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 20억 들여 짓는 한·중·일 민속박물관

김진영 화백, 20여년동안 수집한 민속공예품 3천여 점 전시예정

등록 2001.10.20 14:24수정 2001.10.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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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취미 삼아 모았는데 이제는 이 민속품을 일반인들도 함께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박물관을 건립하게 됐습니다. 어느 누구든 자유롭게 찾아와 각 나라의 민속문화를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박물관 만들고 싶습니다."

문인화가로 널리 알려진 오무(吾無) 김진영(70·교동 252번지) 화백이 20여년 동안 우리나라와 중국·일본을 오가며 수집한 전통 공예품 3천여점을 2억원의 사재를 털어 지은 민속 박물관(연건평 3백여평)에 전시할 계획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화백은 사재를 털어 짓고 있는 민속 박물관에 이 공예품들을 전시해 우리나라와 중국·일본의 문화를 새롭게 배울 수 있는 산 교육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여행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전시회 때문에 세계 각국을 돌아다닐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그런데 민속공예품들이 각 나라마다 민족의 숨결과 생활 등 독특하고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더군요. 그래서 하나 하나 모으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많이 수집하게 됐습니다."

현재 김 화백의 거실과 서재, 주방 등 집안 곳곳에는 몇 십원 짜리 장난감, 억대의 당삼채 도자기, 4천여년 된 중국의 갑골문자와 당나라 때 불상, 일본 에도(江戶)시대 거문고와 담배 쌈지까지 지난 20년간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에서 수집한 민속 공예품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가득 차 있다.

현재 김 화백이 소장하고 있는 민속 공예품 중에는 인형과 같은 소박한 공예품도 있지만 중국의 한 박물관에 소장돼 있던 것을 비싼 값을 치르고 구한 당나라 때 탱화나 용 아홉 마리가 살아 숨쉬는 듯한 용목각 등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귀중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당나라 시대 한 관가를 허물었을 때 벽에서 나왔다는 목각인데 신기할 정도로 입체적이고 정밀한 조각입니다."


이렇듯 김 화백이 나라와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독특한 공예품을 수집하기 위해 수십 차례씩 중국과 일본을 오가야 했다.

"처음에는 작품을 팔아서 나가고 했는데, 나중에는 집사람에게 야단맞을까봐 거짓말로 서울 간다고 핑계 대고 나가곤 했는데 지금은 무척이나 미안하지요"라고 김 화백이 말하자 옆에 있던 부인 이귀순(66) 씨가 "다 알고 있었지, 그러면서도 속아준 거지"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일본과 중국을 드나든 횟수만 해도 무려 100번이 넘는다.

그만큼 김 화백이 각 나라의 민속공예품을 수집하는데 있어서도 애를 태웠던 일화도 적지 않다.

중국 은나라 때의 갑골문자는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은밀한 접촉을 통해 힘들게 구입 했으며, 높이가 2m도 넘는 화병은 중국 당산에서 100만원에 샀으나 국내로 들여오는 운반비(보험료 포함)로만 1천만원이나 썼다.

특히, 몽고 목동이 불던 나팔은 단지 그것 하나를 구하기 위해 몽고행을 했던 물건이다. 이렇듯 김 화백의 수집품들 중에는 가격도 천차만별이며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그리고 수집품 중 일부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박물관에 전시하라고 기증 받은 물건도 많다.

일본의 한 마을에서는 "박물관을 짓고 싶으니 민속품을 기증해 달라" 고 부탁하자 온 마을 주민이 대패. 도자기 등을 들고 나와 선뜻 기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접시 하나도 기증 받은 물건이 없다며 못내 서운함을 전했다.

김 화백은 50대 초반 해외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 다니면서 취미 삼아 외국 공예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 1백여점이 되자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싶은 욕심이 일었고, 이는 박물관 건립으로 이어졌다.

"수집이란 욕심이 없으면 안됩니다. 항상 가지고 싶은 것은 소유해야 한다는 그런 집념이 있어야 만이 가능합니다"라고 말하는 김 화백.

그 동안 문인화가 이외에도 조각가로써 그리고 서예가로서 명성을 떨친 김 화백에게는 이제는 새롭게 '수집가'라는 애칭이 하나 붙었다.

오는 11월 초 교동에 위치한 성산 홍심정 인근에 개관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 화백은 "박물관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동아시아 삼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시키는 산 교과서가 됐으면 좋겠다"며 "젊은 시절 스승께서 일 욕심이 너무 많으니 마음을 비우고 살라며 지어준 '오무'라는 호의 참뜻을 실천하는 의미에서 박물관이 완공되면 김제시에 기부채납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김 화백은 "박물관은 내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시민들을 위해 사회에 환원하는 문화사업으로 시에 기부채납 할 계획인 만큼 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관람할 수 있도록 인근에 주차장을 시급히 확보해 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김 화백은 부인 이귀순 여사 사이에 3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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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매체에서 조금씩 글을 쓰고있고 kbs라디오 리포터로 활동하였고 지금은 군산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따뜻한 소식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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