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발굴팀, 문화유산 발굴조사후 방치

오이도 패총 발굴조사와 관련하여

등록 2001.12.04 16:27수정 2001.12.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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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할 기회는 갖지 못했지만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문화재의 소중한 가치를 배우고 느끼게 된 시민의 한 사람이다. 시흥시 오이도 패총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서울대박물관팀의 발굴과정을 지켜보며 너무도 이해할 수 없는 발굴팀의 활동(특히 발굴조사과정을 마친 후 문화재에 대한 조치 과정)에 심한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오이도 패총은 지난 1960년에 고고학자 윤무병 교수에 의해 처음 학계에 소개된 이후, 서해안의 가장 대규모 패총으로서 신석기로부터 역사시대로 이르는 연안의 생활상을 알려주는 소중한 유적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후 1988년, 1994년, 1999년, 2000년, 2001년에 서울대박물관에서 지표조사 및 발굴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유물과 유구가 발견되어 오이도 패총의 문화재적 가치와 중요성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그러나 발굴의 역사는 다른 한편에서 보면 오이도 패총 지역의 소멸의 역사라 표현할 수 있다. 그동안의 발굴조사가 거의 구제발굴 차원에서 이루어지면서 발굴이 끝난 후에는 여지없이 그 지역은 개발 공사의 삽날에 훼손되어 버린 것이다. 신포동패총, 소래벌패총, 가운데살막패총 등 오이도의 소중한 문화자산이 기록속에만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제 또 하나의 오이도 패총이 개발의 삽날에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지역 문화재의 소중한 가치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서울대박물관발굴조사단의 문화재에 대한 태도이다.

서울대박물관은 지난 7월 24일부터 오이도 안말의 주거밀집지역에 대한 정밀발굴조사를 진행하였다. 수자원공사의 시화지구 개발사업 추가단지 조성 부지인 이 곳이 정밀발굴조사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진통이 있었다. 간단히 주요 과정을 정리해보면,

2000. 5. 16 한국수자원공사 오이도 안말지역 공사 강행
2000. 5. 19 시,도,문화재청에 오이도 선사유적지 보존을 위한 시민건의서 제출
2000. 6. 30 문화재청 현장 실사 및 회신(7.7, 안말에 대한 정밀지표조사 실시 등)
2000. 8. 7 서울대에서 안말 지장물 철거와 지표조사를 위해 연구원 파견
2000. 9. 28 서울대에서 '안말지역은 유적이 없다'는 지표조사 결과 발표
2000. 12. 1 문화재청을 방문하여 서울대 안말 지표조사 결과에 대한 의문점 통보(명지대 지표조사 보고서와 관련 논문 및 지도를 증거자료로 제출)
2001. 4. 6 문화재청에서 서울대에 안말 시굴조사 통보
2001.7.24- 서울대에서 안말지역에 대한 정밀발굴조사 시행
2001.10.17 서울대박물관에서 정밀발굴조사 현장설명회 개최 (아래 요지)
- 신석기에서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과 유구 발견
- 특히 통일기 수혈주거지 14기와 온돌은 주거문화연구에 중요한 자료
2001.10.20 안말 발굴조사지역 훼손에 대해 문화재청에 진정서 제출
2001.10.29. 문화재청 답변서(발굴조사 완료 및 향후처리방향 결정시까지 공사 중지) 문화재청 답변서 회신.
2001.11.11 서울대 발굴팀에서 패총 및 온돌 등의 원형 훼손한 채 발굴 마감
2001.11.14 발굴지역에 대한 보존은 불가능하다는 서울대박물관 조사단의견서
2001.11.27 서울대박물관에 '오이도 패총 유적 발굴지 훼손에 대한 질의서' 송부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서울대 박물관 발굴조사단의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태도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이 지역의 문화재 매장 가능성이 제시된 다양한 자료에도 불구하고 지표조사 과정에서 이 지역에는 유물이 없다고 발표하여 의구심을 갖게 하더니, 정밀발굴조사 설명회에서는 '청동기시대의 패총과 통일신라시기의 수혈주거지 14기' 등 매우 소중한 문화유적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하였으면서도, 행정기관과 수자원공사에게 보고되는 조사단의견서에는 '보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서울대 발굴조사단이 발굴조사를 마치면서 발굴지나 통일신라시기 온돌구조를 심하게 흐트러놓고 방치한 채로 발굴을 마감해버린 데 대해서는 그 의도를 가늠할 수 없다. 이는 문화재청에서 지난 10월 29일 개발주체인 수자원공사와 발굴기관인 서울대박물관에게 통지한 '이 지역에 대한 향후 처리방향 결정시까지 공사를 중지하라'는 공문에 정면으로 위배된 조치이다.

서울대박물관은 문화재의 보존에 관심이 있는가? 아니면 발굴사업이나 발굴결과 업적 보고에만 관심이 있는 것인가? 오이도 패총에 대한 수 차례의 발굴조사의 결과, 결국 흔적도 없이 문화재지역이 사라지고 단지 기록만 남게되는 악순환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발굴조사 관행은 문화재를 사랑하는 지역 시민은 물론 선조의 소중한 문화자산을 함께 공유해야 하는 후대들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이와 관련한 자세한 문의 연락처는 031-315-4310(오이도 선사유적 보존 시민대책위원회)으로 연락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와 관련한 자세한 문의 연락처는 031-315-4310(오이도 선사유적 보존 시민대책위원회)으로 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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