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리핑> '녹화사업'이라고 아십니까?

등록 2001.10.22 07:09수정 2001.10.2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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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사업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아마 지금 40대 전후인 독자들 중에는 들어본 적이 있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북한이 '적화사업'을 한다면 남한은 '녹화사업', 즉 '빨갱이'를 '녹색이'(?)로 만들겠다는 사업을 했습니다.

녹화사업이라고 아시나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1일 "규명위에 접수된 이윤성 씨 등 5건의 군의문사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81년 11월부터 3년동안 1100여 명의 학생이 강제징집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 결과, 보안사, 치안본부, 검찰, 안기부, 문교부, 대학 등이 긴밀한 조직적 협조 아래 '동향파악 -> 연행 -> 등급분류 -> 강제입영 -> 특별정훈교육'으로 이뤄지는 녹화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규명위 관계자는 "강제징집된 100여명의 병적기록부를 검토한 결과, '특수지원'이라는 날인과 각 부대 전출 확인날인이 모두 사라졌고, 각 사항의 필체가 한 사람의 것으로 밝혀졌다"며 군당국이 강제징집대상자들의 병적기록부를 일제히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화사업' 정권차원 '운동권 격리' (한겨레신문)

위 내용 중 '특별정훈교육'이라는 게 있죠? 강제징집된 학생들은 아무런 보직도 없이 최전방으로 보내졌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중간에 수시로 보안사로 소환돼서 특별휴가를 떠나게 됩니다.


군대에서 휴가를 갈 수 있다니 그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다니던 학교, 조직에 가서 동료들의 동향을 파악해서 보안사에 보고해야 했습니다. 말하자면 이른바 '운동권'에게 프락치 활동을 시킨 거죠. 꽤 쓸만한 얘기를 '물어가지' 않으면 '녹화'가 되지 않은 증거가 됐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떤 일들이 보안사에서 벌어졌을지 능히 짐작하실 겁니다. 그 과정에서 5명이 의문사한 겁니다. 어떻게 그리 잘 아느냐고요? 휴가나온 친구들이 즐겨 찾은 사람이 바로 저였으니까요. 어떤 조직에도 속하지 않고 대충 돌아가는 상황은 아는 저를 만나서 이러저런 얘길 들었다고 보고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나 봅니다.


70-80년대 이 땅에서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났는가를 보여주는 실례 중 하나입니다.


아펙정상 '반테러성명' 등 31개항 합의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9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는 21일 테러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테러리즘 근절을 위한 회원국간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반테러 성명'을 채택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반테러 성명'에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지지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또 정상들은 오는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에서 WTO 뉴라운드를 올해 안에 출범시켜 다자무역체제를 강화하고 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발도상국은 2020년까지 역내 무역을 자유화하자는 내용의 정상선언문을 채택했습니다.

"아펙 정상선언문 요지" (한겨레신문)

한편 김 대통령은 20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어 일본역사교과서 왜곡과 '꽁치분쟁' 등 두나라간 7개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두 정상간의 주요 합의사항은 *공동역사연구기구의 조속 설치 *고위급 외교.수산 당국간 회담의 개시와 연내 마무리 *한국인의 일본 비자 면제 *일본의 한국산 돼지고기 수입금지 조치 해제 *한일 투자보장협정 및 정보기술분야 협력 등입니다.

아펙 정상회의에서 두가지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지금 세계가 어디로 가는가를 둘러싼 논쟁입니다.

아펙정상회의의 두가지 설전

첫번째는 세계화에 대한 설전입니다. 잘 알려진대로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소신이 뚜렷합니다. "세계화는 패배자만 양산하고 있다", "(서구 강대국들의) 충고는 받아들이더라도 명령을 받아서는 안된다", "주체적으로 경제위기를 피하기 위해선 아시아권의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아시안 통화체제를 창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마하티르 총리의 발언입니다.

비텐세 폭스 멕시코 대통령도 "좀 더 공정하고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국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무역개방과 교류는 모두에게 경제적 번영을 약속해주는 성장의 엔진", "고립은 빈곤과 정체.무지만 증대시킬 것"이라며 "무역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시장의 힘을 제공할 것"이라고 응수했습니다.

두번째는 반테러전쟁에 관한 시각차입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은 전쟁 지지를 확보하려고 동분서주했겠죠. 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총리는 테러전쟁에 대해 군말없이 명확하게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김 대통령은 아펙 정상회의 첫 발제에서 "한국은 반테러 군사공격을 지지하며 이러한 노력에 필요한 모든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사람이 군사공격을 적극지지한다니 씁쓸합니다.

그러나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은 테러근절을 위한 협조체제를 지지하면서도 "주민피해가 있어서는 안되고 (대테러군사공격)이 유엔헌장과 국제규범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그는 또 푸틴 러시아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아프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 역시 미국의 대테러 군사작전이 온건파 이슬람권의 불안정을 초래하거나 민간인 희생자를 발생시켜서는 안된다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미 특수부대 '치고 빠지기'

미국은 20일(이하 현지시각) 처음으로 육군 레인저 등 특수부대병력을 탈레반의 거점인 칸다하르 부근에 투입했으며 앞으로 추가 지상작전을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군은 21일 처음으로 저공비행 무장 헬리콥터를 이용해 수도 카불 등을 공격했습니다.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이번 작전에 레인저 병력 100여명을 동원해 탈레반 최고지도자 모하메드 오마르의 거주지와 부근 비행장 등에서 정보수집.무기파괴 활동을 벌였으며 "작전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군 특수부대의 투입은 미국의 아프간 공격이 가장 '중요하고 위험스러운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뜻합니다. '치고 빠지기'로 불리는 이번 작전은 소규모 병력이 불시에 핵심 표적을 타격한 뒤 재빨리 철수하는 방식으로 뉴욕타임즈는 옛 소련의 아프간 경험, 소말리아에서의 미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마이어스 의장은 특수부대 병력이 "다음 작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혀 이런 유형의 작전이 되풀이될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또 부시 대통령은 중앙정보국(CIA)에 오사마 빈 라덴의 살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좋다고 한 것으로 워싱턴포스트가 전했습니다.

그러나 헬리콥터가 추락하면서 2명의 사망자가 난 데서 보듯 앞으로 적잖은 인명피해가 날 것이고 특수작전이 시작되면 아프간 안에서 소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미국의 군사적 작전과 정치적 노력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서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이 지연되고 있다고 로스엔젤리스 타임즈는 지적했습니다.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이번 작전의 메시지 중 하나는 우리가 선택한 시기에 언제든 우리가 원하는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본때'를 보여줘서 앞으로 '까불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죠.

어린애들이나 깡패들의 세계에나 통용됨직한 이런 말은 마이어스가 처음 한 것이 아닙니다. 1963년 미국무장관 애치슨은 미국 국제법학회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미국의 힘, 지위, 특권에 대한 도전에 미국이 대응할 때 그것이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국제법적 쟁점이 아니다".

힘에 대한 숭배는 40년간 일관된 미국의 정책기조였던 겁니다. 놈 촘스키교수는 "미국이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깡패국가'(rogue state)는 이라크나 리비아가 아니라 미국 자신"이라고 설파합니다.

그의 책 "불량국가"(깡패국가로 번역하는 게 더 어울릴 듯 합니다)가 새로 나왔습니다. '대테러전쟁'의 속내가 궁금한 분들은 촘스키 교수의 이 책을 "숙명의 트라이앵글"과 함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미국은 정신불량 - 촘스키의 불량국가" (경향 매거진 X)

"왜 미국을 테러하고 싶었는가" (한겨레신문)


유엔, 공습중단 요청키로

영국의 주간지 옵서버는 유엔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대규모 구호를 펼치기 위해 미국에 대해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중단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유엔은 "공습이 계속된다면 아프가니스탄 주민들 가운데 엄청난 수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공습중단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옵서버는 구호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마자르 이샤리프에 있는 난민캠프에서 노약자들이 이미 죽어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여야, '면책특권', '백궁의혹' 논란

한나라당이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이른바 '이용호게이트'의 배후가 김홍일 의원, 권노갑 최고위원, 정학모 사장이라고 공개한 것과 관련해서 민주당은 21일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제한하는 제도개선을 요구했고 한나라당은 이에 반발했습니다.

한광옥 민주당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면책특권의 악용 등 이번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드러난 국회제도의 문제점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한 대표는 언론에 대해서도 "정략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 국민에게 여과없이 전달되면 정치불신만 초래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권철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의혹과 비리를 덮으려는 교묘한 술수이자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하겠다는 반민주적이고 초헌법적인 발상과 정략적 기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스스로 자기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민주당의 처지가 참으로 딱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성역없는 비판'과 '무책임한 당략적 비판'을 구분하지 못하는, 기본 소양이 의심스러운 의원들도 보기 딱합니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입을 막으려는 처사는 옳지 못합니다. 우리 국회에 필요한 것은 제도적 규제 이전에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줄 아는 '어른스러움',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는 양식입니다. "아님 말고"식 태도야말로 부끄러워 해야 할 일입니다.


이 밖에 오늘의 주요 뉴스입니다.

사건과 사고

- 경마의 대중화를 꾀하기 위해 시작한 유선방송의 경마중계를 악용해 수백원원 대의 사설경마를 벌여온 이른바 '유선방송 경마하우스'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습니다.

- 정부 출연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이 99년 융통어음 전문사기단에 걸려 40여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또 이 사기단에 대한 보증에 손용문 전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동아일보 관련기사 보기

정치, 그리고 정책

- 한나라당 유성근 의원이 국회대정부 질무에서 공개한 김홍일 의원의 제주체류 정보보고서는 제주경찰서 정보과 임아무개 형사가 작성해서 한나라당 제주도지부 간부 김아무개 씨에게 넘겨준 것이라고 제주경찰청이 21일 발표했습니다. 제주 경찰청이 두 사람을 긴급체포해서 더욱 파장이 번지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간부 제주서 긴급체포 파장" (조선일보)

- 경향신문은 경기 성남시 백궁.정자지구 특혜의혹과 관련, 토지공사로부터 해당 지구 용도변경 용역을 의뢰받은 ㄱ건축사무소 부사장 ㅈ씨와 김병량 성남시장이 1999년 10월 토공과의 용도변경 밀약을 전후해 잇따라 호주와 독일을 함께 다녀왔다고 보도했습니다.

- 한나라당 이부영 총재는 20일 서강대 언론대학원 특강에서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언론사주를 구속한 것이 오히려 언론탄압이라는 의혹을 주고 있다"며 "검찰기소 이후에는 언론사주들을 석방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 교육인적자원부는 21일 강원 민족사관고, 경북 포항제철고, 전남 광양제철고, 부산 해운대고, 울산 현대 청운고를 자립형 사립고 시범학교로 선정해 3년동안 운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 재정경제부는 고령화사회에 대비해 대기업들의 실버산업 진출을 적극 유도하기로 하고 실버산업에 참여하는 대기업에 금융.세제지원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선 재경부는 노인휴양시설을 짓는 기업체를 임시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켜 내년부터 설비투자액의 10%를 공제해 줄 방침입니다.

- 정부의 뉴미디어 정책에 따라 추진돼 온 디지털 위성방송의 연내 실시가 무산됐습니다. 디지털위성방송 단독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는 올 하반기로 예정됐던 개국시기를 내년 3월로 연기했습니다.

- 신상진 신임 의사협회장 당선자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실패한 의약분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잘못된 건강보험제도에 대해 의협이 능동적으로 정책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히고 나서 의-약-정 관계에 또 파장이 예상됩니다.

남북관계

-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북쪽이 제안한 장관급회담 등의 일정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쪽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고 우리의 입장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획기사

- 중앙일보는 중국동포들에게 극히 제한적으로 비자를 발급하는 현재의 출입국 정책이 밀입국.장기 불법체류.인권문제 등 각종 부작용을 키우는 악순환의 고리라고 지적하는 기획기사를 실었습니다.


"중국동포정책 이대론 안된다" (중앙일보)


생활정보

-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강력히 요구해 왔던 이동전화요금 인하가 연내에 이뤄질 전망입니다. 재정경제부는 다음달 중 이동전화 요금 인하 방안을 확정한 뒤 오는 12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 세계일보는 이번 주말에 절정을 이룰 단풍 명소로 황악산(추풍령), 적상산(무주), 지리산, 주왕산을 소개하고 있군요.

"이번 주말 절정 이룰 단풍명소 4곳" (세계일보)

화제와 미담

- "황금박쥐! 어디 어디에서 오오는가?" 나이든 분들은 만화영화 주제가가 지금도 생생할 겁니다. 황금박쥐는 전남 함평군에서 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환경부는, 세계 희귀종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황금박쥐의 집단 서식지인 전남 함평군 고봉산 일대를 올해 안에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습니다.

- 악성종양 때문에 다리를 절단해야 했던 최영호 군이 뇌종양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조진호 씨의 장기 기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따뜻한 소식입니다.

"죽음 속에서 피워낸 사랑의 실천" (경향신문)

- 서울 영등포경찰서의 최동규 경무계장은 7년째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을 방문해 성금을 전달하고 색서폰 연주를 하고 있다는군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소외된 이웃들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밝아질 것"이라는 최 경장의 이야기를 읽어보시죠.

"색서폰 불며 이웃돕기 합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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