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경제 구조가 변하고 있다

등록 2001.12.10 14:24수정 2001.12.1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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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997년말 IMF 경제위기 후 우리 경제는 1998년에 급격한 경기침체를 겪었으나 1999년과 2000년에는 미국 경제의 호황과 더불어 저금리에 따른 내수 증가로 빠른 경기 회복을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아졌고 2001년 들어서는 미국 경제를 포함한 세계경제의 동시 침체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크게 줄어들면서 우리 경제는 2%대의 저성장을 하고 있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4년이 지나면서 우리 경제의 구조가 변하고 있다.

첫째,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고성장 국면에서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식기반경제로의 변화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둘째, GDP에서 소비의 비중은 늘어나는 반면 투자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투자의 효율성은 증대되고 있다.
셋째, 총저축률이 국내 총투자율을 넘어서면서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보이고 이는 환율과 금리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넷째, 금융 부문이 실물 부문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금융시스템도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으로 변하고 있다.
다섯째, 아직도 구조조정이 더 진행되어야 하지만 적어도 양적 측면에서는 은행과 기업의 체질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이를 요약하면 앞으로 우리 경제는 안정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과 기업도 점차 이익을 낼 수 있는 주체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안정성장을 위협할 대내외 요인들도 많다. 국내 요인으로는 재정 부실화, 대외요인으로는 미국 경제의 회복 여부, 일본 경제의 침체와 더불어 엔화가치의 하락 가능성, 중국의 등장에 따른 위협 등이다. 이 가운데서도 중국의 등장은 우리에게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줄 것이다.

1. 머리말


우리나라는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한 이래 네 차례에 걸쳐 경제위기를 겪었다. 첫 번째 위기는 1960년 후반의 고속성장에 따른 물가상승, 경상수지 적자 등의 부작용으로 1970년대 초에 겪었고, 두 번째 위기는 제2차 석유파동, 국제금리 상승과 더불어 국내 정치불안으로 1979년과 1980년에 발생했다. 1989년과 1990년대 초반에 세 번째 경제위기를 경험했는데 과소비 및 투기와 더불어 총체적 산업 경쟁력 약화가 경제위기의 주 요인이 되었다.

네 번째 경제위기는 1997년 말에 발생했는데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는 상태에 이르렀다(이하에서는 1997년의 경제위기를 IMF 경제위기로 표현하려 한다). 이 때의 경제위기 원인으로는 동남아 국가들의 외환위기의 전염효과, 실물부문에서 과잉투자와 기업의 부실 증가, 은행의 부실채권 증대 등 전반적인 금융시스템의 불안과 더불어 외채구조의 만기 불일치 등이 지적된다.


경제위기를 겪고 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한 나라 경제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 글에서는 우선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4년 동안 우리 경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게 된다. 그 다음에 우리 경제와 금융시스템의 구조 변화를 중장기적 측면에서 고찰해본다. 이 외에 또 다른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들이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2. 경제위기 이후의 거시 경제변수의 변화

1) 1999∼2000년의 급속한 경기회복

IMF 경제위기 이후 소비와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1998년 우리 경제는 마이너스 6.7% 성장했다. 국내총생산(GDP)의 51%(1995년 가격 기준)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소비가 11.4% 감소했으며 초기 IMF 정책처방으로 제시된 고금리 정책과 기업들의 투자심리 냉각으로 설비투자는 무려 38.8%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1999년에는 예상과 달리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우리 경제는 10.9%의 높은 성장을 달성했고 2000년에도 8.8%의 고성장을 했다. 우리 경제가 이처럼 급속하게 회복된 것은 국내외 여건이 좋았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경제의 호황이 우리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난 1998년 아시아 경제위기가 확산되면서 세계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높아지고 헤지펀드인 LTCM(Long Term Capital Management)이 파산위기에 직면하는 등 미국 금융시스템마저 불안해지자 미국은 그 해 9월과 11월 사이에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 rate)의 목표 수준을 세 차례나 걸쳐 0.25%포인트씩 인하(5.5%에서 4.75%로)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자 엔화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1998년 8월 엔/달러 환율이 147엔까지 올라갔으나 그 이후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1999년 말에는 102엔에 이르렀다. 엔화가치가 오르자 원화가치도 오를 수 있었으며 원화가치의 상승은 물가와 금리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우리 금리가 1998년 말부터 한 자리수로 떨어질 수 있었던 것도 원화가치의 상승으로 물가가 안정되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금리를 내리자 미국의 주가가 다시 오르고 왕성한 소비를 바탕으로 미국 경제가 호황을 지속하면서 우리는 대미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1999년 우리의 전체 수출이 8.6% 증가했으나 미국으로 수출은 20.5%나 늘었고 이러한 추세는 2000년까지 이어졌다. 대미수출 증가로 미국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7년 15.9%에서 2000년에는 21.8%까지 올라가 우리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국내 여건도 경제회복에 우호적이었다. IMF 이후 우리 경제에 나타난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투자율의 급격한 하락이었다. IMF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총투자율이 총저축률을 계속 웃돌아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와 자금 부족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경제위기 이후 급속하게 투자율이 떨어졌다. 1990∼97년에 국내 총투자율이 평균 36.8%로 매우 높았으나 1998년에는 21.3%로 저축률 33.9%보다 훨씬 낮아졌다. 1999년 이후 경기 회복으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어나면서 투자율이 2000년에는 28.8%까지 올라갔으나 저축률(32.3%)보다는 낮은 상태가 1998년 이후 지속되고 있다.

이는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고의 확대로 이어져 우리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경상수지가 1998년과 1999년에 각각 404억 달러, 245억 달러의 대폭의 흑자를 기록하고 지난 2000년에도 114억 달러의 흑자를 보인 것은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로 우리나라는 순채권국이 되었으며 1000억 달러 넘는 외환보유액을 쌓을 수 있었다.

한편 저축률이 투자율을 넘어섰다는 것은 국내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자금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금리는 돈의 가격이다. 자금의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으니 금리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물가가 안정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1998년 10월부터는 주요 채권수익률이 사상 처음으로 한 자리수로 떨어졌고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금리 하락으로 소비와 투자가 늘어날 수 있었다. 또한 저금리와 경기 회복에 따른 주가 상승은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통해 다시 소비 증가와 더불어 경기회복을 가속화시켰다.

이 외에 경기 회복에 따라 실업률이 1998년 6.8%에서 2000년에는 4.1%로 낮아진 것도 중요한 변화라 할 수 있다.

2) 대미 경제 의존도의 심화와 경기 위축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대외적으로 미국 경제의 호황에 따른 수출증가와 대내적으로는 금리하락과 주가 상승에 의한 소비와 투자 등 내수 증가가 우리 경제를 급격하게 회복시킨 중요한 요인들이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수출 의존적 특히 대미 수출 의존적 경제구조로 바뀌었고, 이것이 2001년 이후 경기 위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수출이 경상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IMF 경제위기 직전 해인 1996년에는 24.9%였으나 1998년에는 41.6%으로 크게 올라갔으며 그 이후에도 3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대미 수출비중도 1997년에는 15.9%까지 떨어졌으나 지난 2000년에는 다시 21.8%까지 높아져 199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동시침체는 2001년 우리 경제 성장을 크게 둔화시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주력 수출제품인 반도체, 컴퓨터 등의 대미 수출이 크게 줄어들면서 큰 폭의 수출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

2001년에는 수출 감소와 더불어 설비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이에 따라 우리 경제는 2%대의 저성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저금리로 소비와 건설 투자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한국 경제는 2001년 2분기 이후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선 대만,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는 다르게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최근 통계청의 산업활동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우리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3. 한국경제의 구조변화

1) 실물부문

(1) 고성장에서 저성장(안정성장)으로 이전되는 국면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는 개방화와 경제개혁을 통해 제도적 효율성을 높이려 했다. 또한 기업들도 정보통신 기술에 투자를 늘려 기술적 효율성 증대도 도모했다. 그 결과 우리 경제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실물경제 부문에서 구조변화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우리 경제가 고성장에서 저성장(혹은 안정성장)으로 이전되는 단계에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와 더불어 투자 효율성이 개선되고 중장기적으로 경상수지, 환율, 금리 등 거시경제변수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선 우리 경제는 지난 1970년부터 1997년까지 연평균 7.9%의 매우 높은 성장을 했다. 이 기간 동안 자본과 노동 투입의 증가가 주로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 잠재성장 능력도 연평균 7.5% 정도로 매우 높았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 능력을 4∼5%로 낮췄다. 이제 지식기반산업의 발전으로 경제성장의 원천도 노동과 자본에서 기술이나 제도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1970년 대 중반 이후 일본 경제와 비슷한 양상이다. 일본 경제가 1970년대 초 1차 오일 쇼크 이후 고성장에서 저성장 국면으로 이전되었는데,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우리 경제도 이제 저성장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일본 경제는 1960년대 연평균 10.8%의 높은 성장을 했으나 1970년대는 5.2% 성장하는 데 그쳤다.

(2) 투자의 효율성 증대

지출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경상가격 기준으로 볼 때 민간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 52.3%에서 2001년 상반기에는 60.2%까지 올라갔다. IMF 경제위기 이후 1998년에는 이 비중이 54.6%로 약간 낮아졌지만 증가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2002년 하반기부터 도입될 주 5일 근무나 통신과 문화를 포함한 서비스 소비지출 증가 추세를 보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소비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고정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이후 꾸준하게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1997년 이후 이러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고정투자 비중이 1997년 35.1%에서 2001년 상반기에는 27.2%로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투자의 효율성이 개선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지난 30년 동안 재벌 중심의 양적 팽창으로 고성장을 했다고 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1997년 11월 외환위기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우리 경제가 더 이상 양 위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3저 호황이 끝나가는 1980년대 후반 이후 우리 경제에 전반적인 과잉 투자 현상이 발생했다. 투자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하나의 척도인 IOCR(Incremental Output-Capital Ratio)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효율성이 낮은 투자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과잉투자로 국내 총투자율이 국내 저축률을 넘어서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이는 외환위기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IMF 경제위기 이후로는 IOCR이 높아지는 등 투자의 효율성이 개선되고 있다. 이런 투자의 효율성 증대와 함께 향후 몇 년 동안은 국내 총투자율이 저축률을 밑돌고 경상수지 흑자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투자율은 낮아지지만 투자의 질적 개선으로 구조적으로 국내 총투자율이 국내 총저축률보다 낮아지고 이는 경상수지 흑자와 더불어 환율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환율안정은 결국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이고 물가 안정은 저성장과 더불어 장기적으로 저금리 추세를 유지시켜줄 가능성이 높다.

(3) 지식기반 경제로의 이행

정보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정보통신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아래 <표 3>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몇 가지 통계가 이를 보여주는데 우선 실질 GDP에서 정보통신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1년에 3.2%에서 경제위기를 맞은 1997년에 7.7%, 2000년에 15.3%까지 올라갔다. 또한 1991년에서 2000년까지 실질 GDP 성장률이 평균 6.2%였으나 정보통신산업은 25.2%나 성장했다. 특히 정보통신산업은 미국 경제의 호황을 바탕으로 1999년과 2000년에는 평균 38.8%의 매우 높은 성장을 달성했고 지난 2년 동안 우리 경제의 회복에 크게 기여했다.

정보통신산업의 생산성도 여타 산업에 비해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산업분석팀의 추정에 따르면 1976∼99년의 정보통신산업의 총요소생산성 증가률이 평균 10.5%로 전산업 0.7%, 제조업 3.1%에 비해서 훨씬 높게 나왔다.

앞으로의 문제는 정보통신산업의 높은 생산성이 다른 산업의 생산성을 얼마나 개선시킬 것인가에 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정보통신산업의 생산성 향상효과가 아직 전체산업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제 정보통신산업이 전통산업과 결합되면서 산업 각 부문에서 생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통신산업의 국민경제에서 역할 증대와 함께 앞으로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이 지식기반경제의 확충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지식기반 산업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 순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스위스와 스웨덴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고 우리나라는 핀란드와 함께 공동 10위로 독일(12위), 일본(13위)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요소별 평가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는 GDP대비 지식투자, 정보통신인프라, 인적자원, 노동생산성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기초연구, 특허출원건수, 과학기술분야의 국제협력, 노동인구당 연구자수 등 주로 기초 연구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우리 산업구조가 IMF 경제위기 이후 빠르게 지식기반산업으로 변하고 있다. 앞으로 국가경쟁력이 여기에 달려 있는 만큼 효율적인 지식기반경제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2) 금융부문

우리 금융시스템은 전통적으로 은행을 축으로 하는 간접금융 중심이었다(Rhenish Model). 그러나 IMF 경제위기 이후 규제완화가 촉진되고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우리 금융시스템이 미국과 영국에서 발전한 직접금융(Anglo-Saxon Model)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부문이 실물부문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했다. 지난 20년 이상 압축성장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위해서 금융부문을 억압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 이후 금융부문에서 규제완화와 개방화로 금융부문이 급속하게 팽창했다.

2000년 마샬 k(=M2/경상GDP)가 0.73으로 1997년의 0.42에 비해서 크게 증가했으며 거래소 시장의 시가총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97년 15.7%에서 1999년 말에는 72.2%까지 올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998년과 1999년 2년 동안 직접금융시장의 활황으로 우리 기업들이 증권시장에서 많은 자금을 조달했다. 예를 들면 1998년에는 채권발행을 통해서 56조 원을, 1999년에는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유상증자와 기업공개로 41조 원을 조달했다.

2000년 이후에는 주가 하락으로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는 줄어들었다.(2000년 14조 3천억 원, 2001년 10월까지 9조 원). 그러나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는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2000년 58조 7천억 원에서 2001년 10월까지 64조 3천억 원으로 채권발행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이 직접금융시장을 통해 자금조달을 늘림에 따라 자금 조달 패턴에도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1980년부터 1997년까지는 기업들이 평균 36% 정도를 은행을 포함한 간접금융시장에서 조달했으나 1998년 이후에는 그 비중이 크게 낮아지고 있으며 2001년 상반기에는 5.2%에 그치고 있다. 특히 IMF 경제위기 이후에는 기업들은 비은행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을 상환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직접금융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996∼97년 기업의 외부자금 조달 가운데 직접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42.3%였으나 2001년 상반기에는 98.6%에 이르고 있다. 직접금융 중에서도 2001년 들어서는 기업어음과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자금조달 패턴이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 중심으로 변하는 것은 일시적이라기보다는 중장기 추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우리 금융시스템에 나타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구조 변화 가운데 하나이다.

한편 기업들의 자금조달 패턴이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위험분산 기능이 개선되는 추세로도 볼 수 있다. 1997년 경제위기 이전에는 직접금융시장과 대출시장이 기업금융을 담당하였지만 신용위험은 은행 등을 통하여 정부가 부담했다. 왜냐하면 대부분 회사채 발행이 금융기관 보증으로서 직접금융시장의 신용위험을 금융기관이 부담하였고 암묵적 보험의 전제하에 이는 궁극적으로 정부의 부담으로 귀착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 이후로는 직접금융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민간의 신용위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회사채가 무보증으로 발행되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에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회사채 신용등급간 금리스프레드가 형성되어 시장이 신용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고 개별 투자자가 이를 부담하고 있다.

3) 은행과 기업의 구조조정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비교적 잘 진전된 분야는 금융기관 특히 은행일 것이다. 정부는 IMF 경제위기 이후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151조 원에 해당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촉진시켰다. 이중 56%에 해당하는 85조 원이 은행권에 투입되었다.

은행권에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구조조정이 혹독하게 이루어지고 은행의 자산이 건전해지고 있다. 여기다가 은행이 이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으로 변하고 있다.

우선 은행의 구조조정은 인원 및 점포 축소로 나타나고 있다. 2001년 6월 말 시중은행 점포수가 3869개로 1997년의 5031개보다 23.1% 줄어들었고 인원도 같은 기간 동안 10만2660명에서 6만1430명으로 무려 40.2% 감소했다.

한편 IMF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우리 은행들이 개선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자산건전성이었다. 1997년 이전에는 은행들이 체계적으로 자산건전성을 분류하지도 않았고 충당금도 제대로 쌓지 않았다. 그러나 1999년부터 은행들은 차주의 미래상환능력으로 고려한 자산건전성 분류기준(forward looking criteria; FLC)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은행들의 고정이하 부실채권 비율이 1998년 말 7.2%에서 1999년 말에는 12.4%까지 상승하였다.

그 이후에도 기업들의 부도 증가와 더불어 구조조정에 실패한 기업들이 속출하여 은행들의 여신건전성을 악화시키고 부실자산을 확대시켰지만 은행들은 자산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부실채권 처리에 몰두해왔다.

그 결과 시중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non-performance loan; NPL)이 2001년 9월 말에는 4.8%까지 낮아졌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무수익여신 비율이 2% 이하인 것을 고려하면 아직도 높은 수준이지만 은행들의 구조조정 노력이 지속되는 한 이 비율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은행이 기업으로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가와 언제, 어떻게 공적자금투입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국유화한 은행들을 민영화할 것인가에 있다. 우선 이익문제부터 살펴보면 은행들은 1997년에서 2000년까지 4년 동안 적자(당기순이익 기준)를 냈으나 2001년 1분기부터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규모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01년 들어서 3분기까지 시중은행들은 3조 1천억 원의 순이익을 내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은행의 민영화는 점진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정부는 IMF 경제위기 이후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서 시장주도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다. 이런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은행의 민영화가 선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기업의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다. 우선 재무구조 측면에서 보면 제조업의 부채비율이 1997년 396.2%에서 2001년 6월말에는 198.3%로 낮아졌다. 자기자본 비율은 같은 기간 동안 20.2%에서 33.5%로 높아졌다. 이외에 차입금에 대한 평균 이자율이 크게 낮아지고 금융비용부담률도 1998년 7.0%에서 2001년 상반기에는 4.0%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나 경상이익률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앞에서 본 것처럼 기업경영이 양적이나 질적으로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01년 상반기 현재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으로 영업이익이 금융비용에 미치는 못하는 업체의 비중이 30.0%에 이르고 있다. 또한 부채비율의 개선은 부채 감축보다는 주로 자본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1999∼2000년 중 2년 연속 30대 대규모 집단에 지정된 23개 기업집단의 부채비율 개선 내역을 보면 부채는 18.9% 감소에 그친 반면 자기자본이 79.2%나 증가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전산업을 보더라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금융부채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우리 경제가 위기에 빠지기 시작했던 1997년 말에 기업의 금융부채가 641조 원이었다. 이 금액이 1999년에는 603조 원까지 낮아졌으나 2001년 상반기에는 다시 641조 원을 기록해 1997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기업들의 금융자산이 1997년 274조 원에서 2001년 상반기에는 312조 원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순금융자산의 마이너스 폭이 감소되었다. 그 결과 순금융자산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97년 마이너스 80.9%에서 2001년 상반기에는 마이너스 60.7%로 개선되었다. 그러나 이 비율을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 기업들이 아직도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순금융자산의 GDP 비율이 미국 -9.4%, 독일 -5.6%, 영국 -32.2%, 일본 -46.9%로 우리나라에 비해서 크게 낮다.

이외에 제도나 기업경영의 질적 측면에서도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제도 변화로는 M&A 시장의 개방,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제한 완화, 사외이사제 의무화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기업지배구조 관련 제도들이 대폭 강화되면서 그룹 단위의 경영이 개별기업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상장법인의 사외이사 선임이 의무화되면서 개별기업의 이사회가 실질적인 최고 경영의사결정 기관으로 바뀌고 있다.

아직까지 은행이나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양적이나 질적인 측면에서 이들의 체질이 개선되고 있다. IMF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주도해왔던 정부는 2001년 3월부터는 시장주도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은행의 체질개선과 더불어 민영화가 시급한 문제이다.

또한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간접금융 중심에서 직접금융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과 기업간의 관계가 변할 것이다. 즉 우량 대기업은 국내외 직접금융시장을 통해서 얼마든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은행에 의존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과 중견 기업들은 은행과의 장기 결속관계를 통해 은행으로부터 안정적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4. 맺음말 -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요인들

지금까지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거시경제변수 동향과 한국경제의 구조 변화 방향을 진단해보았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1998년의 급속한 경기 침체 끝에 1999년과 2000년에는 미국 경제의 호황과 더불어 저금리에 따른 내수 증가로 빠른 경기 회복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아졌고 2001년 들어서는 미국 경제를 포함한 세계경제의 동시 침체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크게 줄어들면서 우리 경제도 2%대의 저성장을 겪고 있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4년이 지나면서 우리 경제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는데,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경제가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고성장 국면에서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식기반경제로의 변화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둘째, GDP에서 소비의 비중은 늘어나는 반면 투자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투자의 효율성은 증대되고 있다.
셋째, 총저축률이 국내 총투자율을 넘어서면서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보이고 이는 환율과 금리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넷째, 금융 부문이 실물 부문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금융시스템도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으로 변하고 있다.
다섯째, 아직도 구조조정이 더 진행되어야 하지만 적어도 양적 측면에서는 은행과 기업의 체질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이를 다시 한번 요약하면 앞으로 우리 경제는 안정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과 기업도 점차 이익을 낼 수 있는 주체로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안정성장을 위협할 대내외 요인도 많다. 우선 국내 요인으로는 재정의 건전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2000년말 현재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119조 7천억 원으로 경상 GDP 23.1%이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인 70.6%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한 2000년 재정수지가 GDP대비 1.3%의 흑자를 기록하여 재정수지도 비교적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이자부담과 미회수 문제로 인해 앞으로 재정부담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공적자금 이자가 98년 1조 3천억 원에서 2002년에는 7조 7천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01년 10월말 현재 투입된 공적자금은 총 150조 6천억 원인데 이중 회수된 금액은 37.7조 원으로 25.0%에 지나지 못했다.

해외요인으로는 미국 경제의 회복 여부, 일본 경제의 침체와 더불어 엔화가치의 하락 가능성, 중국의 등장에 따른 위협 등이다. 이 가운데서도 중국의 등장은 우리에게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가 한국국제통상학회(2001.12.8)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관련 통계와 그림은 "www.deri.co.kr/연구소칼럼"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제가 한국국제통상학회(2001.12.8)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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