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미에 혼미를 거듭함으로써 파국의 양상까지 보이던 정국이 오히려 정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곪아가던 상처가 터져서 비로소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나 할까요?
언론사 세무조사 문제는 사주 13명이 기소됨으로써 일단락됐고 8.15 방북 때부터 불거진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 문제도 당.정.청의 개편으로 일단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사주 등 13명 기소
서울지검은 4일 국세청이 고발한 6개 언론사 법인과 구속된 사주 3명을 포함한 관련인사 13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일괄 기소했습니다.
이로써 지난 6월 29일 국세청이 6개 법인과 12명을 고발한 이래 두달 넘게 계속돼 온 검찰수사는 일단락됐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동아일보사 김병건 전 부사장, 국민일보사 조희준 전 회장 등 일부 피고인들은 국세청 고발 때보다 탈세액이 늘어났고 주요 관련자들의 횡령 혐의도 추가로 밝혀졌습니다.
검찰은 국세청에서 건네받은 자금흐름 자료 가운데 외환거래 부분도 있었지만 외환도피 등의 불법행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조금 더 확인한 뒤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해 외화도피 부분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한편 조선일보사 사주 일가의 주식 대물림 과정에서 주식 명의 대여자 중 한사람으로 공소장에 등장한 조선일보사 김대중 주필의 경우 당분간 강제구인 등의 절차를 밟지는 않겠지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당.정.청 이번주 전면 개편
김대중 대통령은 내각과 당, 청와대를 이번 주 안에 대폭 개편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당은 자민련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자는 온건보수파와 자민련과의 관계를 끊고 한나라당과의 대화에 주력하자는 강경개혁파로 의견이 나뉘어 있다고 한겨레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대립은 각각 '경험많고 일을 원만히 추진할 수 있는 실무체제'과 '개혁성이 강한 친정체제'냐라고 하는 인선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자민련은 4일 표결 후, 공조파기를 현실로 인정하고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는 성명을 냈지만 당5역회의에서는 당분간 냉각기를 가지면서 민주당과의 부분적 협력을 모색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현재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한동 총리의 거취입니다. 중앙일보는 총리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서 "김대중 대통령이 자민련 총재직 사의를 표명한 이 총리에게 유임을 권고했다"며 이 총리도 대통령의 뜻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총리는 햇볕정책은 성공한 정책이라고 발언해서 이같은 예측을 뒷받침했습니다.
한편 김 대통령은 4일 모든 공식일정을 취소했지만 8.15 평양 축전행사에 참여했던 7대 종단 대표들과의 오찬을 새로 잡아서 햇볕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인선과 관련한 각 언론의 추측보도는 요약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현재의 진행으로 봐서 개혁형과 실무형의 절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의 사설은 오늘도 각각 보수와 진보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 날카로운 각을 보시면서 스스로의 생각을 다듬어 보시기 바랍니다.
"소수파 정권의 선택" (조선일보)
"명실상부한 개혁진용 갖추라" (한겨레신문)
총재회담 본격 추진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총재회담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우선 한나라당은 현재의 국면을 대화정국으로 전환해, 표결로 달아오른 정치권의 열기를 가라앉히고 정국주도권을 강화하려 할 것이고 민주당 역시 현재의 정국을 어떻게든 변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당.정.청 개편이 마무리되는 대로 대화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중국 공동성명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은 4일 북중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공동성명은 첫째, '이번 강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양국이 21세기를 여는 새로운 우호협력의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선언해서 지난 92년 한중수교 이후 껄끄러웠던 북중 양국간 앙금을 완전히 정리했다는 것을 천명했습니다.
둘째, 한반도안정과 평화를 위해 남북대화가 계속돼야 하며 직접 대화 필요성을 역설하고 통일은 남북한의 자주적인 노력으로 실현돼야 함을 강조해서 남북 관계 개선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이를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촉구하는 중국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셋째, 공동성명은 미국의 MD체제 구축에 반대하는 동시에 북한과 미국, 일본, 유럽연합의 관계정상화를 지지했습니다.
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4일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의 2차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발사실험 유예방침을 고수할 것임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24일께 한미 정상회담
동아일보는 한미 정상이 이달 말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대북정책 공조방안 등을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기사는 외교소식통을 인용해서 20일에서 25일까지 열리는 유엔아동문제특별총회 참석 기간 중 정상회담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날짜는 24일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회담은 장쩌민 중국국가주석의 평양방문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 북한의 새로운 남북대화 제의 등 그 동안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부진을 이유로 경제개혁은 완전히 포기되고 있습니다. 어제 열린 차관회의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차관회의서도 출자총액제도 완화 주장
경제차관 간담회에서도 출자총액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산업자원부는 이날 회의에서 "30대 그룹이 순자산의 25%를 초과해 다른 국내 회사의 주식을 취득.소유할 수 없도록 한 출자총액제도의 시행으로 지난 4월부터 앞으로 1년간 약 5조원의 신규 또는 구조조정투자가 제약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회의를 주관한 재경부가 회의 개최조차 알리지 않아 참석하지 못한 공정거래위원회는 "결정된 바 없다"고 일단 부인했습니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8월말까지 민관합동으로 실시한 기업규제 종합실태조사에서 드러난 560건의 각종 규제 및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연내에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고 애초 계획보다 1만 가구 많은 3만 5천가구의 국민임대주택을 올해 안에 짓기로 했습니다.
이 밖에도 그린벨트 해제 지역 가운데 서민주거용지 후보지를 선정해서 택지지구로 지정하고 내년도 공공택지 공급분의 25%인 150만평을 앞당겨 공급하며 내년 중 건설예정인 15만 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상반기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한마디로 경기부양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것입니다. 주무부처인 공정위 조차 배제하고 출자총액제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논의를 했다는 사실에 쓴웃음이 나올 뿐입니다.
재경부 관계자는 애초 회의 안건에는 공정위 관련 사안이 없었기 때문에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만 장관은 물론 차관 등 실무자들까지도 현재의 경제상태에 대해서 경기부양 외에 아무런 대비책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제 백범 암살범 안두희 씨가 미군 방첩대 CIC 소속 정보원이었다는 얘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그 반대쪽에 서 있었던 이강국, 임화 등 남로당 핵심간부들도 CIC 요원으로 활동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한국의 현대사를 '주조했으며' 따라서 현대사의 여러 비극에 우리가 알던 것 이상의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가 될 겁니다.
"이강국, 임화도 미군 방첩대 스파이"?
재미 사학자 방선주 교수와 국사편찬위원회 정병준 박사는 미육군 정보국 문서파일과 미국립문서보관소에 소장돼 있던 '베어드 조사보고서'에서 이강국, 임화 등 남로당 핵심간부가 미군 방첩대(CIC) 요원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강국(북한 초대 외무성 부상)은 당시 미군정의 실력자였던 베어드 대령과 동거하던 김수임을 이용해 남한의 경찰 및 군의 기밀을 빼갔던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미 육군부는 이 부분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결론짓고 있어서 거꾸로 베어드 대령이 김수임을 통해서 남로당의 기밀을 캤을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습니다.
"캐디는 노동자가 아니다" ?
서울행정법원은 4일 골프장 쪽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청구소송에서 (이른바) "캐디는 노동자가 아닌 만큼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될 수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캐디들이 받는 돈은 골프장 쪽이 아니라 골프장 이용객한테 받는 돈이며, 골프장 쪽과 고용계약 등도 없는 만큼 노동자로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캐디들이 지난 2년간 골프장 쪽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다가 거부당하자 부당노동행위 구체신청을 냈으며 경기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캐디도 노동조합법 상 노동자에 해당하므로 노조의 정당한 단체교섭 요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판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보험사 생활설계사가 모두 '노동자 규정'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노동위원회와 학계는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추세로 나가고 있는데 법원은 거꾸로 이들을 '자영업자'로 보는군요.
이들은 출퇴근시간을 가지고 있고 입사 시에 교육을 받으며 규정을 어길 때는 시장에 의한 규제가 아니라 조직의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굳이 골프장 주인이나 보험사 경영층이 이들의 근로자 신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이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할까,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노동조합법 상 근로자'라는 그 간의 제한적 판결마저 후퇴시키고 있는 것은 혹시 "판사들이 골프를 편하게 치기 위해서가 아닐까"라는 제 추측이 터무니없는 것이기를 바랍니다.
국내 여성 19% '자궁암 바이러스 감염'
자궁경부암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고려대 서호석 교수는 국내 여성 5명 중 1명(19%)이 자궁경부암을 유발할 수 있는 '인간 파필로마 바이러스(HPV)'에 감염됐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서교수는 이 바이러스 감염이 "상대 남성의 지나친 외도 등 문란한 성생활이 주 원인"이며 "24세 이하의 감염률이 특히 높은 것은 젊은 여성의 성생활이 더 개방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국립보건원이 유흥접객업소 여종업원 500여명을 조사한 결과 40%가 고위험 HPV에 감염되어 있었다는 사실과도 일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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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니즘은 인종차별주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에서 열리고 있는 UN 인종차별철폐 회의가 폐회 선언문에서 이스라엘을 인종차별국가로 명시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분란을 겪고 있습니다.
선언문 초안은 이스라엘의 점령지역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대우를 "새로운 형태의 인종차별"이며 "반인류적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시오니즘은 "인종적 우월의식에 기초한" 것이며 "이슬람 혐오의식과 시오니즘적 행위 등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반발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2일 대표단 철수를 결정했으며 유럽연합 대표단도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게 된다면 모두 함께 떠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타 오늘의 주요뉴스 입니다.
- 건설교통부는 4일 광역도시계획협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모은 결과 7대 광역시에서 해제되는 그린벨트 면적이 원래 계획보다 1700만평 가량 늘어난 1억 1700여만평으로 확정됐다고 밝혔습니다.
- 미국의 휼렛패커드사가 컴팩을 250억달러(약 32조원)에 인수하기로 해서 컴퓨터 업계 사상 최대의 인수합병이 이뤄졌습니다. 월가전문가들은 불황을 겪고 있는 정보기술산업의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 일본 외무성이 올해 초에 터진 과장급 간부의 수억원대 횡령사건 등 연일 드러나는 비리로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총리의 신사참배, 교과서 문제 등 각종 외교 현안이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의 일단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올 7월말까지 적발한 마약밀수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 중량으로는 7배, 금액으로는 10배에 이른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젊은 층이 환각파티에 주로 사용하는 신종 마약 '엑스터시' 등 필로폰류의 비율이 절대적이라고 합니다.
- 중앙일보가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업의 취업문을 폭넓게 취재해서 보도했습니다. 신입사원을 뽑으려는 기업이 크게 줄고 결원이 생길 경우에만 충원하겠다는 기업이 많다는 소식입니다.
"하반기 대졸 취업문 '빗장' 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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