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저서> 국회 사무총장이 제시하는 통일 해법

김병오 사무총장 <민족통일과 남북연합>

등록 2001.09.08 23:17수정 2001.09.09 11:20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85년 <민족분단과 통일문제>라는 책을 발간하는 등 통일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김병오 사무총장이 최근 <민족통일과 남북연합>(여강출판사)을 펴내 화제다.

7,80년대 민주화운동과 노동문제 연구에 헌신하기도 했던 그는 고려대학교 정외과 출신으로 서울 구로 지역에서 11,14대 의원을 역임했다. 방북단 문제로 '연방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발간된 김 사무총장의 저서는 통일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모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저서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이후 '통일방안'에 관한 무수한 논의들이 나왔지만, 정작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었다. 그런 점에서 평화통일에 대한 하나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이 지니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분단국들은?

'분단국 통일론', '남북한 통일론', '유럽연합론' '남북연합 실현의 길' 등 크게 4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20세기에 분단된 국가들을 세계 정치사적 관점에서 제국주의의 세력확장, 파시즘의 발호와 세계대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념 대립이라는 3가지 틀 안에서 바라본다.

오스트리아, 베트남, 예멘, 독일, 중국의 사례를 차례로 고찰하며 다양한 상황속에서 진행되어 온 이들 국가의 통일 혹은 통일정책이 우리 민족통일에 주는 교훈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차근차근 풀어나가고 있다.

이들 5개국은 분단의 원인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성취한 국가도 있고 그렇지 않은 국가도 있다. 외세의 지배와 이념대립으로 분열한 베트남과 예멘은 통일을 달성했고 중국은 아직도 통일을 성취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전범국가로 몰려 연합국에 의해 강제로 분할된 오스트리아와 독일은 통일을 달성했다. 따라서, 분단원인과 통일달성 여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러면서도, 김 사무총장은 분단 원인이 통일의 과정과 방식에는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은 대립과 분열보다는 상호이해와 타협의 정치문화 속에서 평화통일이 가능했지만, 베트남과 예멘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

식민지배에 의해 분단되고 국민 내부의 이념대립을 겪은 두 나라는 전쟁을 통한 방식으로 통일이 이뤄지거나 통일 후 통합과정에서 내전을 다시 치러야 하는 갈등을 겪어야만 했다.


한편, 중국은 분열 이전에 내전을 치렀고 분단 후 냉전상태에서 무력을 행사한 적이 있지만 최근엔 평화적 방식의 점진적 통일방식을 지향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사무총장은 이어 21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의 지원을 받은 예멘과 유럽공동체(EC), 유럽안전보장협력회의(CSCE),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여 자국의 안전을 보장받은 독일에서처럼 집단안보체제의 필요성에도 주목한다.

유럽연합형 모델

그러나, 김 사무총장이 제시하는 해법은 결코 이런 국가들이 아니다. 평화적이고 단계적 통일을 추구하고 있는 우리 민족의 통일모델은 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그 희망을 유럽연합에서 찾는다. 서로 다른 민족, 경제력, 정치체제를 갖고 있으면서도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다수 국가들의 통합을 추구한 유럽연합이 어쩌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김사무총장의 생각이다.

유럽 15개 국가의 연합체인 유럽연합이 점진적·단계적 통합경로를 밟고 있지만 분단국가의 통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아직까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우리에겐 소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한 것도 유럽연합 연구에 대한 가치를 높여준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유럽연합이 이상으로 추구해온 평화, 민주, 통합의 이념적 가치에 주목한다. 상호간에 쉽게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는 경제분야를 시작으로 어렵고 이질적인 사회, 외교, 정치분야로 확대해 나간 방법이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강대국의 약소국에 대한 비패권적 접근 방식도 주목할 만한 지적이다.
특히 대안의 제시부분에 해당하는 남북연합 실현의 길에선 지난 50년간 유럽연합의 성공과 실패의 교훈을 우리의 현실에 맞게 적용해본다.

유럽연합과 관련, 남북연합이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그가 지적하고 있는 것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남북연합 초기단계에서 현재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하며, 서명 당사자는 남북한과 미국 등이 포함돼야 한다. 또한 평화협정 체결 이전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지지하는 '평화선언'은 할 수 있다.
둘째, 남북한의 자주적인 통일정책은 남북한을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적 여건을 현실적으로 고려하면서 추진해야 한다.

셋째, 유럽연합이 초기에 시도한 정치적 통합이 실패했음에 유의하여, 남북 정부도 정치분야에서의 통합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넷째, 남북연합 초기단계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고 그와 동시에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조치도 이행돼야 한다. 남북한간의 전쟁이 불가능하도록 중첩적인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남북한간 화해와 협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서로 이념에 대한 관용의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 남한은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과 국가보안법, 북한은 헌법 제1조의 전체 민족대표 조항과 노동당 규약에 대한 점진적인 개정·폐지를 추진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가 유럽연합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유럽연합과 남북연합은 똑같을 수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들이 전쟁을 피하고 평화적인 번영을 추구하려고 시도해온 이상과 목표는 보편적인 가치들이다. 유럽연합이 쌓아온 소중한 경험을 우리 현실에 맞게 응용하려는 실사구시적 시도는 현시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사무총장은 연방과 완전한 통일로 가는 과도기인 남북연합 시기를 초기, 중기, 완성기로 구분하여 각 시기마다 추진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순탄하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데에는 그 역시 공감한다. 그는 "열강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한반도에선 앞으로도 수많은 고비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고 내다보며 "6·15 남북공동선언에 기초한 평화통일은 상호공존의 토대 위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오스트리아와 독일 통합과정의 역사가 실증하는 바와 같이 극좌, 극우세력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하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토론문화가 요구되며, 남북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당의 극단적 이기주의도 있어선 안된다고 그는 주장했다.

유럽공동체가 이뤄낸 통합의 눈부신 성과와 남북한이 그간 이뤄낸 결과를 비교해보면, 자괴감이 앞선다는 김 사무총장. 그가 제시하는 21세기 통일 청사진이 현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첨부파일 okkdoll_49725_1[1].hwp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의대 증원 이유, 속내 드러낸 윤 대통령 발언 의대 증원 이유, 속내 드러낸 윤 대통령 발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