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책장례식'에 대한 반론

중앙일보의 적반하장을 꾸짖으며

등록 2001.11.08 00:37수정 2001.11.08 22:00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11월 3일에 있었던 '이문열 씨의 도서 반납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석했던 기자는 위 행사에 대한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의 보도 태도에 기가 차 이 기사를 쓰게 되었다.

기자로서는 조선일보야 상종을 하지 않는 신문이므로 그러려니 하지만 중앙일보가 사설(<문화적 히스테리 '책의 장례식'> 2001.11.6)까지 동원하여 이번 행사의 성격을 왜곡하고, 비난하는 데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중앙일보 사설에서는 "지성인, 더구나 문인이라면 누구보다도 적절한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무가 있다. 그러나 한 작가가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책들을 '집단사망'시켜 장례를 치르는 행위는 도를 넘는 '집단 괴롭히기'와 다를 바 없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씨가 행한 발언을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이라고 두루뭉실하게 넘어갈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날 행사에서 발표된 성명서에도 밝혔듯이 이 씨의 홍위병 발언은 교묘하게 변형된 색깔 공세이며, 또한 홍위병 발언은 김대중 정권의 앞잡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지역차별 조장 발언이다. 지성인, 더구나 문인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처럼 말도 안되는 색깔공세와 지역차별을 조장하는 발언을 공공연히 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사설에서는 "양식있는 독자라면 공개된 논의의 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떳떳이 토론하는 게 옳다. 또 한 작가의 가치관이 책의 작품성을 저해할 정도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면 차라리 그 작가의 책을 사지 않는 것이 독자로서 바른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일 것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지금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에게 '빨갱이'혐의를 씌우고 '지역차별을 조장' – 이 말은 곧 이 씨가 화덕헌(이문열 돕기 운동 본부장) 씨에게 했던 '너 고향이 전라도지?'와 통하는 같은 말이다 - 하며, 본인의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는 사람과 어찌 공개된 논의의 장에서 토론을 하란 말인가?

중앙일보여, 그대들은 화덕헌 씨가 성명서를 낭독하며 흘렸던 눈물을 보았는가? 그 눈물의 의미를 아는가? 화덕헌 씨와 그 자리에 참석했던 독자들이 제창했던 '한국어 만세, 한국문학 만세'의 만세 소리를 들었는가? 그 만세소리의 의미를 아는가? 중앙일보(혹은 이 사설은 쓴 주필)여, 그대는 이 나라 문학을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는가? 그토록 문학을 사랑하지만 그토록 문학을 사랑하기에 이 씨의 문학작품을 장송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독자들의 마음을 그대들은 조금이나마 헤아려 보았는가?


백번 양보하여 그날의 행사가 중앙일보가 말하듯 도가 지나친 행사라도 문제는 남는다. 왜 그들이 그런 섬뜩한(중앙일보의 표현대로) 행사를 해야만 했을까? 그리고 중앙일보 등 한국 언론의 비판의 형평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날의 행사에 참석했던 이 씨의 독자들이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하는데 인색했다'치자. 그럼 이 씨는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하는데 후덕했던가? 그가 행한 '홍위병' 발언은 인색의 차원을 넘어 상대를 인정할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중앙일보는 과연 이 씨의 발언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보였던가? 이 사회에서 누구의 영향력이 더 강한가? 수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고, 이 신문 저 신문을 넘나들며 칼럼을 쓰고,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이문열인가? 아니면 삼개월여 동안 730여 권의 책을 모아 50여 명이 그 책을 반납하는 행사를 벌여, 한 번 언론의 조명을 받는 이름없는 독자들인가? 중앙일보의 눈엔 그렇게 영향력 강한 이 씨의 몰지각한 발언은 보이지 않고 이름 없는 독자들의 섬뜩한(?) 행사만 보인단 말인가?

기자는 여기서 한국언론의 적반하장을 꾸짖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정론지라 부르는 언론이라면 스스로 나서 이런 몰지각하고 몰상식한 발언을 비판하고, 견제하여 다시는 그러한 무책임한 발언을 못하게 막아줘야 하지 않을까? 언론이 하지 못하여 힘없고 이름없는 독자들이 들고 일어난 행사에 대하여는 그렇게 혹독한 비판을 퍼붓는 언론이 어찌하여 이 씨의 몰지각하고 몰상식한 발언에는 그리도 관대하단 말인가?

마지막으로 기자는 중앙일보 등 이번 행사를 폄하하고 비판했던 이 나라의 메이저 신문들에게 간곡한 부탁을 드리며 이 글을 마무리하겠다. 기자도 그런 행사에 다시는 참석하고 싶지 않다. 남들 다 즐겁게 노는 주말에 기자인들 그런 행사에 참석하고 싶었겠는가?

제발 부탁이니 기자처럼 힘없고, 이름없는 민초들이 나서지 않아도 되게 힘있고, 이름 있는 언론들이 다시는 이 씨의 '홍위병' 발언 같은 몰지각하고 몰상식한 발언을 무책임하게 내뱉지 못하도록 비판하고 견제해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제발 부탁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3. 3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