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등급제 어떻게 개정돼야 하나

문화연대·영화인회의 공개토론회 열어

등록 2001.09.13 21:29수정 2001.09.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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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헌재의 등급분류 보류 위헌 판결 이후 영화등급제도에 있어 대폭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현재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와 영화인회의는 이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가졌다.

13일에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지난 위헌 판결이 영화계에 미치는 파장만큼이나 영화제도에 대한 포괄적인 토론이 이뤄졌는데, 주도적으로는 영화등급,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앞으로 어떻게 개정 혹은 변화되어야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먼저 조영각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영화등급제의 변화와 상영방식을 둘러싼 쟁점들"을 주제로 발제하며 △영상표현물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등급을 받아야 하는 영화와 그렇지 않아야 할 영화를 구체적으로 명문화해야 하고 이들 영화의 상영장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 △18세 관람가 영화의 폭을 확대 △일반극장에서 상영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영화를 위해 '등급외 성인영화전용관'을 설치 △외국영화 수입추천제도 폐지 △국가보안법, 청소년보호법에 대한 전면 검토 △등급분류 기관이 위법성을 심의하여 관계기관에 통보하는 조치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하승우 영화인회의 정책실무위원은 "영화등급분류의 외국사례 분석과 국내적용가능성 검토"를 발제하며 어떤 이유로도 영화상영의 기회가 봉쇄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전제로 완전 민간자율등급기관인 미국의 영화분류및등급협회(CARA), 행정기관인 프랑스의 등급기구, 반민반관격인 독일의 영상자율심의위원회(FSK)와 각 등급분류 제도를 비교한 후 국내적용 가능성을 검토했다.

특히 하승우 씨는 등급분류 보류 논란을 겪었던 <거짓말>, <노랑머리> 류의 영화가 등급외 영화관에서 상영되어야 한다면 오히려 더 표현의 자유가 억압될 수 있다며 "이 정도의 표현수위로 재현되는 영화가 제한상영관에서 상영된다면, 제한상영관 제도는 차라리 존재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성적 표현물에 관한 모호하고 추상적인 표현은 우리 형법이 제시하고 있는 음란물 규정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며 독일 형법의 '포르노그라피 반포'에 관한 규정처럼 포르노그래피의 개념 등을 상세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등급위에 대해 한시적으로는 재정지원을 받는 차원에서 행정기구적인 등급기관으로 유지되어야 하나 장기적으로는 민간자율위원회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제 후 진행된 토론에는 이번 위헌 판결을 이끌어냈던 조광희 변호사, 영상물등급분류위원이자 영화평론가인 전찬일 씨, 문화연대 정책위원장인 강내희 중앙대 교수가 참여했다.

먼저 조광희 씨는 형법상 입법계류 중인 영화진흥법 중 등급거부를 밝히고 있는 조항은 위헌이라며 강하게 거부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현재 음란죄는 너무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어 독일형법형식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전찬일 씨는 현재 논의가 너무 온건하게 진행된다고 밝힌 후 지난 위헌 판결 중 그 동안 민간자율심의기관이라고 자칭해온 등급위가 행정기관이자 검열기관이라는 판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시민단체들의 요구가 보다 더 급진적으로 변화되어야 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문화관광부에게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강내희 씨는 음란물에 대한 불법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고 지적하는 한편, 문화선진국의 경우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일본 등 등급분류의 사례도 함께 검토해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조영각 씨는 전찬일 씨의 지적에 대해 "상당히 오랜 기간 우리 스스로도 자기검열에 익숙해진 탓"이라며 가능한 빠른 시일안에 최선의 합의안을 도출해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사회를 진행한 이재현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등급외전용관의 문제가 표면화되며 제항상영관이란 함정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한 후 등급위가 등급외 조항을 두고 있지 않은 미국식 완전민간자율등급위원회로 개혁되어야 하는 한편, 형법의 음란성 개념이 보다 합리적으로 재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은 3시간 동안 매우 포괄적이며 구체적으로 진행되었지만 등급분류제도와 등급분류위의 대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참석자들은 장기적으로 미국식 완전민간자율등급위에 동의하였지만 현재 우리 영화계의 재정 등의 역량과 함께 사회적 성숙도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참석자들은 가능한 빨리 영화관련 시민단체들이 먼저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와 수요자의 문화향유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며 토론을 마무리를 했다. 토론 자료는 문화연대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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