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들리겠지만 재벌의 자의적 경영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연이어 나왔습니다.
삼성전자 이사들, "902억 물어내라"
재벌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계열사를 지원합니다. 한마디로 "우리가 남이가"인 셈이죠. 경영상태가 부실한 기업을 인수하거나 계열사에 주식을 헐값으로 넘기기도 합니다. 바로 이런 일을 한 삼성전자 이사들에게 902억8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참여연대 박원순 사무처장 등 삼성전자 소액주주 22명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삼성전자 전·현직 이사 10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수원지법이 27일에 내린 판결입니다. 수원지법은 또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비자금을 준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에게도 75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삼성전자가 이천전기㈜를 인수하기 직전 이천전기의 비정상적인 재무상황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종합전기사업 인수 필요성과 추진방법만 적힌 자료를 참고해서 이사회에서 1시간만에 인수를 결정하는 바람에 이천전기가 2년도 지나지 않아 퇴출기업으로 청산됐다”며 “인수 결정에 따른 손해액 276억2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 “삼성전자가 액면가 1만 원에 취득한 삼성종합화학㈜ 주식 2천만 주를 1주당 2600원에 처분할 당시 순자산가치라는 관점에서 보아도 1주당 주가가 5733원이었다”며 “이사들이 법인에게 이익이 되는 처분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1시간만의 토론으로 삼성종합화학에 대한 지배주주로서의 지위를 양도하는 주식처분을 한 것은 이사의 임무를 해태한 것이므로 626억6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참여연대 박 처장 등 소액 주주들은 98년 10월20일 삼성전자의 부당 내부거래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모두 3500여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날 판결에 대해 참여연대는 "관행처럼 여겨왔던 비자금을 통한 뇌물공여와 부실계열사에 대한 출자·지원 등에 대해 재벌 총수와 경영진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획기적 판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경영진의 판단 실수에 따른 것으로 고의적이거나 악의적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판결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항소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서울지법은 27일 고의로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 주주총회 결정은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대우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낸 소액주주 "심 씨 등이 주총 세시간 전에 주총 2장소에 도착해 입장을 요구했으나 대우전자 측이 이들의 입장을 막고 18분 만에 주총을 마치는 등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막은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판결이 나오는 시점에 '집단소송제'가 도입된다면 재벌들의 방만한 경영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집단소송제란 몇 명이 재판을 한 결과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새해 예산안 통과
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어 111조9767억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과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내리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 등 11개 법안을 처리했습니다. 이 예산안 규모는 올해 100조2246억 원보다 11.7% 늘어난 규모입니다.
또 국회는 제주도에 대한 외국인의 무사증 입국 허용 등을 규정한 제주도개발 특별법안, 금감위의 유가증권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권을 강화한 증권거래법 개정안, 성인영화관 설치를 규정한 영화진흥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습니다.
김용채 씨 검찰 소환 조사 임박
인천지검 특수부는 27일 김용채 자민련 부총재 등 여야 정치인 3명이 기업체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를 잡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인천의 ㅅ경금속회사 전 대표이사 최아무개 씨는 옛 성업공사(현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자금지원을 부탁하면서 당시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이었던 김 부총재에게 2-3차례에 걸쳐 모두 2억1천만 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했습니다.
검찰은 대검중수부 산하 '공적자금 합동수사반'이 수사 중인 43개 기업을 통해 전국의 특수부 등 검찰청 별로 모두 70여 개의 부실기업의 공적자금 관련 비리를 수사 중입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이들 기업 가운데 내사가 마무리단계에 이른 10여개 업체의 임직원과 관련 공무원에 대한 사법처리가 연초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진승현 게이트'로 민주당 인사들이 줄줄이 소환된 데 이어 자민련 부총재까지 소환되자 정가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를 '검찰이 살아남기 위한 것'으로 받아 들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검찰이 생존권 차원에서 '성역없는 수사'를 하게 되면 지난 총선자금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벤처기업에서 여야 없이 선거자금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아 여야 모두 긴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의약분업 뒤 항생제 사용 줄었다
의약분업 시행으로 항생제와 주사제 사용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27일에 펴낸 '의약분업 시행성과'에 따르면 외래진료 1건당 항생제 처방약 품목수가 의약분업 전인 지난해 5월 0.90 품목에서 지난 5월 0.79품목, 10월 0.73품목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처방전을 받은 환자 100명 가운데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수도 올 2분기 49.01명에서 3분기 42.73명으로, 처방약제의 총 투약일수 중 항생제 투약일수 비율도 2분기 23.9%에서 3분기 19.33%로 각각 줄어들었습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의약분업이 그래도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입니다.
금융기관 '빈익빈 부익부' 심화
금융기관들 사이에 수익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위권 금융기관들의 시장점유율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정부의 금융정책도 재무건전성 강화에서 수익성 강화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신용카드 시장은 엘지와 삼성이, 손해보험업은 삼성·현대·엘지·동부·동양이, 그리고 은행권은 통합 국민은행이 점유율을 크게 늘렸습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금융기관 간 우열이 시장점유율과 수익으로 정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독과점 상황으로 치닫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밖에 오늘의 주요 뉴스입니다.
국제
-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토라보라 산악지역에서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추적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카타르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가 26일 그의 모습과 육성이 담긴 새로운 비디오 테이프를 방영했습니다.
오사마 빈 라덴은 비디오에서 "미국에 대한 테러는 불의에 대한 대응이고 우리 민족을 죽이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중단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찬양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비디오에서 "미국에 대한 신성한 공격이 있은지 3개월 뒤"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비디오는 12월 초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 북한과 일본이 동중국해에서 침몰한 괴선박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공화국에 대한 중대한 모략행위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일본을 맹비난했고 일본은 "북한의 저질스러운 비판은 타당성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북한.일본 '괴선박 갈등' 고조" (중앙일보)
경제
- 엔화와 원화가치의 동반 하락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대달러 엔화 환율은 131엔을 넘어섰고 원화 환율도 1329원으로 마감됐습니다. 이날의 원화환율은 4월 10일의 1334.1원 이후 여덟달 만의 최고치입니다.
정치
- 지난해 '수지김 피살사건'을 내사했던 경찰관 2명이 윤태식 씨로부터 각각 2억 원대의 '패스21' 주식을 받은 혐의(뇌물수수)가 드러나 구속영장이 신청됐습니다.
사회
- 부산항을 통해 동남아지역으로 밀수출되려면 중국산 히로뽕 91Kg이 검찰과 세관에 적발됐습니다. 이 분량은 단일 사건으로는 사상 최대규모로 국내 수사기관 전체가 작년 한해 동안 압수한 총량 46Kg의 두배에 이르며 약 300만 명이 한꺼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라는군요.
- 올해 처음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됐습니다. 국립보건원은 27일 독감을 일으키는 '뉴 칼레도니아 A형' 인플루엔자를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호흡기 질환인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1-3일의 잠복기를 거쳐 열, 두통, 근육통, 마른 기침 등의 증세가 나타납니다. 보건원은 면역력이 약한 65세 이상의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들은 예방접종을 받으라고 당부했습니다.
사랑과 희망이 담긴 소식
- "앞을 못보는 서러움과 불편함은 당해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습니다. 앞으로 장애인 정책을 맡으면 이 경험을 100% 활용할 생각입니다"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1급 장애인으로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장애인 정책입안)에 특채된 신창현 박사의 말입니다. 그의 사연을 들어 보십시오.
"1급 시각장애인 공무원 문턱넘다" (동아일보)
- 이번엔 가슴아픈 사연입니다. 후진국 병이라며 돌아보지 않는 가운데 서울의 한 변두리에서 고생하는 결핵환자들의 얘깁니다. 한달 27만원인 정부 보조로는 산소통 값도 안 되는 현실에서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서울 역촌동 결핵환자촌의 겨울나기" (한국일보)
-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찍 해가 뜨는 곳은 어딜까요? 아마 새해 첫 아침을 동해 일출로 맞으려는 분들은 관심이 갈텐데요. 경북 영일만의 호미곶이랍니다. 이 곳에 설치된 '상생의 손'이 일출을 맞는 (다소 괴이한) 풍경과 함께 호미곶 가는 길을 미리 점검해 두시죠.
"희망도 사랑도 함께 '불끈'" (세계일보)
- 17년 전 남편이 담뱃불 때문에 낸 산불 피해 변상금 123만157원을 평생동안 갚은 용간난 할머니 얘기도 여러 가지를 많이 생각하게 하는 기사입니다. 지난 9월 18일 변상금을 완납한 용할머니는 "지난 20년 동안 가슴 한구석이 늘 빚 때문에 답답했는데 변상금을 모두 갚아 후련하다"고 말했습니다.
"남편이 낸 산불 22년간 변상한 할머니" (동아일보)
용할머니 정말 용하죠? 123만 원... 요즘 게이트 게이트에서 억억 하다 보니 정말 푼돈으로 느껴집니다. 남의 회사 카드로 한달에 몇천만 원씩 술을 먹었다는 국정원 전 간부에게는 정말 껌값이었겠죠. 소득을 숨겨 탈세하는 의사나 변호사에겐 또 어떨까요?
그러나 그 123만 원에 평생을 걸고 법을 지킨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 때문에 우리 사회가 비틀거리면서도 유지되고 있는 거겠죠. 오히려 요즘은 이렇게 곧이 곧대로 사는 분들을 바보처럼 여기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혹시 아이들에게 편법을 가르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입니다.
그리고 한마디만 더. "담뱃불 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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