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기념관 부지제공 그만둬라"

반대국민연대, 서울시에 제공협약 철회 요구

등록 2001.11.30 17:36수정 2002.04.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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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박정희대통령기념관사업회(기념사업회)에 건립 부지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박정희기념관반대국민연대(국민연대)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연대는 30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갖고 부지제공협약을 즉각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김대중 대통령과 고건 서울시장은 한결같이 입을 맞추어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지원을 요청해와서 법에 따랐을 뿐이고 박정희기념관이 아니고 기념도서관이라고 강변해왔으나 고건 서울시장과 신현확 박정희기념사업회장 간에 체결한 협약서 8개항의 내용에서 고건 서울시장이 조국과 민족 그리고 국민을 철저히 기만하고 있음이 확실하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이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이 주권자인 국민을 이등병으로 강등하고 만행을 저질렀던 것과 같이 김대중 대통령과 고건 시장이 국민을 하등동물로 취급한 것"이고, "박정희는 조국을 배반한 민족반역자이고 반민주 5·16쿠데타의 원흉이며 주권자를 확대한 반인권 살인마"라고 규정한 후 "결사 항전의 결의로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기필코 저지하고야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회는 모두 국민연대 회원 30여명의 참여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시종일관 거센 규탄 발언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연대 공동대표 홍근수 목사는 "박정희의 친일, 반민족, 반민주 행적은 너무나 명확하고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인 상황에서 서울시의 땅을 박정희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며 "서울시는 좋은 말로 할 때 그만두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서울시와 기념사업회가 체결한 협약서 사본을 확대하여 설명했는데, 협약서 8조는 "위에서 정한 사항 이외의 필요한 사항이나 또는 내용을 변경하고자 할 때는 '갑'(서울시)과 '을'(기념사업회)이 협의하여 결정하기로 한다"고 되어 있어 서울시가 추가로 지원할 수 있는 명분을 남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7조는 "본 건축물의 명칭은 건립목적과 용도에 맞추어 '을'이 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사실상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23일 탑골공원 내 삼일문 현판을 떼어내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곽태영 한국민족정기소생회 대표는 "연세가 91세이신 이원일 형님께서 지난 10월 26일에 단행했던 삼일문 현판 철거가 무산되자 너무 분하고 안타까워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보고 삼일문 현판을 꼭 철거하기로 결심했었다"며 당시 정황을 설명하고 "앞으로도 여러 어른께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 밝혔다.


또, 그는 "도둑은 배운 대로 해먹는다"며 "고건 시장은 박정희 정권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바 있는 사람"이라고 비판하고 "만약 박정희기념관이 설립된다면 그 곳에 불을 지를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지나가던 모범택시 운전기사가 집회 장소로 와 "박정희가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있다"고 반복적으로 외쳐 집회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다시 국민연대는 집회를 속개한 후 삼일문 현판을 공동 철거한 우경태 한국민족청년회 집행위원장, 김자동 회원 등 참여자들의 발언 후 성명서 낭독 그리고 협약서 사본 화형식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오늘 집회에 참여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김대중 대통령이 정략적으로 영남의 표심을 얻기 위해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추진했지만 선거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며 이는 독재를 찬양한 것일 뿐만 아니라 반민족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윤한봉 민족미래연구소 대표는 "국가인권위, 민주화운동명예회복,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조직사건 등에 대한 김대중정권의 태도는 매우 회의적이며 박정희기념관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며 "김대중대통령은 민족반역자"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국민연대는 지난 2월 13일부터 시작해 오늘까지 사회 각계 인사들의 참여 속에서 190여 회를 진행한 '박정희기념관 건립부지 제공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오늘 마감하고 이후에는 행정소송과 함께 보다 강도 높은 투쟁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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