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나찌 히틀러의 600만 유대인 대학살이다. 도대체 인류의 역사에서 왜 이런 끔찍한 일이 자행되었을까? 또 그렇게 참혹한 인종학살을 당해 마치 짐승처럼 죽어가면서도 "구름이 해를 가릴지라도 우리는 구름 너머에 해가 있음을 안다"는 낙서를 남기며 유일신 신앙을 저버리지 않았다던 유대인들의 종교는 과연 어떤 것일까? 유대교에 대해 적지 않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 이번에 읽은 이 작은 책은 평소에 알고 싶었던 많은 것들을 대답해 주고 있었다. 비록 충분한 답은 못되었다 할지라도 말이다.
저자인 노먼 솔로몬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히브리·유대학 연구소에서 유대사상을 강의하고 있는 유대인이다. 그는 유대인의 입장에서 유대교의 실체를 성실하게 말해주고 있어 책의 신뢰도를 더해준다.
우리는 지금까지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유대교를 이해하는 데 익숙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유대교 입장에서 말하는 유대교의 내용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유대교에 대한 선입관을 많이 깨뜨리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솔로몬 교수는 책의 서두에서 기독교와 유대교의 차이점을 먼저 보여주며, 서로에 대한 오해의 근원을 밝혀주고 있다. 가령, 그것은 기독교인들과 유대인들에게 그들의 신앙을 설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용어들을 나열해보라고 하면, 거기에서부터 일정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기독교인들에게 성부, 성자, 성령, 부활, 십자가, 승천, 심판, 회개, 영생, 중생 등등의 개념이 중요하다면, 유대인들에게는 하나님, 토란, 미쯔바(계명), 아베라(범죄,죄), 테슈바(참회), 쩨데카(공평), 예쩨르 토브(선한 욕구) 등등의 개념이 중요하다고 한다.
솔로몬 교수는 이 책을 통하여 유대인들의 정체성, 유대교와 기독교가 갈라지게 된 배경, 유대교의 발전, 달력과 축제, 유대인들의 영적 생활, 유대인 가정, 20세기의 유대교, 현대사회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유대적 이해 등 매우 중요한 주제들을 비교적 알기 쉽게 잘 다루고 있다.
그는 유대교와 기독교의 관계 문제를 다루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갖기 쉬운 잘못된 상식을 간단하게 뒤집는데, 그는 말하기를 기독교가 유대교를 '맏형'이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왜냐면, 유대교의 [탈무드]를 비롯한 다른 랍비 유대교의 토대가 되는 텍스트는 기독교의 토대가되는 텍스트의 복음서보다 후대에 기록되었기에 <신약> 혹은 <탈무드>의 순서로 보아 '맏형'은 사실 기독교인 셈이라고 말한다. 이에서 알 수 있듯이 유대교는 기원 후 상당한 세월을 거쳐 탈무드와 같은 방대한 책들이 완성되면서 오늘의 형태로 발전해 온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의 유대교는 홀로코스트(나찌의 유대인 대학살) 이후의 신관에 대한 일정한 신학적 자기 변화를 꾀하면서 현대사회에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어디에서고 진보와 보수가 존재하듯이 현재 유대교 내에서도 정통파 유대교와 개혁파 유대교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개혁파의 경우 오늘날 일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한 적극적인 시각이나 예배의식의 변화 등을 해나가면서 꾸준히 현대인들 속에 파고들면서 유대교 신앙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유대교에 대한 국내의 본격적인 소개서가 전무한 실정에서 이 작은 책은 대단히 유용한 유대교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의 유대교와 유대인들에 대한 그 동안의 잘못된 편견을 씻어내고 보다 분명한 안목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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