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가로수 사과 지키는 결사대

사과가 유혹, 손댔다가 혼쭐났어요.

등록 2001.09.10 19:25수정 2001.09.1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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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 그만 !"
신병교육대 조교의 구령이 아니다. 충주 가로수 사과를 지키는 할아버지의 불호령이다.

요즘 충주시내 관문인 달천로 변에는 입안에 침이 꼴각 넘어갈 정도로 먹음직스럽고 빨갛게 잘 익은 '가로수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며칠전 이곳을 지나다 유혹에 이끌려 멀리보이는 시내의 회색 건물을 배경으로 사과 가로수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넘어가는 침을 참지 못해 사과를 만져 보았다.

일행중 몇 사람이(서울 주재 중국기자, 뉴욕기자) "충주"라는 문양이 새겨진 사과를 갖고 싶어했다. 충주사과와 가로수를 널리 홍보한다는 생각에서 갖고 싶으면 한 개씩만 가져도 좋다고 했다.

이 때였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할아버지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거친 숨을 몰아 쉬면서 자전거를 타고 혜성처럼 나타나 불호령을 내리셨다. 이어서 승용차를 타고 온 사람, 뛰어온 사람이 우리 일행을 삽시간에 애워쌌다.

우리 일행의 버스를 가로막고 우리의 자초지종 따위는 듣지도 않았다.
할아버지(김용국. 74세)에게 용서를 구하고 이해를 얻는데 한참을 보냈다. 할아버지가 이해를 하시고 나서 외신가자들은 할아버지를 일행의 버스에 오르시라고 권했다. 일행의 대표인 한국외신기자클럽회장(박한춘)이 "김용국 할아버지 파이팅! 충주사과 원더플!"을 외치자 일행이 모두 박수를 치며 따라했다

서울로 가는 차안에서 충주사과와 사과가로수에 대한 자랑을 침이 마르도록 했더니 외신기자들은 손에 들고 있던 사과를 보며 "충주 하면 생각나는 잊지 못할 일이다"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가로수 사과를 지키는 자원봉사자라는 설명도 덧붙였더니
"할아버지처럼 훌륭한 시민이 있기에 충주사과가 유명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제 충주사과가로수는 명물이 됐다.


그 동안 사과나무를 가로수로 가꾸고 가로수에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
발길을 유혹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고 이시종 충주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노력을 잊지 말아야 될 것이다.

충주사과나무 가로수는 충주시민 모두의 자랑스런 재산이다.
지금도 철책을 지키는 국군처럼 24시간 철통같은 경계근무를 하고 계시는 '충주 가로수사과 지키는 결사대'의 한성운(남. 61세, 교현1동)반장과 김용국 할아버지. 또 근무자들께 박수를 보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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