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료집 시리즈 3 - 농민 3명 중 2명, 정부 신뢰하지 않는다!

민주당 정장선 의원 <농민의식조사 결과보고서> 자료집 발간

등록 2001.10.29 14:31수정 2001.10.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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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농가 살림살이 '그대로다' 55.8%
오히려 나빠졌다는 응답도 34.2%, 근본적 문제 해결 필요


20일 간에 걸친 국정감사가 끝이 났다. 그러나, '이용호 게이트'를 둘러싼 무수한 의혹과 공방속에 정작 정책감사를 충실히 준비했던 의원들의 질의는 쉽게 묻힐 수밖에 없었다. 국감이 열리기 전 열린 한 토론회 자리에서 "아무리 정책감사를 열심히 준비해도, 언론이 잘 다루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한나라당 관계자의 우려는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정기국회를 맞아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정성을 쏟아 내놓은 정책자료집의 주요 내용들을 소개한다.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쌀 한포대 더 사주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농협은 미곡종합처리장(RPC) 운영 등 쌀사업을 하는 일선조합에 벼 매입자금으로 5천억 원을 당초의 연 3% 이자에서 무이자로 지원하겠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쌀값 대책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와 허탈감은 쉽사리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농민들의 집회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농민회 소속의 한 간부는 "풍년이 들어도, 흉년이 들어도 농민들의 주름살이 늘어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이는 우리 정부의 농업정책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 총연맹(의장 정광훈)도 ▲쌀 재고량 해소를 위한 '조기 대북지원' ▲정부 수확기 벼 매입 계획(1325만석) 이행과 생산비 보장 ▲농협 시가매입·시가방출제 도입과 수탁판매제 도입 철회 ▲수입쌀 둔갑판매, 불법유통 근절과 철저한 관리대책 ▲휴경보상제, 윤작제 도입 등 생산감축 계획 즉각 철회 등을 중심으로 "쌀은 주곡인만큼 시장기능에만 맡기려 하지 말고 정부 개입력을 확대하라"며 반발의 목소리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 9월 국회농림수산해양수산위 소속 민주당 정장선 의원이 발간한 <농업정책에 대한 농민의식조사 결과보고서>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제주를 포함 전국 1000명의 농민을 대상으로 8월28일부터 같은달 31일까지 4일간 실시된 이번 전화조사 결과의 신뢰수준은 95%이며, 최대허용 표본오차는 ±3.10%다.


응답자를 보면 남자가 661명으로 66.1%를 차지하고 있으며, 50대 이상과 연소득 1000만원 이하 대상자는 각각 660명(66%)과 621명(62.1%)이
었다. 그럼 쌀값 대책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인 8월말의 시점에서 농민들이 정부정책에 대해 평가하는 점수는 과연 어느정도 수준이었을까.

설문조사의 결과는 한마디로 농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하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에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10.4%)를 포함 부정적인 응답이 68.2%나 돼 긍정적인 답변(30.1%)을 압도했다. 특히 농가가 밀집돼 있는 충남(70.8%), 경북(71.8%), 경남(70.3%), 전남(69.6%) 지역에서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농가 살림살이의 체감변화를 묻는 질문에도 응답자들의 과반수 이상은 '그대로다'(55.8%)고 답했으며, '좋아졌다'는 응답은 9.9%에 그쳤다. 반면, '오히려 나빠졌다'는 응답은 무려 34.2%에 이르렀다. '나빠졌다'고 대답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농산물 가격 하락'(36.5%), 농가부채(16.4%), 경제의 전반적 어려움(12.8%) 등을 꼽았다.

또한 응답자들은 국민의 정부 농업정책 중 가장 큰 성과를 묻는 질문에도 35.5%가 '성과가 없다'고 답해 간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응답자들이 현정부의 성과로 꼽은 것은 농가부채대책(17.8%), 논농업직불제(12.7%), 농산물 유통개혁(9.3%) 순이었다.

반면, DJ 정부 농업정책 가운데 가장 성과가 미흡한 정책으로는 '농산물유통개혁'이 43.0%로 가장 높았으며 '농가부채대책'을 지적한 응답자도 26%나 됐다. 응답자들은 농산물유통개혁이 가장 미흡한 이유로 '농산물 가격의 하락'(39.3%), '개혁된 것 없음'(15.1%)을 꼽았으며, '까다로운 조건과 절차'(37.6%), '상환연기로는 근본적 대책 안됨'(30.9%)을 농가부채대책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63.7%, 농사는 천직

그럼, 응답자들이 제시한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안은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응답자들의 과반수 이상(57.8%)은 '농산물유통개혁을 통한 가격 안정'을 꼽았고, 이어 '쌀재고 처리 등 쌀값안정'(23.6%), '직접지불제 등 농가소득보조 확대'(9.9%), '농업재해보험 등 재해대책'(4.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농가부채 해결에 대한 물음에 가장 많은 응답자들(62.8%)은 농산물 가격안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의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가격안정'이 부채경감(28.2%)이나 농가소득 보조(7.0%) 등의 물질적 지원보다 높게 나온 것은 농민들이 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해결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쌀값 안정을 위한 대책으로는 34.1%가 '추곡수매 가격을 큰 폭으로 내리더라도 수매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대답했고, '아침밥먹기 운동 등 쌀소비확대 캠페인'과 '수매양곡 방출 억제'라는 응답도 각각 31.3%와 15.7%로 조사됐다.

'국민 동의를 얻어 남는 쌀을 북한에 보낸다'(14.6%)는 응답이 고소득층과 대농층에서 높았다는 점도 특색이었다는 게 관계자의 분석.

그러나, 정부의 농정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환경하에서 농사를 계속하겠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81.1%나 됐으며 이중 63.7%는 '어떤 경우에도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고 계속한다'고 대답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저연령층 및 고학력 층(20대:51.8%, 대재이상:38.8%)은 '전업할 것이다'고 많이 답해 현재의 농촌위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과연 이들에게 '서민정권'을 표방했던 국민의 정부는 뒤늦게나마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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