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04:00를 가리킨다. 지난밤에는 옆자리가 비어 칼 잠을 자지 않아도 되었다. 밖에서 잠을 자도 됐을 정도로 포근한 새벽 날씨다. 하늘을 쳐다보니 별이 보이지 않는다. 취사장에서 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배낭을 둘러멘다. 3대가 적선해야만 지리산 일출을 볼 수 있다는데 제발 장엄한 일출을 맞고 무사히 하산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천왕봉을 향했다.(05:30)
헤드라이트 불빛에 따라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니 금세 땀이 솟는다. 덥기 전에 벗고 식기 전에 입어라 산행수칙에 따라 겉옷을 벗었다. 고사목 지대를 지나 제석봉에 도달하니(06:10) 서서히 어둠이 걷히며 중산리 방면이 시야에 들어온다. 통천문을 오르는 철계단에는 줄을 서고 있다. 지리산 신령이 부정한 자는 출입을 거부한다는 통천문. 이곳을 통과해야 천왕봉을 밟을 수 있다. 벌써 야호 소리가 간간이 들려 온다. 저 것도 예의가 아닌데... "아니 온 듯 다녀가라"는 말을 잊었는가. 자연을 깨우는 것은 자연만이 할 수 있는데 인간이 내지르는 야호 소리는 산새와 수목들의 생체 리듬을 깰 수도 있다.
지리산 주능선 종착점이면서 최고봉인 천왕봉에 섰다(06:25) 사방을 둘러보지만 아무 것도 잡힐 것이 없다. 더 이상 오를 곳도 없다. 연봉들이 천왕봉을 치받들고 준령은 겹겹이 에워싸고 있다. 일출 장면을 디지털카메라에 담기 위해 좋은 자리를 잡았는데 동녘의 운평선은 미동도 않는다. 누군가 "오늘 일출은 볼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일행들을 인솔해 내려간다. 일출을 보지 못하면 중천에 걸린 해라도 보고 가야지... 추위에 떨며 한시간이 지나도 침침한 하늘은 그대로다. 일출 맞이 객은 모두 하산하고 상봉을 위해 늦게 오르는 발걸음만 드문드문 하다.
대원사, 중산리, 백무동, 칠선 계곡 중 하산길의 선택만 남았다. 천왕봉에서 중산리 반대편인 북쪽을 굽어보니 깊은 계곡에 하얀 줄이 굽이굽이 이어져 있다. 저기가 천불동계곡, 탐라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불리는 칠선 계곡인가. 중산리와 백무동 방면은 답습을 하였고 대원사와 칠선계곡 코스 선택을 놓고 한참을 고민을 하다가 하산을 시작했다.(07:35)
덧붙이는 글 | 성삼재--1.5km--코재-1km --노고단산장(2.5km,1시간)-0.4km -노고단고개-2.1km 두 번째헬기장-0.6km- 피아골갈림길-0.5km -임걸령(6.1km, 2시간30분)--1.3km, 40분--노루목-(반야봉-왕복1시간30분소요)0.5km -삼도봉--1.3km, 40분--화개재(총9.2km, 3시간50분)-1.2km-30분--토끼봉-총각샘-3km,1시간40분-연하천산장(13.4km, 6시간)
연하천산장-삼각봉--1시간40분--벽소령산장(총17km,7시간40분)-2.4km,1시간20분-선비샘(덕평봉)-1km- 칠선봉-2km-영신봉-0.9km-2시간-세석산장(총23.3km, 11시간 소요)-0.7km-촛대봉(연하봉-삼신봉)2.7km-장터목산장(총26.7km, 13시간)
장터목산장-0.6km-제석봉-0.6km-통천문-0.5km-1시간10분--천왕봉(총28.4km, 14시간10분)-하산(7시간 1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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