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 한로, 상강의 의미와 풍습

<민족문화 바로알기>

등록 2001.10.23 14:47수정 2001.10.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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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중 가을 절기로는 추분, 한로 상강을 든다. 그 중 오늘(23일)은 상강이다. 늦었지만 추분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추분(秋分)


24절기 중 열 여섯 번째로 음력으로는 8월 중이며, 양력으로는 9월 23일 경이다. 추분점은 천구상(天球上) 황도(黃道)와 적도(赤道)의 교점 가운데에서 태양이 북쪽으로부터 남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으로 적경(赤經)·황경(黃經) 모두 180°, 적위(赤緯), 황위(黃緯) 모두 0°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지만, 실제로는 태양이 진 후에도 어느 정도의 시간까지는 빛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낮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진다. 백로와 한로 사이에 든다.

옛 사람들은 추분기간을 5일을 단위로 3후로 구분하였는데, 초후(初候)에는 우레 소리가 비로소 그치게 되고, 중후(中候)에는 동면할 벌레가 흙으로 창을 막으며, 말후(末候)에는 땅 위의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고 하였다. 농사력에서는 이 시기가 추수기이므로, 온갖 곡식이 풍성한 때이다.

추분도 다른 24절기들과 가티 명절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춘분과 더불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으므로 이날을 중심으로 계절의 분기점 즉,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이 무렵의 시절음식으로는 버섯요리가 대표적이다. 또 추분 무렵 추수하고, 목화를 따며, 고추도 따서 말리는 등 여러 가지 가을걷이를 한다.

한로(寒露)


24절기의 열 일곱 번째로 추분과 상강 사이에 들며, 음력으로 9월, 양력으로 10월 8일경이다. 해는 황경 195도의 위치에 온다. 한로는 찰 '한(寒)', 이슬 '로(露)'로 공기가 차츰 선선해지면서 이슬(한로)이 찬 공기를 만나서 서리로 변하기 직전이고, 세시명절인 중양절(重陽節, 음력 9월 9일)과 비슷한 때이다.

옛 사람들은 한로 15일간을 5일씩 끊어서 3후(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초대를 받은 듯 모여들고, 중후(中候)에는 참새가 적어지고, 말후(末候)에는 국화가 노랗게 핀다고 하였다. 이 때는 오곡백과를 수확하고, 타작이 한창인 시기이다. 또 아름다운 가을 단풍이 짙어지고, 여름새 대신에 기러기 등 겨울새가 오는 때이다. 한로를 전후하여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술을 담그며, 온갖 모임이나 놀이가 성행한다.


이 때쯤 높은 산에 올라가 수유(茱萸)열매를 머리에 꽂으면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는데, 이는 수유열매가 붉은 자줏빛으로 붉은색이 귀신을 쫓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로와 상강에는 시절음식으로 추어탕(鰍魚湯)을 즐겼다. <본초강목>에는 미꾸라지가 양기(陽氣)를 돋우는데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가을(秋)에 누렇게 살찌는 가을 고기라는 뜻으로 미꾸라지를 추어(鰍魚)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상강(霜降)

24절기의 열 여덟 번째 절기로 한로와 입동 사이에 있으며, 음력 9월, 양력 10월 23, 24일 경이 된다. 해의 황경이 210도 되는 때이다. 이 시기는 맑고 상쾌한 날씨가 계속되며 밤에는 기운이 뚝 떨어지면서 서리(霜)가 내리기(降) 시작한다 하여 상강이다.

옛사람들은 상강기간을 5일씩 삼후(三候)로 세분하여 초후(初候)에는 승냥이(이리와 비슷한 산짐승으로 성질이 사납고, 초식성 짐승을 잡아먹는다)가 산 짐승을 잡고, 중후(中候)에는 풀과 나무가 누렇게 되고 떨어지며, 말후(末候)에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가 모두 땅에 숨는다고 하였다.

봄에 시작했던 농사일도 상강 때쯤이면 가을걷이가 마무리된다.

<농가월령가〉도 9월령에서는 “들에는 조, 피더미, 집 근처 콩, 팥가리, 벼 타작마침 후에 틈나거든 두드리세……”로 율동감있게 바쁜 농촌생활을 읊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농사기술의 개량으로 이러한 일들이 모두 한 절기 정도 빨라지고 있다.

우리 속담에는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라는 것이 있다. 가을철에는 바빠서 아무 쓸모 없던 것까지도 일하러 나선다는 뜻일 것이다. 또 "가을판에는 대부인(大夫人)마님이 나막신짝 들고 나선다"라는 속담도 있다. 그만큼 추수기엔 존귀하신 대부인께서까지 나선다는 말로 대단히 바쁜 계절임을 나타낸다.

'좋은 생각' 2000년 11월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흔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 몸의 음양의 작용과 관계가 있다. 계절적으로 음기가 강해지는 가을에는 남성의 몸 안의 양기가 더욱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남성들은 가을이 되면 신체리듬이 최상이 되고, 더불어 뇌 작용도 활발해져 일의 능률도 오르며, 이성을 그리워하게 된다. 대부분의 남성이 사계절 중 유난히 가을을 좋아하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반대로 일마다 의욕을 상실하고 식욕을 잃는 등 오히려 기운이 떨어지는 남성도 있는데,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거나 술 담배가 지나치고 수면이 부족해 몸이 지쳐 있는 경우이다. 이때는 자전거 타기나 배드민턴 같은 가벼운 운동과 함께 미꾸라지, 꽁치, 고등어 등으로 단백질과 지방을 충분히 섭취해 주면 좋다.

반면 여성에게는 우울증이 찾아온다. 가을, 겨울이 되면 심한 우울증과 함께 졸음이 오고 식욕이 감퇴하는 '새드(SAD)'라는 증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생기는데, 이는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신경전달물질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는 취미활동을 즐기며 외출을 자주 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 어울리는 것이 좋다. 또 아침 저녁으로 연꽃씨를 차처럼 끓여 마시거나 모밀국수나 오이무침, 무국, 보리밥 등 찬 기운이 있는 것들을 먹는 것도 좋다. 하지만 우울증 해소에 무엇보다 좋은 것은 배우자나 부모, 자녀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속마음을 쉽게 털어놓는 사람은 우울증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말을 기억하라."

지난 일요일엔(10월 21일) 한 단체의 추수감사제 행사가 있었다. 가을걷이를 끝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여 하루를 즐겁게 지내는 모습이 정겨웠다. 이 가을 우리도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를 읊조려 보자.

가을의 기도(祈禱)

김현승 시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덧붙이는 글 | 뿌리넷 : www.poori.net
이야기 한자여행 : www.hanja.pe.kr/8-han/8-han1.htm
디지털한국학 : www.koreandb.net/holiday/heritage/cult_day03.html 
우리가 알아야 할 국경일과 기념일 : myhome.shinbiro.com/~leens84/index.htm
민속대사전, 한국민속사전 편찬위원회, 민족문화사, 1991
한국의 민속, 김성배, 집문당, 1980

덧붙이는 글 뿌리넷 : www.poori.net
이야기 한자여행 : www.hanja.pe.kr/8-han/8-han1.htm
디지털한국학 : www.koreandb.net/holiday/heritage/cult_day03.html 
우리가 알아야 할 국경일과 기념일 : myhome.shinbiro.com/~leens84/index.htm
민속대사전, 한국민속사전 편찬위원회, 민족문화사, 1991
한국의 민속, 김성배, 집문당,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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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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