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은 평교사들 요구가 아니다

평교사들 '교직이 부끄럽다'

등록 2001.11.22 11:51수정 2001.11.2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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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동네 빵집에 갔는데, 동네 아주머니들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하나같이 교사 욕을 하는 겁니다. 오히려 정년을 줄여야 한다고 흥분하고 있었습니다. 난 얼굴이 화끈거려서 빵을 사지 못하고 그냥 나와버리고 말았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이 이렇게 부끄러웠던 적은 없습니다."

우리 학교 교무실에서 오늘 아침 한 여교사가 흥분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정말 우리 모두가 부끄러워했다. 교무실 탁자 위에는 '교원정년연장'이라는 톱기사가 실린 신문이 놓여 있었다.

교사들이 정년연장을 원한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 그리고 한국교총이 힘을 모아 '교원'의 정년을 1년 연장했다. 62세에서 63세로 연장한 것이다. 밖에서 보기에는 오늘 아침 교무실에서 교사들이 웃으면서 어제 밤 뉴스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 교무실의 '교원'들은 대부분 한나라당과 교총에 대한 욕설이 튀어나왔다.

'교원'은 교장, 교감, 교사를 말합니다.

"정년연장? 누구 정년을 연장하자는 겁니까? 교사들이 아니고 교장 정년을 두고 하는 말이겠죠." (청도 이00)

이번 정년연장은 결국 현직교장과 교감의 재임기간 연장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수십 년을 공들여서 그 자리에 올라갔는데, 정년이 단축되는 바람에 퇴직할 수밖에 없는 교장들에게는 1년이라는 기간은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다. 3년간 교장생활과 4년간 교장생활을 한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겠지만, 40년 평교사 생활에서 41년 평교사로 근무한다는 것은 그리 큰 혜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정년연장은 학교장들이 주도했고, 학교장들이 중심이 된 한교총은 성과급 논쟁에서 전교조에 밀려난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 한나라당과 손을 잡은 것이라는 것이 주변 교사들의 분석이다. '교원'의 정년연장은 교장의 재임기간 연장에 지나지 않는다.

더러워진 학교현장, 노골화된 이해관계


"어제 우리 학교 교감과 교감승진을 앞둔 교감이 정년연장에 대한 얘기를 하더군요. '교감선생님은 좋겠네요'했더니 본인은 60세로 줄여야 된다나요. 난 교감이 교육적 소신으로 얘기한 줄 알았더니 본인의 승진에 걸림돌이라고 다른 선생님이 얘기할 때에야 깨닫게 되었어요." 이00교사

정치권에 의해서 들쑤시는 가운데 학교현장은 노골화된 이해관계로 피폐해진다. 교장은 더 그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 연장을 이야기하고, 어떤 이들은 승진자리 없어진다고 반대를 한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평범한 평교사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지금 교장이나 교감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년단축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사람들이다. 65세에서 62세로 낮아지면서 교장 중 상당수가 퇴직을 했고, 이어서 교감이 교장되고, 교사가 교감이 되었다.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는 속도로 승진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자리가 아까운 모양이다.

교사들의 부끄러움, 그리고 슬픔과 갈등

"참 부끄러운 행동을 했습니다. 별 생각이 없이 동료선생들의 서명에 부화뇌동해서, 교총의 정년 환원 서명지에 이름 석자를 적어넣었던 것을 반성합니다. 늘 찜찜해하다가 이 자리를 빌어 그 서명 철회 의사를 밝힙니다.

정신 따로 몸 따로 노나 봅니다. 젋은 세대의 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현실에, 세대간의 연대라는 관점에서 정년단축이 논의되어야 한다는 홍세화 선생의 지적에 공감해 놓고는, 정년환원에 서명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언제나 정신을 차릴는지...

아이들과 가르치고 싶은 의욕과 능력이 있는 평교사들에게 정년연장의 기회를 주는 쪽으로 정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아니면 명예교수와 비슷한 명예교사 제도 운영도 생각해볼 만합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교장선출보직제가 우선 시행되어야겠지요

한나라당의 반교육적인 태도에 짜증이 나는데, 발등에 떨어진 시급한 불인 비리재단의 척결을 위한 사립학교법개정은 반대로 일관하며 지연시키면서, 교원정년연장은 정략적인 술수로 써먹고 있으니 여하튼 이들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정치 모리배입니다." 봉화 초등교사 박00


교사들은 매우 이중적인 갈등을 겪고 있다. 교사가 교사 정년연장에 찬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당위적인 압박이 있다. 이러한 압박으로 학교장이 주도한 한교총의 정년연장 서명운동에 참여한 교사들이 적지 않다.

반면 더 많은 교사들은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정략적 정년연장 논쟁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학교현장에서 보면서 겪었던 노령교사에 대한 경험들로, 여기에 스스로도 학부모로서 가지고 있는 생각은 정년연장 주장과는 다른 것이다.

이제 평교사들이 발언할 때가 되었다.

지금 주변 교사들의 정서는 '교장들 때문에 우리만 얼굴에 먹칠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나라당과 태도를 돌변한 자민련에 교사들이 우롱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평교사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과감하게 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가 운영하는 개인홈페이지에 정략적인 '정년 연장 논의 중단'을 요구하는 서명판을 만들었다. 나 혼자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1일 오후 4시경에 시작된 서명이 오늘(22일) 오전 10시까지 30여 명의 교사들이 서명을 하고, 주장글을 올렸다.

평교사들은 과감하게 교장들의 욕심에서부터 자신들을 분리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전교조가 이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전교조 내부에도 원칙적 찬성에서 원칙적 반대까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교사들의 발언은 터져나오고 있다. 이 발언이 큰 물줄기가 되어서 어처구니 없는 정략적 정년논쟁을 쓸어낼 수 있을지는 교사 개개인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 젊은 여교사가 내 홈페이지 서명게시판에 올린 글을 소개한다.

"지난 토요일 모 방송의 토론마당에서 교원 정년 연장을 주장하는 교총과 한나라당, 자민련 측이 내세우는 근거들을 들면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교사인 내가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를 들먹이며 정년을 연장할 것을 주장하는 그들을 보면서, 차라리 교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노력을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험이 많은 교사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62세는 못하는 인성교육을 63세가 할 수 있다는 억지가 모든 교사의 뜻이라는 그들의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가 대변해주길 기다리기보단 직접 우리의 뜻을 밝힐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교원의 문제가 정치적 의도로 활용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경북 추00

덧붙이는 글 | 서명운동 취지문 - 교원의 정년 논의 중단을 촉구한다.

최근 교원의 정년연장을 가운데 두고 한교총과 한나라당, 그리고 자민련이 한편에 서고 학부모단체, 민주당이 한편에 서서 정면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정년연장 논의를 당장 그만 둘 것을 촉구합니다.
교사들의 정년문제를 정치적 의도로 활용하지 말 것을 촉구합니나.

현재 우리 교육의 많은 문제들이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많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 논의와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년연장의 논의는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쟁이 아니라, 특정 교원단체와 특정 정당의 세확산을 위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학교현장에서 정년연장은 교사들의 염원이 아닙니다. 학교현장에서 정년연장 논의는 강건너 불구경입니다. 이보다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 7차교육과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여러 어려움, 차등 성과급에 의한 교단의 분열, 그리고 초등학교 교사 충원문제 등 시급하고 다급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습니다.

정년연장에 대한 관심은 평교사들의 교무실이 아닌 '교장실'에서 나온 것입니다. 학교장들의 이해관계를 '교육계의 자존심' 운운하면서 교직집단 전체의 것으로 확장시키려 하지만, 학교현장에서는 오히려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논쟁이 교사들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1년 정년연장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보다는 '교사들이 제 밥그릇 챙기려 한다'라고 매도당하면서 깎여 나가는 교사들의 권위와 체면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습니다.

한국교총이 정년연장을 요구한 이후에 학부모들 보기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일반인들 보기가 부끄럽습니다. 비아냥 거리는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결코 교사집단에 유리하지 않습니다. 

이제 정년연장 논의를 중단하여야 합니다. 평교사들이 원하지 않습니다. 학부모들이 비난하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비웃고 있습니다. 제발 이제 교육개혁의 본질을 바라봅시다. 한교총과 한나라당은 더 이상 교사들을 흔들지 말아야 합니다.

한교총과 한나라당은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7만여 사립학교 교사들의 교권과 수백만 사립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의 교육권을 지켜내기 위한 사립학교법의 개정은 도외시하면서 일부 학교장들의 교장재임기간 연장을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고 용납할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교사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년연장 논의를 중단하기를 요구합니다. 전교조 안에서도 다른 의견이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이러한 요구는 전교조의 조직적 결정이 아닌 우리 개인의 결정임을 밝힙니다

제가 쓴 이 글이 전체 교사들 대변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만날 수 있는 교사들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제 홈페이지를 통해서 혼자라도 교사서명을 받을 예정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오십시오. http://user.chollian.net/~yeslne

덧붙이는 글 서명운동 취지문 - 교원의 정년 논의 중단을 촉구한다.

최근 교원의 정년연장을 가운데 두고 한교총과 한나라당, 그리고 자민련이 한편에 서고 학부모단체, 민주당이 한편에 서서 정면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정년연장 논의를 당장 그만 둘 것을 촉구합니다.
교사들의 정년문제를 정치적 의도로 활용하지 말 것을 촉구합니나.

현재 우리 교육의 많은 문제들이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많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 논의와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년연장의 논의는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쟁이 아니라, 특정 교원단체와 특정 정당의 세확산을 위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학교현장에서 정년연장은 교사들의 염원이 아닙니다. 학교현장에서 정년연장 논의는 강건너 불구경입니다. 이보다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 7차교육과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여러 어려움, 차등 성과급에 의한 교단의 분열, 그리고 초등학교 교사 충원문제 등 시급하고 다급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습니다.

정년연장에 대한 관심은 평교사들의 교무실이 아닌 '교장실'에서 나온 것입니다. 학교장들의 이해관계를 '교육계의 자존심' 운운하면서 교직집단 전체의 것으로 확장시키려 하지만, 학교현장에서는 오히려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논쟁이 교사들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1년 정년연장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보다는 '교사들이 제 밥그릇 챙기려 한다'라고 매도당하면서 깎여 나가는 교사들의 권위와 체면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습니다.

한국교총이 정년연장을 요구한 이후에 학부모들 보기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일반인들 보기가 부끄럽습니다. 비아냥 거리는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결코 교사집단에 유리하지 않습니다. 

이제 정년연장 논의를 중단하여야 합니다. 평교사들이 원하지 않습니다. 학부모들이 비난하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비웃고 있습니다. 제발 이제 교육개혁의 본질을 바라봅시다. 한교총과 한나라당은 더 이상 교사들을 흔들지 말아야 합니다.

한교총과 한나라당은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7만여 사립학교 교사들의 교권과 수백만 사립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의 교육권을 지켜내기 위한 사립학교법의 개정은 도외시하면서 일부 학교장들의 교장재임기간 연장을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고 용납할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교사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년연장 논의를 중단하기를 요구합니다. 전교조 안에서도 다른 의견이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이러한 요구는 전교조의 조직적 결정이 아닌 우리 개인의 결정임을 밝힙니다

제가 쓴 이 글이 전체 교사들 대변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만날 수 있는 교사들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제 홈페이지를 통해서 혼자라도 교사서명을 받을 예정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오십시오. http://user.chollian.net/~yesl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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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고, 교육청에서 '어공'으로 근무하기도 했고, 지금은 농사지으면서 유보통합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함을 물어보면 '참교육학부모회 자문위원'이라고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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