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죽도의 수호신, 동상으로 다시 서다

여수 손죽도에 '이대원 장군' 동상 건립

등록 2001.12.09 21:34수정 2001.12.1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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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삼산면 손죽도 깃대봉 기슭에 높이 8m의 이대원 장군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왼손에 긴 칼을 잡고 격전지였던 손죽도 앞 바다를 부릅뜬 눈으로 지그시 노려보는 늠름한 모습이다.

지난 8일 제막식을 갖고 그 몸체를 드러냄으로써 구국을 위하여 몸바친 사람들은 역사 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살아 있음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하였다.


이대원 장군은 1566년 경기도 평택 출신으로 1583년(선조16년) 무과에 급제하고 21세 나이로 선전관이 되었다가 녹도(鹿島) 만호가 된 무장이다.

이조 역사상 가장 젊은 나이에 녹도 만호로 부임한 이 장군은 남해안 손죽도 일원에 출현, 양민들을 마구 살인, 약탈하는 왜구들과 맞서 싸우다 이들을 섬멸한 것은 물론 왜장의 목을 베어 전라좌수도 절도사에게 바치기까지 했다.

그러나 절도사 심암은 장군의 공을 가로채려다 이에 응하지 않자 앙심을 품고 왜구들이 재침하였을 때 고의적으로 원병을 보내지 않아 패전, 장군과 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잃게 하였던 것이다.

백성들은 분노하여 장군이 전사하도록 한 것은 심암이라는 사실을 상소하여 심암은 한양으로 압송되어 효수형에 처하여 높은 곳에 목을 매달아두었다.

장군은 3일간의 마지막 전투에서 칼이 부러져 왜구들에게 붙들려 돛대에 매달렸다. 창으로 찌르고 칼로 베면서 항복을 강요하자 "너희가 침략한 것이지 나 이대원이가 침략한 것이 아닌데 항복이라니"라면서 절개를 지키다 왜구들이 내려치는 도끼에 맞아 순국했다.


장군은 촌각을 다투는 격전의 현장에서 "진중에 해 저무는데 바다 건너와 병사는 외롭고 힘은 다하여 이내 삶이 서글프다. 임금과 어버이 은혜 모두 갚지 못하니 한 맺힌 저 구름도 흩어질 줄 모르네"라는 절구시를 지어 가동에게 건네고 이를 가지고 장례를 치르라고 말했다 한다. 애국충정의 붉은 마음이 아로새겨진 장군의 절구시는 지금도 남아 우리들의 가슴을 적시게 한다.

장군의 전몰을 아쉬워한 이순신은 "나라에 큰 인물을 잃어 큰 손실"이라면서 대손도(大損島)로 부르게 했다는 손죽도 주민들은 그때부터 장군을 수호신으로 삼고 충열사라는 사당을 지어 위패와 영정을 모시고 음력 3월 3일이면 제사를 지내온 것이 420년을 넘어섰다.


제사는 마을사람들이 제주를 뽑아 정하고 제주는 제사 전3일 후3일 동안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목욕재계한 후 지극 정성으로 모셨다고 한다.

손죽도는 여수에서 남쪽 81.7km에 있는 조그마한 섬이다. 면적이라야 3.10㎢, 인구는 108세대 249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 섬에 이대원 장군의 동상이 건립됨으로써 장군을 제사지내는 충열사를 비롯하여 무구장 분묘까지 합해 세 가지의 유적이 남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유적 보존의 틀이 이루어진 데에는 이 고장 출신 박봉희 씨의 의해서이다. 장군의 가계인 함평이씨 종친회를 설득하고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2년간이라는 기간 동안 동상 건립을 추진 그 결실을 본 것이다. 박 회장은 충열사 숭모문화제 유족관리 보존회 사단법인 추진회를 구성 충열사를 문화재로 지정하겠다는 것이 미래의 청사진이다.

그러나 옛날 초막으로 만들어진 충열사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고 현재의 건물이 70년도에 지어진 것으로 역사가 너무 짧아 소기의 성과를 이룰지는 미지수이다. 다만 충효의를 상징하는 이대원 장군의 구국충정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접목할 수 있도록 경험 학습장으로 한몫을 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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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 기자임. 80년 해직후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밥벌이 하는 평범한 사람. 쓸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것에 대하여 뛸뜻이 기뻐하는 그런 사람. 하지만 항상 새로워질려고 노력하는 편임. 21세기는 세대를 초월하여야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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