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물꼬
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15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갈등을 종식시키고 두 나라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습니다.
고이즈미 총리는 과거사와 관련해 98년 무라야마 총리 수준의 사과를 다시 한번 했고 두 정상은 역사인식과 관련해 두 나라 역사학자로 구성된 역사공동연구기구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전세계의 누구라도 부담없이 전몰자에 대한 참배가 가능한 그런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고 꽁치조업 문제에 관해서는 "내년 조업을 위해 한일 고위급 협의를 빨리 개최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또 고이즈미 총리는 자위대 해외파병에 대해서는 "전투행위에는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상회담 1시간 20분, 서대문 역사박물관 관람 12분, 인사말 15분, 국립현충원 참배, 이수현 씨 가족 만남...
고이즈미 총리가 7시간 30분 동안 7가지 일을 하고 돌아갔습니다. 이동시간을 감안하면 대략 30분에 일 하나씩 처리하고 간 셈입니다. 그는 미뤄둔 숙제를 한 것 같은 홀가분한 마음이었을 겁니다.
전쟁을 원활하게 치루기 위해 미국은 화해를 종용하고, 이 기회를 이용해서 자위대를 명실상부한 일본의 군대로 만들어야겠고, 월드컵도 치러야겠고, 무엇보다 내부 개혁을 하기 위해 바깥 쪽 일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숙제를 고이즈미가 치른 겁니다. 외국과 열전을 함으로써 내부를 단결시킬 사안이 아니라면 내부의 비판을 불러 일으킬만한 외부 문제를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대응은 정곡을 찌르는, 모범생의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자위대 문제는 평화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해야 하고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며 순수한 상업적 문제인 꽁치잡이는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상대로 그 이상은 없었습니다. 일본의 협력없이는 아시아의 경제문제, 무엇보다도 남북관계를 부드럽게 풀어나갈 수 없는 김 대통령으로서도 원론적인 선에서 일단 문을 열고 싶었을 겁니다.
"내부 과제에 힘을 쏟기 위해 양쪽 모두 일단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싶었다". 이것이 이번 정상회담이 필요했던 이유고 또 그 결과입니다.
"전쟁은 아들 잃은 슬픔을 달래주지 못한다"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이 탈레반의 협상 제의를 거절한 뒤 미국 공군은 이주일째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다고 BBC가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에 따르면 15일 밤과 낮에 걸쳐 카불, 칸다하르, 잘라마드가 공격을 당했습니다.
탈레반은 칼라-이-나우(Qala-i-nau)에 대한 공격으로 12명이 죽고 32명이 부상했다고 밝혔습니다. 카불의 대응공격은 취약했고 또 간헐적인 것이어서 탈레반의 방어망이 심각하게 훼손됐음을 보여줬습니다.
한편 영국의 <옵서버>는 9.11 테러 희생자 가족들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미국 정부에 호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프간 전쟁을 반대하는 희생자 가족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필리스 로드리게스는 부시 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전쟁은 아들을 잃은 슬픔을 달래주지 못한다"며 "다른 나라의 아들과 아버지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기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아들의 죽음이 이용당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테러를 멈추게 하려면 먼저 총을 쏘고 폭탄을 퍼부을 게 아니라 정당한 절차를 밟아 그들을 공정한 재판에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 희생자 가족 '전쟁중단' 호소" (한겨레신문)
탄저병 공포 전세계로 확산
미상원 민주당 지도자인 톰대슐 의원앞으로 발송된 편지에서 탄저균이 발견됐다고 부시 미 대통령이 15일 말했습니다. 독일 총리에게도 의심스러운 우편물이 배달됐습니다. 미국에서 14일 탄저균 감염자가 추가로 발생하고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도 탄저균으로 의심되는 물질이 발견되는 등 탄저병 공포가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토미 톰슨 보건복지부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회견에서 "편지를 통한 탄저균 유포는 명백한 테러행위"라고 확언하고 "탄저균 출처는 미국내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으나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행위인지 여부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미 정부는 15억 달러의 연방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하는 등 '병균과의 전쟁'에 나섰습니다.
미국. 사망자 1명 포함, 13명... 한국. 사망자 1명 포함 6명. 이상이 9.11테러 이후 미국과 한국에서 발생한 탄저병 의심 환자의 수입니다. 한국의 의사탄저병은 불법도축된 병든 쇠고기를 먹고 발생한 것입니다.
미국의 인구가 한국 인구의 다섯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미국의 탄저병 의심 환자 수는 적은 편입니다. 결국 미국의 탄저병도 자연발생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 게 오히려 당연합니다.
이런 점에서 탄저균을 인공배양해서 테러에 사용할 수 있는 극소수 나라의 하나인 러시아 전문가들 의견을 경청해볼만 합니다. 탄저균 배양은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가 잘 통제된 연구소 안에서 할 수 밖에 없으므로 미국에서 발생한 탄저병 환자는 상한 음식을 먹은 후 발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입니다.
물론 우편물로 배달됐다고 하면 그것은 자연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보도된 수많은 우편물 중에 정확한 검사를 거쳐 인공으로 배양된 탄저균이 배달된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아직 없습니다.
탄저균을 인공으로 배양하고 그것을 우편물로 배달할 수 있는 분말로 만들어내는 기술이 어느 정도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아주 제한적으로만 존재할 그 분말은 아주 비싸고 살 수 있는 경로도 제한되어 있을 겁니다.
설령 누가 그 흰 가루를 테러에 사용한다고 해도 그 비싸고 위험한 것을 일반인에게 사용할까요? 일반 국민에게 우편물을 조심하라는 미국 행정부의 당부도 의아하고 그걸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언론도 문젭니다. 아마 탄저병으로 상한 건강보다 언론의 호들갑 때문에 상한 정신건강이 훨씬 심각할 겁니다. 세균 우편물 테러보다 언론의 테러가 훨씬 심각한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탄저병이란 게 가축을 계속 다루는 사람이나 걸릴 수 있는 병이라는 것도 알려 드립니다. CNN에서 정리한 탄저병에 관한 10가지 질의.응답을 올려 놓습니다.
"탄저병에 대해 궁금한 것 10가지" (중앙일보/CNN)
소장판사들 사법개혁 촉구 파문
중진 및 소장판사 33명이 "판사들이 승진제도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존 사법제도가 사법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며 제도개혁을 요구하는 모임을 발족했습니다. 서울지법의 문흥수 부장판사는 15일 "1700여명의 전국 판사들을 상대로 '법의 지배 확립을 위한 사법부 독립과 법원 민주화를 생각하는 법관들의 (사이버) 공동회의'를 제안해서 이중 33명의 판사가 발기인 및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발족취지문에서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있는 변호사들을 상대로 제대로 재판을 할 수 있으려면 법관에 대한 철저한 신분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문 부장판사는 "판사회의가 제 기능을 못한 채 윗사람의 뜻을 아래로 전달하는 일방통로가 돼 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법원 행정처 쪽은 "개혁을 바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무소신 판결이 법원 인사제도에서 나온다는 공동회의의 주장엔 선뜻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조선 방상훈 사장, 징역 7년에 벌금 130억원 구형
서울지검 특수1부는 15일 조세포탈과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선일보사 방상훈 사장에게 징역 7년에 벌금 130억원을 구형했습니다. 또 방계성 전무에게는 징역 5년에 벌금 20억원, 조선일보사 법인에게는 벌금 25억원을 각각 구형했습니다.
방 사장은 최후진술에서 "가장 혹독한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의 가혹한 수사를 겪으면서 이번 세무조사는 권력이 주도해온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 '훼손 위기'
산업자원부 광업등록사무소가 지난 2월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인 서해안 천수만 A지구 간월호 일대에 사철 채취를 위한 광업권(7년)을 설정해 준 사실이 15일 밝혀졌다고 한국일보가 보도했습니다. 아직 시.도의 채취허가가 남아 있지만 광업권이 등록되면 이 허가는 요식행위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환경훼손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이 지역에는 와룡천 하류 모래섬이 있어 겨울 철새인 큰 기러기와 가창오리가 많이 찾고, 봄.여름에는 쇠제비 갈매기, 천연기념물인 검은 가슴 물떼새, 흰 물떼새 등이 번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홍성군과 서산시 관계자는 광업권 설정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면서 "철새도래지 보호를 위한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광업등록 사무소 관계자는 "사철은 군수용으로 사용하는 주요 광물자원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허가신청을 해 등록을 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오늘의 주요 뉴스입니다.
- 미국 본토를 테러로 방어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1조 5천억 달러의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며 이는 Y2K 방지비용보다 훨씬 큰 액수라고 로스엔젤리스 타임즈가 15일 보도했습니다.
- 정부와 민주당은 노동부가 9월에 입법예고한 법안의 육아휴직급여 10만원을 2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6개월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한 남녀근로자가 생후 1년 미만의 영아를 위해 월 20만원을 받고 1년 범위 안에서 육아휴직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여야는 정책협의회를 열어 장기주식보유자의 세액 공제 범위에 대해 주식 보유 첫해에 5%(주민세 포함 5.5%), 두번째 해에 7%(주민세 포함 7.7%)의 소득세를 공제해주는 것으로 확정됐습니다. 투자 손실을 세금에서 깎아 주는 방안은 조세의 형평성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제도에 관해서는 10월 13일 뉴스브리핑을 참조하세요.
- 시중은행들이 이달말 부터 각종 수수료를 대거 신설하고 기존 수수료 요율도 크게 올립니다.
"은행들 수수료 올리기 행진" (한겨레신문)
- 지난해 1월부터 변호사 등의 부탁을 받고 세무서, 지역 건강보험공단, 전국 시.군.구청 등 관공서에 민원성 항의전화를 해서 특정인의 재산내역이나 체납세액을 알아내는 등 44만 4000여건의 개인 정보를 빼내온 6개 신용정보업체 직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가 9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세계경제의 후퇴에 따라 정보기술 관련 제품의 수출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 이한동 국무총리는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주5일 근무제는 현재 노사정위에서 경제상황과 중소기업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일정기간 유예하거나 보완하는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정부는 단독입법보다는 노사정위의 합의를 전제로 이를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격노했습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김원웅의원이 "문제는 미국의 세계전략, 왜곡된 중동정책에 있다"고 하자 이총재는 "공개된 자리에서 대표연설에 반하는 내용을 말하는 것은 당인의 본분에 반한다"며 "함부로 얘기하면 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콩가루집안으로 비친다"고 경고했습니다.
때아니게 하얀 가루가 문제인 모양입니다. 한나라당은 '콩가루', 미국은 탄저병이 문제죠? 한나라당의 콩가루...미국의 탄저병... 둘 다 같은 뿌리에서 나왔죠. 9.11테러 사태가 그것입니다.
한국에 사는 우리야 우편물이나 하얀 가루 조심하기 보다 병든 쇠고기 먹지 않는 게 탄저병에 걸리지 않는 방법이겠죠.
한나라당의 콩가루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그 콩가루를 탓할 게 아니라 그걸 잘 빚어내서 맛있는 떡을 만드는 게 총재의 능력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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