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여! 새해엔 코를 걸자'

손뜨개용 바늘 생산하는 '로즈물산'의 김철호 씨

등록 2001.12.31 13:38수정 2001.12.3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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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에서 니트의 비중이 늘면서 손뜨개가 사라지고 있다. 60∼70년대 손뜨개가 보편화될 당시엔 ‘손뜨개 경연대회’가 열릴 정도였지만 이젠 아득한 추억속의 얘기가 되고 말았다.

손뜨개용 바늘을 생산하는 업체가 사라지고, 실을 생산하는 기업도 생산량을 계속 줄이고 있다.

더욱이 갈수록 소홀해져 가는 중·고등학교의 가정 수업과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손뜨개의 가장 기초인 코를 걸지 못하는 여학생이 대다수다.

대학의 가정학과를 졸업하고도 손뜨개를 모르는 여학생이 많을 정도. 뜨개질이 사라지면서 우리의 훈훈한 인정미까지 수그러드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한다.

이같은 현실에서도 가업을 이어받아 묵묵히 손뜨개용 바늘을 생산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전남 무안군 무안읍 성남리에서 '로즈물산'이라는 조그마한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철호 씨.

시중에 나도는 손뜨개용 바늘이 모두 수입품인 현실에서, 김 씨는 우리나라에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손뜨개용 바늘 생산업자로 알려져 있다.

1940년대부터 손뜨개용 바늘을 만들기 시작한 김 씨는 요즘 연간 1천만 개가 넘는 바늘을 생산하고 있다. 잘 연마된 코와 니켈로 도금처리한 레이스 자수용 수편바늘과 코바늘이 주생산품.

바늘의 종류는 다양하다. 단순한 한쪽 코바늘과 양쪽 코바늘이 있고 코바늘 부분을 교체, 손잡이에 부쳐 쓸 수 있는 콤포트 코바늘이 있다. 뚜껑을 만들어 보관할 수 있는 포켓용 코바늘도 있다. 어떤 규격이나 형태든지 소비자가 주문만 하면 만들어 주는 것이 특징.

이 바늘은 국내 판매는 없다. 미국과 대만, 영국, 칠레, 파키스탄, 이태리 등지로 전량 팔려 나간다. 대나무로 만든 수편바늘은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나가 일본시장을 꿰고 다닌다.

외국 소비자들로부터 “디자인이 다양하고 코 끝이 부드러우면서 잘 걸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수출실적은 2000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51만 달러(7억 원). 전년보다 41% 늘었다. 뿐만 아니라 김 씨는 니켈도금 자동화 라인을 직접 개발, 21단계에 이르는 제조공정을 11단계로 줄였다. 생산비를 줄이면서도 생산성이 높아지고 품질이 좋아진 것은 당연지사.

김 씨는 “요즘 3D업종을 기피하는 사회현상으로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하고 “하지만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 해외시장에서 상품 브랜드로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임오년 새해에는 많은 여성들이 손뜨개질을 하며 코를 걸고 이와 함께 우리 사회에 훈훈한 인정미까지 넘쳐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새해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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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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