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장 방청석에 얽힌 일화들

등록 2001.11.05 17:12수정 2001.11.0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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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심장부에 위치한 국회 본회의장.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비롯 대정부 질문, 대통령의 국회 연설 등이 모두 이곳에서 이뤄지며 법안과 예산안, 국가의 중요한 현안들이 최종적으로 처리되는 곳이다.

방청석에 관한 글을 <국회보> 10월호에 기고한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본회장은 570평의 면적에 높이는 18미터로 일반아파트의 6개층에 해당하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본회의장 정면에는 방송 화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의장석이 위치하고 있고, 그 아래 면책특권이 부여된 발언대가 있다.

발언대를 마주하고 중앙엔 의원석이 배치돼 있으며, 그 위로 69석의 기자석과 24석의 특별방청석, 299석의 일반인 방청석이 위치해 있다.
국회방청규칙 제4조에 의하면 예전에 국회의원이었거나 국무위원,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이상의 직에 있었던 사람들이 특별방청석에서 방청할 수 있다. 또,교섭단체가 있는 정당의 대표, 외국귀빈과 특별히 인정받은 사람들도 이 특별방청석을 이용할 수 있다.

본회의장의 일반 방청석은 회의가 없을 경우 누구나 자유로이 둘러볼 수 있으며, 이를 '참관'이라고 하는데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많은 경우 하루 3천명을 넘어서기도 한다고. 이와 달리 회의과정을 직접 살펴보는 것은 '방청'이라고 한다. '방청'의 경우엔 '참관'과 달리 사전 규칙에 따라 방청권을 교부받아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방청규칙은 총기 또는 위험한 물품을 소지하거나, 취기가 있는 사람, 기타 질서유지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는 사람은 방청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12세 미만의 어린이는 의장이 허가한 때에만 방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방청인은 보자기, 기타 부피가 있는 물품을 휴대하지 못하며 음식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는 것도 금지사항이다. 집중을 위해 신문이나 기타 서적류도 읽어서는 안 되며, 회의장의 논의에 대해 반대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박수를 쳐서도 안 된다. 회의에 방해가 되는 소리를 내거나 떠드는 것도 물론 금기 사항이다. 휴대폰 벨소리도 절대 울려선 안된다.

그러나, 이런 엄격한 규칙에도 불구하고 방청석과 기자석에 얽힌 웃지 못할 사연들은 참으로 많은데, 그 중 대표적인 것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놈들아!" "이기자, 조용히 하시오!"


58년 '보안법 파동' 때의 에피소드다. 당시 동아일보 기자였던 이의장이 보다 못해 "야, 이 자유당 놈들아"라고 외치자 당시 곽상훈 국회부의장이 "기자석의 이만섭 기자, 조용히 하시오"라고 주의를 줬다는 사실이 속기록에 남아 있다.

정치, 정책에 대한 항의


지난 69년 3선개헌 저지를 위해 야당이 농성에 들어갔을 당시 윤보선 전대통령과 재야의 함석헌 옹 등이 긴장된 모습으로 개헌안 처리 과정을 방청석에서 지켜봤다. 지난해 12월 새만금 간척사업을 둘러싸고는 환경관련 종교단체 회원들이 일반방청석에서 마스크를 한 채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

카메라 경고령

정치인들의 사소한 일거수 일투족까지 지켜보는 사진기자들에 의해 가끔은 의원들의 은밀한 메모까지 촬영돼 작은 소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특히 각 당의 지도부들은 기자석과 가까운 맨 뒷자석에 앉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곤혹을 치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해 11월엔 자민련 김종필 당시 명예총재가 이한동 총리에게 보낸 '아니꼽더라도 참고 견디라'는 메모가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사진 기자들의 열띤 취재경쟁으로 인해 카메라가 밑으로 떨어져 경비진들이 일순간 긴장하는 사례도 있었다. 반면 지난 94년 12월 정기국회 마지막날엔 본회의장 2층 기자석에서 국회부의장이 사회를 보며 예산안 등을 통과시켜 '날치기 국회'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했다.

본회의장 방청성과 관련해선 며칠 전인 10월 31일에도 시위소동이 있었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민주당 심규섭 의원이 제안설명을 하던 도중 한국통신 전직 노조원 3명이 정리해고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면서 시위를 벌이다 경위들에 의해 끌려나간 것.

이들은 유인물 100여 장을 방청성과 본회의장에 뿌린 뒤 한 명은 4미터 아래 본회의장으로 뛰어 내리다가 연행됐고, 나머지는 소형 현수막을 내걸다가 현장에서 제지당했다는 게 지켜본 이의 설명이다.

전날의 사태에 대해,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다음날 "국회 의사당 방청석에서 의석으로 뛰어내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여러 나라 국회를 방문했지만 참으로 창피한 일이다"며 "국회 권위가 실종되는 것 아니냐. 권위는 확립되어야 한다. 이런 것을 제대로 따지는 사람들에게 수구 반동이라고 몰아친다"고 말했다.

"우리의 정치가 제자리를 못 찾았을 때 기자석은 소리치고 방청석은 정치의 현장이 되기도 한다"는 국회 관계자의 지적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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