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신 국방부장관님께 드리는 글

역사와 민족 앞에 떳떳한 국방부를 보고 싶습니다

등록 2001.12.31 22:49수정 2002.01.0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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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신 국방부장관님,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나라를 지키는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다름이 아니오라 이번 미군의 용산기지 내 아파트 건립과 관련하여 국방부가 취하고 있는 태도가 참으로 이해할 수 없어 이렇게 몇 자 올립니다.

지난 12월 8일 미군이 용산기지 안에 숙소용으로 대형아파트를 짓겠다고 한 것은 이미 10년쯤 전 기지이전을 약속한 마당에 참으로 뻔뻔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미군의 계획을 허가한다고 국방부에서 발표했을 때 그 충격은 참으로 큰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배신행위라고 생각했고, 거의 모든 언론매체에서도 "어느 나라의 국방부인가"라는 질책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강인한 독립심과 진취적 정신의 군인집단인 국방부가 어떻게 미군의 대변인 격으로 전락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에 국방부가 내놓았다는 그 대안이라는 것이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그저 잠시 여론의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으로 땜질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군이 용산기지 안에 아파트를 건설하려는 것은 영구주둔을 획책하려는 것이라 대다수 국민은 보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강력하게 반대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방부는 엉뚱하게도 그곳에서 조금 벗어난 곳, 소위 대체지에 아파트를 지을 것을 제안했다 합니다. 그 곳은 수도서울이 아닌가요? 아파트를 용산기지 내에 짓는 것과 담장 하나 사이에 두고있는 수송단 부지에 짓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요? 결국 국방부의 제안이라는 것이 핵심을 호도하여 국민을 또 한번 기만하려는 수에 불과하다는 데 생각이 이르니, 우리 국민이 언젯적부터 이렇게 안팎으로 무시를 당하며 살아왔는지 참으로 분통이 터질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장관님은 우리 국민의 이러한 분노를 알고 계신지요?

김 장관님,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근대화가 이루어진 1960년대에 우리의 군대도 근대화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후 40년 가량이 지난 지금 거의 불모지의 상태에서 모든 분야가 세계의 중상위권으로 진입을 했습니다. 오늘날의 우리나라를 있게 한 원동력이 바로 지난 40년간의 국민의 피땀어린 노력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 유독 낙후한 분야가 있으니 그 분야가 바로 자주국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한해 정부 전체 예산의 약 4분의 1 내지 3분의 1가량을 쏟아 부었으니 돈은 돈대로 엄청 퍼부었는데도 말입니다. 이 나라의 다른 분야의 발전과 비교한다면 지금쯤 우리의 국방분야는 적어도 스스로의 힘으로 외부의 침략을 막아낼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 장관님, 국방부는 다른 많은 분야들이 세계 최고와 경쟁할 만큼 성장한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왜 수십 년을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쏟아 붓고도 스스로의 힘으로 북한의 위협 하나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지 이제는 말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은 "국민 여러분, 조금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국민의 군대가 보호해 드릴 것입니다. 미군이 나가도 우리는 자신이 있습니다"하는 듬직한 모습을 보는 것이 소원일 겁니다. 그러나 우리의 군대는 지금 그런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미군이 없으면 큰일납니다. 북한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미군 철수는 절대 안 됩니다"라며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국방을 책임지고 계신 장관으로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정말 미군이 없으면 북한을 막아내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도 우리의 군대가 허약한가요? 제 상식으로는 창피해서라도 그런 말을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만.

김 장관님, 국방부가 좀더 지혜롭다면 상황을 잘 이용하여 우리가 엄청난 대미 협상우위를 점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를테면, 당신네들이 가도 우리는 끄덕없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국방부가 그런 정도의 뱃심도 없습니까? 약간의 허세 좀 부리십시오. 왜 미군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이 땅에 주둔을 하는데 우리가 주둔비 부담하고 온갖 굴욕을 감내해야 합니까? 기지사용료를 받고, 목을 뻣뻣이 세우며 주둔케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아도 시원찮을 마당에.

김 장관님,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방비를 총액기준으로 북한의 평균 2, 3배 써왔습니다. 이는 우리의 GNP의 5~6%나 되는 엄청난 액수로, 우리의 경제력이 그것을 용인할만큼 강해서가 아니라 그 뒤에 사회복지비의 희생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달리 말하면 국방비를 충당하기 위해 헐벗은 민중이 희생을 해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돈은 그야말로 신성하게 다루어야 할 돈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군은 헐벗은 민중의 희생으로 조성된 그 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해 왔는지 궁금합니다.

멀지 않은 과거에 수많은 장성들이 비리로 옷을 벗은 적이 있었습니다. 또 얼마전도 군장비 도입에 관한 의혹이 보도되었고 나이키 미사일은 10%정도만이 발사가능하다는 충격적인 보도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신문에 보도된 것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생각이 한다면 과한 것일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율곡비리 같은 무슨 무슨 비리가 우리가 모를 뿐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면 지나친 기우일까요?

그러한 엄청난 비리가 밝혀졌을 때도 군에서는 "군의 사기가 저하된다"는 말로 국민이 더 이상 추궁할 수 없도록 피해갔었습니다. 이렇게 부조리가 "군의 사기"라는 방패막이로 인해 파헤쳐지지 않고 오래 진행되어온 결과, 많은 국방예산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군이 홀로 설 수 없을 정도로 전력이 약화된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두해도 아니고 20~30년을 북한의 두세 배씩의 예산을 쓰고도 못 막겠다는 데에는 어떤 합당한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방예산의 투명한 집행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자기반성이 이 시점에서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김 장관님, 여러 신문의 사설 제목이, 그리고 많은 국민의 생각이 "우리 국방부는 어느 나라 국방부인가" 하는 것입니다. 정말이지 지금의 국방부는 도저히 우리 국민의 국방부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국방부의 관심사가 국민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곳에 있는 것은 아닌가요?

국방부는 정말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지금의 대미굴종적 태도로는 민족의 앞날에 참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뿐입니다. 미국의, 그리고 미군의 영향력을 스스로 배제하고 독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는 지금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군의 시스템이 친미적인 인사만이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되어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점검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민족자주적 성향의 인물도 같이 클 수 있는 토양이 국방부 내에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북한보다 우열한 힘을 바탕으로 외세의 간섭을 배격해 가며 민족의 이익을 위해 나갈 수 있는 그런 민족군대, 자주군대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지금 국방부와 미군기지 앞에서는 아직도 우리의 민중이 시위를 벌이고 있을 것입니다. 그 시위는 그곳에 몸담지 못한 많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제발 우리 국방부가 미군의 국방부라는 치욕스런 얘기를 듣지 않게 되길 바라며 장관님께서 역사와 민족 앞에 떳떳한 국방부로 이끌어 주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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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철 기자는 카이스트의 감사와 연구교수를 지냈습니다. 친일청산에 관심이 많아 오래 민족문제연구소 지부장을 지내고, 운영위원장을 역임하였으며, 지금은 장준하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장준하부활시민연대'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출강하면서 '코칭으로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와 '에듀코칭'을 통한 학교교육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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