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리핑> 공적자금 운용 곳곳에 구멍

등록 2001.11.30 07:22수정 2001.11.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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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운용 곳곳에 허점

감사원은 29일 지난 3월부터 80여 명의 전문가를 투입해서 6개월에 걸쳐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모두 182건의 위법 부당행위를 적발해 공금횡령관련자 등 44명을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 요청했습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고발할 정도의 불법행위는 아니더라도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이 발견됐습니다. 공적자금의 조성과 집행에는 세 주체가 등장합니다. 정부,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 등 공정자금의 조성 및 관리자, 공적자금을 직접 받은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발생시킨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이 그것입니다.

우선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의 임직원 5천여 명이 모두 7조 1500억 원의 재산을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숨기거나 해외로 유출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것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공적자금 자체를 빼돌린 것은 아니더라도 경영 책임을 다 하지 않아 국민부담을 증가시킨 경우입니다.

공적자금의 조성 시에도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예컨대 실적배당 신탁상품의 운용손실과 신용협동조합 출자금은 예금자보호법상 공적자금 투입 대상이 아닌데도 6조 4천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또 부실금융기관의 자산.부채를 잘못 평가해서 2조 7천억 원을 과다하게 투입했으며 부실채권을 고가로 매입하거나 은행의 후순위 채권을 과다하게 매입해서 2조 원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은 98년부터 2000년까지 임원 보수를 평균 82% 인상하는 등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 현상을 보였습니다. 이 자체로는 불법이라고 할 수 없지만 부실의 책임을 져야 할 경영진이나 직원들이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는 돈을 스스로에게 배분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정태인의 오늘과 내일'에 더 자세히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재외동포법 일부 조항 사실상 위헌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중국과 러시아 등에 거주하는 250여만 명의 동포를 제외한 재외동포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외동포의 범위를 대한민국 국적의 취득여부로 정한 법률조항은 정부수립 이전에 해외로 이전한 동포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것이죠.

지난 1999년에 시행된 재외동포법은 재외동포들에게 사실상 내국인에 버금가는 광범위한 혜택을 부여하면서도 그 대상을 '정부수립 뒤 해외로 이주한 사람'으로 한정해 전체 560만 해외 동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재중, 재러시아 동포들을 제외했습니다.

헌법불합치란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법률개정 때까지 기존 법률의 효력을 인정하는 위헌결정의 변형으로 헌재는 오는 2003년 12월 31일까지 관련법규를 개정하도록 했습니다.

이번 결정대로 법이 개정되면 중국동포 188만 명 등 약 260만 명이 자유로운 출입국과 국내 부동산 취득 등 재외동포법이 정한 혜택을 보게 됩니다.

"민주 대선후보 예비선거제 검토"

조세형 '민주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 위원장은 29일 *예비선거제 등 국민이 참여하는 대통령 후보 선출방식 도입 *획기적인 상향식 공천 *중앙당의 정책·홍보기능 강화 등 민주당 쇄신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 위원장은 "특대위의 활동을 통해 한국 정당사상 일대 획을 긋고, 정치개혁을 통해 정치발전과 도약의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당대회 시기 등 정치일정과 관련해 조위원장은 "아직 시기문제 등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 "미국의 대북압력에 '해당한' 대응"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8일 미국이 인권-생화학무기-테러연계 등과 관련해 가하고 있는 압력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북한 외무성대변인은 "미국은 우리가 테러와 어떠한 관계도 없음에도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려 놓고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며 "우리는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으며 부득불 해당한 대응책을 취해 나가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미국이 전제조건 없는 북미간 대화재개를 거론하면서도 이런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를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밖에 오늘의 주요 뉴스입니다.

국제

- 북부동맹군이 칸다하르에 진입해 아르메드 오마르 압델라흐만 등 알카에다 수뇌부 수명을 붙잡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모하메드 오마르는 칸다하르 사수를 천명했습니다.

-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공급 시장 25%를 쥐고 있는 에너지그룹 엔론이 파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월 80달러에 거래되던 엔론의 주가는 61센트로 떨어졌습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엔론의 파산은 에너지 수요의 위축에도 기인하지만 사실상 헤지펀드였던 엔론이 투자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엔론의 추락은 에너지시장에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며 침체에 허덕이는 미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 네팔 정부군과 공산반군이 남서부 지역에서 충돌해서 최소 66명의 반군 병사가 사망했다고 네팔 정부가 28일 발표했습니다. 공산반군은 지난 1996년 정부를 상대로 '인민전쟁'을 선포, 이후 양쪽의 충돌로 180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BBC는 전했습니다.

- 일본 도쿄경시청은 1955년 총련이 결성된 이후 처음으로 총련 중앙본부 등 3곳에 대해 일제히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경시청은 총련 중앙본부 강영관 전 재정국장이 총련계 금융기관인 조긴도쿄의 돈 8억 2000만 엔을 빼돌려 총련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수색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총련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경제

-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10월의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3% 감소하고 재고는 4.9% 증가했습니다. 10월에 추석이 끼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은 소폭 증가하고 재고의 감소세가 둔화돼서 경기침체의 속도가 완만해졌습니다.

- 임인택 건설교통부 장관은 "조기포화가 우려되는 공항시설의 추가 확보와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내년 하반기에 인천공항 2단계 공사에 착수, 2008년까지 마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회

- 월드컵 특수로 부풀어 있는 가운데 전국의 장급 여관들이 수익감소를 이유로 외국인 투숙을 꺼려 월드컵 숙박대란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장급 여관의 경우 하루에도 서너 차례씩 다른 손님을 받는 이른바 '대실'로 돈을 벌기 때문에 외국인이 장기 투숙할 경우 오히려 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 서울지검은 29일 제약회사와 종합병원 사이의 유착비리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1년간 세 번의 골프와 식사로 100만 원 가량 접대를 받았다면 1개월간 의사자격 정지에 해당된다"고 밝혔는데요. 의사들의 불만과 일반인의 공감이 논란을 빚고 있다고 동아일보가 전했습니다.

"향응받은 의사처벌 논란" (동아일보)

가장 효능이 좋으면서도 값싼 약을 처방하는 것은 의사의 책임 또는 윤리가 아닐까요? 전문가가 윤리를 지키지 않고 처벌에 저항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파렴치를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왜 전문가에게만 윤리를 강요하느냐고요? 전문가는 국가나 사회가 자격조건을 제약해서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느 전문가 집단에나 윤리강령같은 것이 뒤따르기 마련이죠.


화제와 미담

- "매실 백김치, 오미자 백김치, 허브섞박지, 죽순김치... " "해물김치 라이스버거, 연어 김치말이, 배추 피클"... 이런 김치 음식 들어보셨나요? 청주과학대 김치식품학과가 이런 김치들로 졸업작품전을 연다고 합니다. 12월 4일 오후 충북 증평 부근에 가시는 분은 한번 들러 보시죠.

- 미국 하원은 28일 재미한인들의 북한 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420 대 0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결의안은 지난해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으나 50만명의 한국계 미국인들은 북한 내에 있는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결의했습니다.

"급하게 불을 끄려다 보면 화단도 밟을 수 있고 창문을 깨뜨릴 수도 있고, 또 필요 이상으로 물을 많이 쏟아 부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감사원 발표에 대해 금감위에서 한 얘긴데요.

가장 큰 문제는 건물 내부가 다 타고 있는데도 불이 나지 않았다고 했던 데 있는 게 아닐까요? 더 이상의 공적자금은 필요없다고 했던 재경부 얘깁니다.


정태인의 "오늘 그리고 내일"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80여 명의 전문가를 투입해서 6개월여에 걸쳐 특별감사를 실시했습니다. 감사원 사상 최대 인원을 투입해서 가장 오랫동안 동안 조사한 것이라고 하는군요.

그 결과 182건의 위법 부당행위를 적발해서 공금횡령 등의 혐의로 44명을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요청하고 20억 원에 상당하는 변상판정을 했고 20명을 징계하고 204억 원에 해당하는 시정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공적자금이란 무엇인가

감사원의 정의에 따르면 "'공적자금(Public Fund)'이란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을 회생시키거나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지원해서 금융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해 쓰이는 돈을 말합니다".

대출금 회수가 어렵다는 건 이른바 '부실채권'이 발생한 걸 의미하죠. 돌려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채권입니다. 은행같은 금융기관이 어느 정도의 부실채권을 갖게 되는 건 당연합니다만 IMF 위기 때처럼 한꺼번에 발생하는 건 정말 문제가 됩니다.

어떤 금융회사가 앞으로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생기면 예금자들은 당연히 자기 돈을 찾으려고 하겠죠. 이른바 creditor-run 또는 뱅크런이 일어나는 거죠. 그러면 그 금융기관은 정말로 파산하게 됩니다. 그런데 금융기관들은 서로 돈을 빌려주고 빌리거든요.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잇따라 파산해서 결국 금융시스템 자체가 마비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디선가 그 연쇄를 끊어야 합니다. 돈 때문에 생긴 문제.. 돈으로 푸는 수밖에 없죠. 정부가 은행 등 특정 금융기관에 돈을 집어 넣게 되는데 그 돈을 공적기금이라고 하는 거죠. 그 돈으로 예금을 대신 지급하기도 하고 출자금을 늘려줘서 안정성을 높이고 또 부실채권을 사들이기도 합니다.

금융시스템의 마비를 막는다는, 공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채권을 발행해서 그 돈을 조달하는 데 이 채권은 정부가 원리금 지급을 보장합니다. 또 채권의 만기가 돌아왔을 때 예보와 자산관리공사가 갚지 못하면 결국 정부가 재정에서 갚아 줘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공적자금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공적자금의 조성과 사용, 그리고 해소에는 세 주체가 등장합니다. 우선 정부와 예보나 자산관리공사 같은 조성주체, 그리고 공적기금을 받는 금융기관, 그 금융기관에 부실채권을 만들어낸 부실기업이나 부실금융기관이 그것이죠.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 이 세 주체에 모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 과다 공적자금 투입

우선 공적자금은 적절한 시기에 요소 요소에 적당한 양의 돈이 들어가야 하겠죠. 이것은 정책적 판단의 문제겠죠. 예컨대 감사원 지적 사항은 아니지만 1차 공적자금을 조성하고 "더 이상의 공적자금은 필요없다"고 공언하다가 결국에는 2차 공적자금을 다시 조성해서 문제를 키운 것이 결과적으로 가장 큰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재경부는 대우사태라고 하는 우발적 사건 때문이었다고 변명합니다만 대우의 문제는 사실 1997년말에 이미 지적돼 왔습니다. 사실 신용위기가 '자기충족적 예언'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될 거라고 믿으면 정말로 그렇게 되는 걸 '자기충족적 예언'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저 은행은 망할 거라는 소문이 떠돌면 너도 나도 돈을 빼고 그래서 정말 망합니다) 신용위기가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되도록이면 시중에 그런 소문이 떠돌지 않도록 발표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너무 오랫동안 부실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충분합니다.

감사원 지적사항을 보면 우선 지원대상이 아닌 분야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금융감독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의 책임인데요. 공적자금 지원대상이 아닌 12개 은행 및 투자신탁의 실적배당 신탁상품 운용손실과 신용협동조합 출자금을 포함한 예금에 6조 4천억원 투입했습니다. 예금자보호법 상 실적배당신탁 상품은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투자라고 보기 때문에(말하자면 주식투자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에) 보호대상이 아닙니다.

재경부는 "신탁상품이 마치 예금처럼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시장 붕괴와 사회문제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반박했지만 불법이라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음으로는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자산·부채를 잘못 평가한 경우입니다. 자산을 과소평가하고 부채를 과다평가하면 실제로 필요한 액수보다 더 많이 지원하게 되겠죠. 감사원은 자산관리공사가 부실채권 규모를 잘못 평가해서 2조 7천억 원 과다 지원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음에는 16개 종금사의 부실채권을 고가 매입하거나 13개 은행의 후순위 채권을 과다 매입해서 2조 원을 지나치게 많이 투입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제로 파산과정을 담당하는 파산재단이 신속히 일을 처리하지 않아서 540억 원의 운영비를 날린 것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파산관리인이 부실기업의 골프회원권 등을 사적으로 이용한 경우도 나왔습니다.

부실기업과 부실 금융기관의 불법 비리

사실 공적자금은 기업과 금융기관이 할 수 있는 자구노력을 다 기울이는 것을 전제로 투입됩니다. 그런데 오히려 회사 재산을 빼돌리려고 하는 경우입니다. 경영자가 자기 책임을 다 하기는 커녕 불법을 저지른 경우입니다.

감사원은 부실기업주, 또는 부실 금융기관 임직원 5천여 명이 모두 6조5천여억 원의 재산을 국내에 보유, 은닉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예보와 금융감독원 등이 가압류한 은닉재산 9700억여 원의 7배를 넘습니다.

또 어차피 회사는 넘어갈 거니까 외국으로 재산을 빼돌린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출대금을 회수하지 않고 외국 금융기관에 맡기는 등의 수법으로 4억 달러의 자금을 해외로 피신시켰습니다. 이런 경우에 대해서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채권보전방안을 강구하도록 했습니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98년부터 2000년까지 12개 부실금융기관이 임직원에게 5200억 원을 무이자 또는 저리로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구요. 10개 기관은 98년에 비해 임원 보수를 평균 82% 인상하는 등 임직원 후생복지에 경비를 과다집행했습니다.

이 자체로는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는 돈으로 부실의 책임을 져야 할 경영진이나 직원들이 스스로에게 특혜를 줬다는 건 비판을 받아 마땅하겠죠.

예를 들어 조흥은행은 공적자금을 받은 이후 3년 동안 임원들의 보수를 136% 인상했고, 서울은행과 대한투신도 각각 129%와 125%씩 인상했습니다. 이 정도면 오히려 공적 자금을 받는 은행이 되자고 할 판입니다.

또 우리나라의 모든 기업과 관공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업무추진비도 누가 봐도 과다하게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빛은행은 업무추진비를 당초 계획보다 178억 3600만 원이나 초과 집행했고 광주은행은 79억 6400만 원을 업무추진비로 썼습니다.

일본에서처럼 부실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책임자가 자살하는 건 또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나 뻔뻔하게 행동해도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럼 그건 또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경제학에서도 이런 문제를 다뤄야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공적자금의 회수 가능성

만일 애초에 원인을 제공한 부실기업과 부실 금융기관이 모두 살아난다면 공적자금은 전부 회수할 수 있겠죠. 물론 주가가 올라간 경우라면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공적자금이란 게 도저히 회생불능이라서 부실채권이 은행 파산에 이를 정도라서 투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가정은 그저 공상이겠죠.

정부는 현재 투입된 공적자금의 1/4 정도인 37조 7천만 원만 회수했다고 밝혔습니다. 110조가 넘는 돈이 남은 셈인데 이 돈은 상환이 안될 경우 정부가 떠안아야 하는 '우발채무', 즉 상황에 따라 채무가 될 가능성 높은 돈입니다.

당장 내년에 5조 6천억 원을 시작으로 매년 20조 원에서 25조 원을 갚아나가야 합니다. 20조 원씩 갚는다고 해도 6년은 족히 갚아야 합니다. 그리고 20조 원이면 우리 예산의 1/7 정도 되는 돈이니까 매년 재정에 부담을 주게 되겠죠.

정부는 경기가 살아나서 부실채권의 규모가 줄어들고 주식으로 출자한 돈을 재빨리 회수하기를 바라지만 나머지는 예보나 자산관리공사의 채권을 좀 더 만기일이 긴 장기 채권로 바꾸려고 합니다. 이걸 차환발행한다고 말하죠.

결국 우리는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한 세대가 계속 부담을 안고 가는 값비싼 경험을 한 겁니다. 물론 IMF위기 당시 work-out이란 말의 번역어가 없었을 정도로 우리의 파산 절차에 관한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행착오는 불가피했습니다.

다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묻지 않는다면 이렇게 모든 사람에게 부담을 안기는 일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날 거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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