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피하세요. 잡히면 감옥 가요”

<내부에 적이 있다5> 중국현지기업의 검은 관행 베일

등록 2001.12.31 16:10수정 2001.12.3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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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은 중국 동북 남부, 랴오허핑위안의 중앙에 있고 중국의 중요한 공업 도시 중 하나다. 랴오닝성의 성도이며, 우리에게는 일제시대에 펑톈(奉天)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국기업으로는 농심과 삼보컴퓨터, 아모레 화장품을 필두로 하여 다양한 업종이 진출해 있으며, 한국토지개발공사가 건설한 한국공단이 있고, 한국문화를 상당수 이해하는 현지인과 조선족 인력들이 풍부한 지역임을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선양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현에서 비닐 포장업체를 운영하다 결국은 현지인에게 업체마저 빼앗겨 버렸다는 김학수(가명. 53세) 사장.
"선양은 동북이라서 의사소통도 남방지역보다 잘 됐어요. 사업여건도 좋고 중소업체를 하기에는 경쟁성이 있는 곳이어서 투자를 했지요. 돈도 제법 벌었는데 실수를 해서 망했어요. 욕심보다는 그때는 회사를 위해서 한 일인데 내가 내 눈을 찌른거나 마찬가지지만 참 이럴 수도 있나 싶어 분통도 터집디다."

김 사장은 95년에 한국에는 판매사무소만 남겨두고 중국으로 진출하여 수출물량도 소화를 하면서 내수시장에 영업을 막 전개하여 이익을 상당히 남겼다고 한다. 중국도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세무국에 월별, 분기별로 세금 납부신고를 성실히 하고 세금을 납부하여야 하는 것은 상식에 가까운 일이다.

그런데 그 분기에 내수시장 판매액이 런민삐 600만 위안(한화 9억6천만 원 상당)이 되어 증치세 부문의 환급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푼이 아쉬운 판에 세금을 환급받을 수 없을까 고민하여 법률을 검토해 보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중국 세무당국이 시행하고 있는 증치세(增値稅)는 제조업을 하는 기업이 원자재를 구입할 때 미리 세금을 내어 두었다가 수출을 한 후 세금의 일부를 환급받는 세금의 일종인데 당국의 입장에서는 세수확보에 있어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지만 외상기업의 관점에서는 악법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내수시장에 완성품을 판매하였을 경우에는 증치세를 환급 받지 못하는 대신 영업세를 내지 않는데 이것은 제조산업기업을 장려한다는 의도에서이다. 그러던 어느날 당시 회계담당을 하고 있던 미스백(27세)이 김 사장에게 ‘내수판매한 총액을 수출한 것으로 세무당국에 회계를 조작하여 보고한 후 증치세를 환급받게 해 주겠다’라는 제의를 해서 김 사장은 이때 원자재 구입과 회사에 투자할 것이 차츰 증가하던 터라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탈세를 감행한 것이었다.

환급을 받은 후 미스백과 소개해 받은 정부당국자에게 사례를 하고도 수십만 위안이 넘는 돈을 유용하게 활용하였고, 그 이후에도 몇 차례 눈가림을 하면서 탈세행위를 자행했던 것이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97년 봄날 주문량을 맞추느라 작업을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사장님, 피하세요. 세무국 사람들이 잡으러 와요. 세금 안내고 환급받았는 것 들통났어요. 잡히면 감옥 가요”해서 부랴 부랴 밤새 베이징으로 와서 다음날 가슴을 조리며 서울로 도피를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웬걸. 선양의 공장에 전화를 하면 몇 달만 있다가 오시면 된다고 해서 3개월이 지난 후 돌아와보니 이미 현지공장이 다른 사람 이름으로 넘어 간 것이었다. “내가 실수해서 저지른 약점을 안 거지요. 대표이사 직인과 양도증서 등을 조작해서 팔아먹고 통장의 돈도 다 빼내어서 자취를 감추었어요. 고발이나 할 수 있겠어요?” 라며 담배연기를 길게 내어 뿜는 김 사장이 준 경험과 교훈은 무엇인가.

‘탈세를 하지 말자’ ‘회계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 ‘투자지역을 잘 선택하자’ 등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 기자가 주중대사관에서 홍순영(現 통일부장관) 장관을 취재할 때 외국에서 사업할 때 가장 명심해야 하는 것은 ‘주재국의 법을 준수하고 존중하라’며 수차례 강조한 말이 새삼 떠올랐다.

취재에 동행한 개발구 관리위원회의 장 국장(41세)은 "유혹에 말려들면 항상 뒤탈이 있기 마련이지요. 특히 중국에서는 벌이가 잘될 때는 자라처럼 행동해야 해요. 확실하지 않으면 경계해야 실수가 없어요" 라는 말에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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