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동아일보는 9월 1일자 가판에서 취임 당시 '언론 자유'를 중시했던 김대중 대통령이 언론의 국정 비판이 늘자 초심을 잃고 '언론 장악'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기사에서 시기별로 나열한 '김 대통령의 언론관련 주요 발언'만 읽어본다면 꽤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기사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논리적 결함을 갖고 있다. 3면 종합면에서 기획시리즈 를 5회째 연재하고 있는 동아일보는 9월 1일 마지막으로 '언론자유'편을 실었다. <국정비판 늘자 "언론이 개혁 발목">이란 제목의 본 기사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언론관련 주요 발언들을 토대로 언론에 대한 김 대통령의 입장 변화를 다뤘다. 동아일보는 "취임 직후인 1998년 4월6일 신문의날 기념사에서 언론에 대해 고마움을 나타내며 언론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했던 김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강화되자 언론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등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며 '초심'을 읽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김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나라 언론은 민주화와 정치, 경제 발전에 잘잘못이 있지만 잘한 점이 더 많다. 언론은 새시대에 맞춰 구조조정과 개혁을 해 발전하길 바란다"며 언론의 '자율개혁'을 강조했다. 즉 취임 초기 언론의 자율개혁을 주장했던 김 대통령이 올해 들어 세무조사, 공정거래조사 등 '타율개혁'에 나선 것은 "현정권에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던 '동아 조선 중앙' 등 빅3를 겨냥했다는 건 이미 공론화된 사실"이란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주장을 빌어 김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 '자율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언론공세가 상당기간 정권핵심부에서 '준비'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면서 김 대통령의 98년 7월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때 김 대통령은 "언론 스스로 개혁하는 지 눈여겨볼 것이다. 안되면 내년부터는 그 개혁을 유도하지 않을 수 없다"며 '타율개혁'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자율개혁'을 내세웠다는 신문의 날 기념사가 있은 지 3개월만의 말이다. 그 3개월 사이에 언론의 정부 비판 강도가 특별히 높아진 게 아니라면 김 대통령은 애초부터 언론사에 대한 '조건부 타율 개혁'의 의지를 갖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그 이후 언론사들이 '자율개혁'을 시도했다는 얘기는 없다. 결국 가만히 앉아있다 김대중 정부가 '타율개혁'에 나설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다. 김 대통령의 초심이 변했다는 비판과 '준비된 언론공세'였다는 비판이 동시에 성립하기 힘든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