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온통 한숨 나오고 기막힌 내용뿐입니다. 죄송합니다.
짓밟히는 '거리'의 인권
경찰이 서울 시내 일부 유흥가의 매매춘 단속을 벌이면서 강제로 매춘여성들의 나체사진을 찍는가 하면 조사과정에서 폭언을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10월부터 3개월 동안 서울지역 유흥가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데요. 특히 '천호동 텍사스촌'의 매춘여성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원의 김승권 박사는 "경찰이 재발을 막는다는 이유로 매춘여성들에게 '나는 윤락녀'라는 피켓을 들게 하고 사진을 찍거나, 조사과정에서 서류철로 공공연하게 폭행했다는 주장이 49건이나 접수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천호동 텍사스촌'의 매춘 여성들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단속을 나온 경찰이 증거를 남긴다며 강제로 옷을 벗게 하고 사진을 찍거나 조사과정에서 '어떤 자세로 했느냐'는 등의 질문으로 수치심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마 해당 경찰관들은 자신이 심각하게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자각도 없었을 겁니다. 사회 각 분야, 특히 검.경찰 등 수사기관에 대해서 인권에 관한 실질적인 교육을 해야 합니다.
'진승현게이트' 열리려나?
검찰은 19일 오전 신광옥 전 법무부 차관을 상대로 최택곤 전 민주당 교육특위 위원장을 통해 진승현 씨에게서 돈을 받았는지를 집중 추궁했습니다. 검찰은 오늘(20일) 중 신 전차관에 대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입니다.
검찰은 "작년 3월과 4월 진씨 소유인 열린금고에 대한 금감원 감사가 진행되면서 신 전차관에게 선처를 부탁했고 작년 4월말 사직동팀 내사도 잘 마무리되도록 부탁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검찰은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의 계좌를 추적한 결과 진씨가 제3자를 통해 최소한 1천만원을 김 전차장에게 건넨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김 전 차장이 정권 고위층에게 "대통령 아들이 이 사건에 연루됐다"며 수사 중단을 건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당연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람들이 권부(權府)라고 부르는 곳이 있습니다. 청와대, 검찰, 국가정보원 등이 그곳입니다. 문자 그대로 권력의 핵심입니다. 이들 권부가 모두 게이트로 연결돼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권부의 감시는 누가 해야 하는 걸까요? "
'배달사고' 처벌하지 못한다
'배달사고'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체국이나 퀵 서비스 얘기가 아닙니다. 중간에서 뇌물을 슬쩍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물론 정치권이나 금융권의 얘기죠. 그런데 뇌물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배달사고가 나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지법은 19일 금융기관 관계자들에 대한 '대출 사례비' 명목으로 회사돈을 가져가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기소된 벤처기업 재무이사 김아무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행 민법상 불법적으로 재산을 제공한 경우 이 행위가 법률상 무효기 때문에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회사쪽이 뇌물 목적으로 전달해 달라며 김씨에게 준 돈 역시 불법적인 것으로 소유권이 김씨에게 넘어간 것이므로 김씨가 전달하지 않고 마음대로 소비했다고 해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후안무치의 사회가 되다 보니 별의별 사고가 다 터지고 또 별의별 판결이 다 나오는군요. 정말 한심한 세태입니다.
수지김 사건, 장세동 씨가 지시
서울지검 외사부는 19일 "87년 1월 홍콩에서 발생한 '수지김 피살사건'은 당시 장세동 안기부장의 지시로 납북미수사건으로 조작됐으며 윤씨의 살인혐의도 은폐됐다"고 발표했습니다.
검찰은 장세동 당시 안기부장는 싱가포르 주재 안기부 직원들로부터 "윤씨가 자진 입북하려 한 것 같다"는 보고를 받고서도 "납북당할 뻔 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또 "작년 2월 이 사건에 대한 경찰 내사는 당시 국정원 김승일 대공수사국장과 이무영 경찰청장의 주도로 중단됐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이 전 경찰청장과 김 전 국장을 직권남용 및 범인도피 혐의로 이날 구속기소했지만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쪽에서는 당시 안기부 발표에 대해 얼마나 황당해 했을까요? 이런 식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된 건 또 얼마나 많을까요?
한편 서울지검 특수3부는 이 사건의 용의자 윤태식 씨가 벤처기업인 '패스21'의 유상 증자 과정에서 자본금을 가짜로 납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돈을 빼돌려 정치권에 로비를 벌인 혐의를 잡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윤태식씨 정치권 자금살포 포착" (중앙일보)
박정훈 씨 "김홍일 의원에 8-9억 전달"
88년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김홍일 의원에게 전달한 돈은 8-9억원이라고 박정훈 의원이 밝혔습니다. '7-8평 규모의 서재가 돈상자로 가득찼다'는 부인 김재옥 씨의 주장은 "엄청나게 과장된 것"이라며 "2억-3억원 정도가 들어간 사과박스 1개씩을 세 차례에 걸쳐 전달했다"고 박정훈 의원은 주장했습니다.
박 전 의원은 92년 민주당 전국구 공천 당시 23억원을 헌금으로 냈다는 부인의 폭로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이라면서 "야당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시인했습니다.
정말 한심한 일입니다.
이밖에 오늘의 주요 뉴스입니다.
국제
- 미국에서 확전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강경파인 폴 월포위츠 국방부차관은 "이번 전쟁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작했지만 그곳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전을 기정사실화했습니다. 미국 내 여론조사 결과도 국민의 2/3는 확전에 찬선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아르헨티나 경제가 최악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산타페. 부에노스아이레스주 등의 일부 도시에서 폭동 조짐이 일고 있습니다.
경제
- 국회 재경위는 19일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제출한 법인세 2%포인트 인하 법인세법 개정안을 표결로 통과시켰습니다. 재경위원 23명 가운데 한나라당 12명과 자민련 1명이 개정안에 찬성했고 민주당 9명은 표결에 불참했습니다.
- 한국무역협회는 내년 무역수지 흑자가 올해의 102억달러(추정치)보다 32% 줄어든 7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수출은 1610억 달러로 올 추정치에 비해 5.9% 증가하는 반면 수입은 1540억 달러로 8.6%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정치
- G&G그룹 이용호 씨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앙수사부는 19일 이씨가 지난해 4.13 총선 직전 청와대 공보수석실 국장직을 사퇴한 오상범씨에게 2천만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오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습니다.
- 한국 공군의 유일한 고공 방어무기인 나이키 미사일이 100기 가운데 8-30여 기만 정상 작동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국방부가 한나라당 강삼재 의원에게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1998년 국방과학연구소의 검사 결과 1단계 추진체 발사가 가능한 미사일은 19%, 2단계 탄두 발사가 가능한 미사일은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는군요.
사회
- 중국산 수입 수산물에서 납과 못 등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한중 수출입 수산물 위생관리 약정이 발효된 이후 중국산 수산물에서 이물질이 발견 된 것은 이번까지 모두 10차례나 됩니다.
- 지난 한해 동안 도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국가예산의 10.3%에 해당하는 8조 886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도로교통안전 관리공단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인적 피해가 59.8%로 가장 많았고 물적피해(32.2%), 사고처리 비용(7077억원)이 뒤를 이었습니다.
- 국내 사교육 시장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교육인적자원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초.중.고교생이 과외비로 지출한 돈은 7조 1276억원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기업정보 분석업체 코네스는 교육비 규모를 30조원으로 추산했고 한국교육개발원은 98년 12조원으로 추정했습니다.
사랑과 희망이 있는 소식
- "희미하나마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작은 등불이 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척추신경통, 천식 등 10여 가지의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이대 목동병원에서 허드렛일을 도맡아온 유난주 할머니. 8년 동안 총 봉사활동시간이 4236시간이 된다고 하는군요.
"아름다운 '8순 봉사'" (동아일보)
- 연말, 연초를 해돋이, 해맞이로 보내시려는 분, 있으십니까? 동아일보에 전국의 축제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군요.
"가볼만한 해넘이-해돋이 여행" (동아일보)
-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상하이 임시정부청사가 19일 재복원됐습니다. 중국 상하이시 루완구 마당로에 있는 이 청사는 1989년 중국 쪽의 도시개발계획으로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1993년 복원됐다가 이 날 재복원됐습니다. 세계일보의 보도입니다.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Who monitors the monitors?)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사회과학의 고전적인 문제 중 하나죠. 도대체 우리나라의 권부는 누가 감시해야 하는 걸까요? 획기적인 권력분산과 상호견제 체제를 제시하는 사람이 누군가를 잘 관찰해보십시오. 어떻게 하면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킬까를 고민하는 사람은 절대로 지도자가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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