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리핑> 90조 국민연금 총체적 부실

등록 2001.10.18 07:24수정 2001.10.1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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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이 미국의 폭격으로 화염에 싸였다면 한국의 국회는 여야의 폭로전으로 얼룩졌습니다. 문제는 많은 일들이 폭로가 되고 있지만 한번도 속시원하게 밝혀져서 해결의 실마리가 되지는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여야 의원들이 폭로로 상대방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 목적이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자본금 3억' 부동산 개발사가 4만평 수의계약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 8만 6천여평의 토지 용도 변경과정에서 여권 실세가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어제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용도변경 직전에 이 땅을 구입한 회사가 99년 9월에 설립된 중소업체로 자본금 3억원, 종업원 10여명의 소규모 부동산 개발업체에 불과해서 또 한번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정자동6번지 일대 3만 9천평을 1600억원에 수의계약으로 분양받기로 하고 계약금 160억원을 지불했습니다. 이 정도의 모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이회사 H회장이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만 합니다.

또 당초에 성남시가 왜 정자지구의 토지용도 변경을 반대하다 갑자기 찬성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는가도 의문인데요. 당시에 성남지역 시민단체들이 'H회장이 여권실세와 가깝다.. 여권실세들이 이 사업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김병량 성남시장은 "시장출마 당시 공약사항이었고 용도변경 과정에서 정치인이나 개인, 누구한테 전화를 받은 일도 없고 건 일도 없다"며 특혜설을 일축했습니다.

고소인과 검사의 대화

한나라당은 17일 벤처기업 'C&S 테크놀리지" 대표 서아무 씨와 주주 박종금 씨의 주식분쟁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이상수 원내총무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 이 사건 고소인인 박종금 씨와 당시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김진태 부장검사 간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박 씨는 서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직후인 3월 30일 김 부장검사와 나눈 대화를 녹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녹취록은 사건 자체의 실상과 관련없이 우리나라의 정치권과 검찰, 그리고 법조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잘 드러내 줍니다. 자신의 정신건강이 염려되는 분은 보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녹취록 요지" (동아일보)


이 녹취록에서 드러난 것은 우선 정치인이 사건에 개입하고 있다. 둘째, 검사들이 고소인의 돈을 받는 경우도 있다. 셋째, 사건을 언론에 흘려 유리하게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한겨레신문은 의원신분의 변호사가 사건에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한편 중앙일보는 이 녹취록에 등장한 서울지검 동부지청 김진태 형사4부장이 17일 사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앞서 김 부장검사는 대검 감찰부에서 경위 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진정인 박 씨의 뇌물공여 의사표시와 명예훼손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출국을 금지했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김 부장검사는 "사건은 엄정하게 처리됐으며 진정인과는 오랫동안 알던 사이지만 금품은 전혀 받은 일이 없다"고 해명했고 민주당 이상수 총무는 "문제된 사건의 피고소인 서모 씨에게 변호의뢰를 받고 변호인 자격으로 검찰에 공정한 수사를 요청했을 뿐"이라며 외압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우리의 행정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처리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세 기사가 실렸습니다.

90조 국민연금 '총체적 부실'

2003년이면 운용자산이 100조원을 넘어서는 국민연금기금이 자산운용부터 관리감독체계 이르기까지 문제점 투성이라고 동아일보가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투자의사 결정체제에 '참여 민주주의' 방식을 도입하다 보니 정부부처 차관 5명, 사용자 단체와 근로자 단체 각 3명, 지역가입자 대표 6명이 위원으로 들어가 있어서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리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한 정부부처 운용위원은 "차관들이 바빠 거의 안 나오는데다 노동계와 시민단체까지 멤버로 들어 있어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털어놨습니다.

기금운용도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최근 내년도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총 17조원어치의 국채를 사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내년도 전체 국채발행 물량의 70%에 해당합니다. 이 정도의 물량이면 당장 국채금리가 떨어져 투자수익률도 뚝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참여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엄청난 규모의 자산 운용의 의사결정을 책임지지 않고 무엇보다도 현실 시장의 규모가 도저히 기금을 소화할 수 없는 여건에서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국립대 한의과 신설, 특혜 논란

중앙일보는 국립대 한곳에 한의학과를 신설한다는 보건복지부와 교육인적자원부의 결정을 둘러싸고 졸속시비가 계속되고 있다는 기사를 머리에 실었습니다.

첫 발단은 보건복지부에서 시작됩니다. 1991년부터 한의학과 정원 동결 방침을 돌연 바꾼 겁니다. 이미 교육인적자원부의 학생정원 조정 신청은 이 끝난 뒤 석달이나 지난 8월 22일, 보건복지부는 "세계 최고의 한의과 대학 설치.육성"이 필요하다며 교육부에 공문을 보냅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9월 6일 각 국립대에 25일까지 한의대 설립을 신청하라는 공문을 보냅니다. 지난 5월 10일 교육부 공문의 내용을 무시하고 이미 한의학과 신설을 신청했던 두 대학 외에 7개대가 추가로 신청합니다.

보건 복지부는 한발 더 나갑니다. 이러 저런 여건으로 특정 대학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한해 미뤄 국립대에 한의학과를 설치해도 될 일인데 그렇게 무리하게 처리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대학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합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국립대에 한의학과를 설립해 달라는 한의학계의 의견을 받아 설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뿐"이라며 "특정 대학에 대해 선호의견을 밝힌 것도 한의학 발전을 위해 종합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40만명 건강보험 사각지대

전 국민의 10%에 해당하는 440만명이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대한매일이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기초생활보호 수급대상자인 150만명보다 한 단계 높은 '차상위'계층에 속하지만 상당수가 건강보험료 체납에 따른 급여.재산.압류 등 강제환수 조치를 피하기 위해 병원 이용을 기피하고 있습니다.

17일 건강연대에 따르면 최근 서울 광진.구로구 등 5개구를 대상으로 저소득층의 건강보험료 장기체납 실태를 조사한 결과 광진구의 경우 조사대상인 177가구 중 48.6%인 86가구가 체납 중이며 이들 중 83.7%는 생계비 부족을 체납 이유로 들었습니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1년 5월 현재, 보험료를 체납해서 보험급여가 중단된 가구가 185만 가구를 넘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 민주당 김성순의원은 "상습 고액체납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징수대책을 펴야겠지만 납부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를 통해 등급별 탕감조치를 취하고 의료보장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한매일에 실린 관련기사도 함께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440만명 건강보험 사각지대" (대한매일신보)

단체장 '주민징계청구' 논란

민주당 정치개혁특위가 확정한 주민청구징계제도가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원래 단체장에 대한 징계제도는 러브호텔 난립과 난개발, 예산낭비 등 단체장의 부정과 비리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입니다. 특히 현재는 부정비리가 적발돼 사법적으로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단체장의 직무를 박탈할 아무런 장치가 없기 때문에 이런 제도는 더욱 필요합니다.

문제는 이번에 확정된 주민청구징계제도가 주민들에게는 징계의 청구권만 부여하고 최종적인 판단은 중앙기구인 윤리위원회(대통령임명 3인, 국회 선출 3인, 대법원장 지명 3인으로 구성)에 맡겼다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원래 취지인 주민들의 자치활성화에 기여하기 보다 중앙의 지방에 대한 통제장치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원래 취지가 주민소환제라면 결정도 주민이 내려야 한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김성순 민주당 지방자치위원장은 "주민소환제를 도입하는 게 원칙적으로 옳지만 엄청난 선거.행정비용과 소송남발 등 그 폐해가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탈레반과 미국에 동시에 시달리는 UN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습 개시 10일만에 보병을 투입했습니다. 이란 관영 라디오 방송은 17일 미군보병들이 아프가니스탄 국경 부근에서 헬기를 이용해 칸다하르 부근에 투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은 이날 낮 특수부대 소속 AC130 전투기 2대 등 미군기 10여대를 동원해 최대규모의 공습을 가했습니다. 탈레반은 이틀 동안의 칸다하르 공격으로 민간인 7명을 포함한 최소한 47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습니다.

BBC에 따르면 UN은 아프가니스탄의 몇몇 도시에서 법과 질서가 사라진 듯 하다고 경고했습니다. UN 식량계획은 탈레반군이 식량계획의 저장소 두 개를 장악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 국방부는 화요일에 적십자의 창고를 오폭했다는 것을 시인했습니다. 미국관리는 창고를 탈레반이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존 애슈크로프트 미 법무장관은 16일 "소수의 개인들이 허위로 탄저균 공격위협을 시도해 미국인들의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허위 탄저균 위협자 등 모든 형태의 테러위협자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엄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그 첫 케이스로 탄저균 위협을 시도한 코네티컷 주 환경부직원 조지프 패니리어즈로를 기소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극우강경파 장관 피습 사망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조건부 팔레스타인 독립 동의 발언이 나온뒤 곧이어 이스라엘 극우 각료인 레하밤 지비 관광장관이 암살당했습니다.

사건 뒤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은 이스라엘군이 지난 8월 미사일로 자파 지도자 알리아부 무스타파를 표적 암살한 데 대한 응징차원에서 암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을 돕는 세 사람?

김영삼 전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회동에서 나온 '보수신당설'을 둘러싸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두 김 씨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회창 총재. 이 총재가 16일 <주간조선> 인터뷰에서 "(보수신당은) 현정권의 권력연장을 돕자는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김 전대통령의 대변인 격인 박종웅 한나라당 의원은 '이회창 씨야 말로 김대중 씨를 돕고 있는 장본인'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어처구니없는 망발" "이성을 잃었다"등 거친 말로 성토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까지 상황이 몇번이나 바뀔텐데 그걸 모르고 마치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했고 김종필 자민련 총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가 하는 일은 다 잘 하는 것이고, 남들이 하는 일은 다 고약한 것이냐"며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총재쪽은 "신당창당을 가정한 기자의 질문에 답변했을 뿐"이라며 이를 두고 비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발했습니다.

야권의 세 거두가 모두 김대중 대통령을 돕는다는군요. 이것 참...

이밖에 오늘의 주요 뉴스입니다.

경제

- 세계은행은 미국의 성장률이 올해 1.1%에 그치며 내년에도 1.0%에 머물러 경제부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세계은행 동아시아 담당 수석분석가인 호미 카라스는 "동아시아의 경제회복은 최소한 6개월 이후에나 가능하다"며 "회복세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금융부문 개혁과 기업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9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6개월 뒤의 소비자 동향을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는 92.1로 지난 7월부터 3개월째 하락했습니다.

- 현대유화 채권단은 17일 채권금융기관 협의회에서 출자전환 3000억원, 채무 만기연장 1조 7000억원 등 모두 2조둰 규모의 채무 재조정 방안을 의결했습니다. 현대유화는 앞으로 현대유화 대주주 지분을 완전 감자한 뒤 국내외 매각에 들어갑니다.

국제

- 러시아와 일본은 한국측 입장을 감안해, 이달 중 발표하기로 했던 남쿠릴 열도 수역에서의 '제3국 꽁치조업 금지' 합의를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오늘도 뭔가 희망찬 기사를 발굴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정부의 무사안일, 편법, 나아가서 추악하게 얽힌 모습들을 주로 전해드렸군요. 그래서 그런가요? 장기기증을 국가가 관리한 이후 오히려 장기기증이 감소했다는군요. 장기매매를 근절하고 장기를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서 국가가 관리하는 건 당연한데... 뭐가 문젤까요? 그 답을 오늘 기사들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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