립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지방일간지 기자는 회의시작 전 최흥식 기자실장이 '시청기자실 폐쇄에 관한 취지문'에 참석, 기자들로부터 서명을 받자 "왜 회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서명을 받으며 회의의 원칙과 기준을 지키지 않느냐. 개인 사무실이 없는 사람도 있다"며 기자실 폐쇄에 따른 불편한 심기가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기자실 폐쇄에 따른 토론 시간에는 자성의 목소리도 쏟아져 나왔다. 중부일보 변 아무개 기자는 "파주시가 언론을 필요로 해 열어줄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 기자실을 반납하고 반성하는 자숙의 기회로 삼자"고 말하기도 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기자실 폐쇄보다는 기자단만 해체시키고 자료제공과 정보공유 차원에서 기자실을 브리핑 룸으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며 지역기자실이 IMF 당시 자진 폐쇄했다 다시 지방기자실과 통합된 전례를 들며 기자실 폐쇄보다는 보완점을 찾자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회의 도중 "파주시청 기자실이 검찰로부터 비토대상이 되고 있다" "기자실 내용이 검찰에게 상세히 보고 되고 있다"는 등 검찰과 관련된 말들이 여러 차례 나와 검찰을 의식, 기자실을 폐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순수한 기자실 폐쇄 의도가 퇴색되는 분위기가 일기도 했다.


파주시청 기자실은 오는 말일까지 기자 각자의 사물함을 정리한 뒤 오는 9월 1일부터 기자단 해체와 동시에 기자실이 없어지게 됐다.

이날 기자들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실 명패를 내리고 20여년 간의 파주시청 기자실 역사를 접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2. 2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3. 3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4. 4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5. 5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