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3일 참여연대에서 발표한 '국내 인간배아 관리실태 조사보고서'는 그 동안 언론에 산발적으로 보도되고, 소문만 무성하던 국내인간배아관리 상황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보고서로 판단된다.
이 보고서는 허술한 인간배아관리의 실태와 연구에 사용할 때 필요한 기증자의 동의서 조차 제대로 구비안된 상황임을 그 내용으로 하고있어, 국내 인간배아 관리상황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수많은 동의서와 약관이란 것을 대함에도 불구하고, 자라나서 인간이 될 수 있는 배아의 기증과 연구에 있어서는 이런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절차도 무시되는 것이니, 이는 마치 인간배아가 그 흔한 신용카드 한 장만한 가치와 그에 따른 존중도 받지못하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설령 일부과학자를 비롯한 사회일부의 의견처럼 배아가 인간이 아닌 단순한 세포덩어리(cell mass)라고 가정한다고 할 지라도 인간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만들어진 소중한 인체의 산물로서 그 가치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은 배아를 이용한 생명과학연구가 활발한 나라이고 그 연구수준도 세계적이다. 하지만 그 연구의 수준에 맞게 생명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는 윤리의식의 부재로 그 동안 국민들의 우려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고, 심지어는 윤리의식 없는 무분별한 연구 분위기 때문에 기형적으로 연구 활동만이 발전한 것이 아니냐는 견해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과학자와 정치인 및 관계당국들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생명윤리기본법을 비롯한 관련법 제정이 과학발전에 저해요소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미국, 유럽 등 여러나라가 생명윤리에 관한 법을 제정한 이후에 더욱 연구활동이 안정되고 활성화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견해는 잘못된 것이다.
이번 참여연대의 보고서로 말미암아 인간배아를 중심으로 한 생명과학연구의 윤리에 관한 법제정이 더 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는 하나의 당위임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나는 이러한 구체적인 사실들(facts)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관련법 제정에 국민들과 함께 분발하여 나서줄 것을 정부당국과 관련 연구자들에게 요청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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