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아저씨가 보여준 따뜻한 사랑

새해 첫날은 그 분 덕분에 하루 종일 즐거웠습니다

등록 2002.01.02 16:48수정 2002.01.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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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가 매우 춥습니다. 겨울 들어서 가장 추운 날씨인 것 같습니다. 성당에 걸어서 갔는데 귀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모자가 달린 점퍼를 입고 갈 걸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작년 말일에 흐린 날씨에 눈도 오고, 비도 오고, 천둥 번개도 치고 하다가 날이 추워져서 거리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걸어서 다니기가 겁납니다. 조심해서 다녀야 합니다.

새해 첫날인 어제 아침의 일입니다. 새해 들어 첫 미사에 참례하려고 정문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전날 저녁에 있은 송년미사를 보고 늦게 오는 바람에 정문 쪽 아파트 뒤쪽에다 주차해놓았기 때문입니다.

길이 얼어 있어서 밑을 보며 조심조심 걸어갔습니다. 갔더니 차 주위도 얼어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 후진을 하는데 뒤로 잘 나가지 않고 헛바퀴만 자꾸 도는 것이었습니다. 걱정이 됐습니다. 집에서 늦게 나왔기 때문에 미사 시간에 맞춰서 가기가 힘들 것 같았습니다.

다시 밟았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음만 급하고 후진은 안되고 진짜로 야단났습니다. 뭔가가 뒤에 걸리는 것이었습니다. 몹시 춥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나가서 봐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에 차 룸미러로 경비 아저씨 얼굴이 보였습니다.

아침에 운동을 갈 때마다 늘 웃는 얼굴로 인사를 받는 아저씨입니다. 인상이 참 좋으신 분인데 웃음을 보이니 더 친근감이 갑니다. 나이는 60세 가량 된 것 같습니다. 파란색 모자를 쓴 아저씨는 이번에도 웃는 얼굴로 손을 움직이며 후진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아저씨의 손 신호에 따라 핸들을 돌려 후진을 조금씩 했습니다. 그러나 조금 후진되다가 더 이상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아저씬 다시 손 신호를 고쳐서 했습니다. 그대로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내려서 걸려 있는 뭔가를 치워야겠습니다. 문을 열려고 할 때입니다. 아저씨는 그냥 앉아 있으라고 손으로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러더니 뒤쪽에 있는 경비실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후 아저씨가 손에 망치를 들고 오셨습니다. 차 가까이 와서 뒤쪽에 앉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뭔가를 깨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틀림없이 얼음일 겁니다. 그쪽이 다른 곳보다 조금 높게 얼은 모양입니다. 아저씨께 미안했습니다.

아저씨가 드디어 일어나셨습니다. 빙그레 웃는 모습으로 됐다는 표정을 보이더니 다시 손으로 신호를 보냈습니다. 후진을 똑바로 하라는 것입니다. 다시 했습니다. 됐습니다. 차가 순조롭게 뒤로 잘 빠졌습니다. 아저씨께 고맙다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그 일 때문에 성당 미사 시간에 가까스로 맞춰 갔습니다. 신부님과 교우들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고 미사를 잘 보았습니다.

미사는 다른 때보다 조금 길었습니다. 새해 첫 미사를 드리면서 경비 아저씨 생각이 났습니다. 만약에 아저씨가 도와주시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새해 첫날 기분이 아주 나빴을 것입니다. 투덜대면서 미사에 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새해 첫날이기에 더 재수 없다고 했을 것입니다.

고마운 경비 아저씨 덕분에 새해 첫날 아침이 즐겁게 시작됐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미사에 잘 참례할 수 있었습니다.

경비 아저씨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그게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말할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야 할 것이지만 어떠한 마음으로 하느냐가 참으로 중요합니다.

우리 주위를 보면 자기가 해야 할 것을 마지못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것은 얼굴을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경비 아저씨는 차에서 나가려는 나를 나오지 말라고 하고 직접 연장을 찾아서 하셨습니다. 그것도 인상 찌푸리지 않고 웃는 모습으로 그 일을 하셨습니다.

안에 있는 내가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아저씨의 모습은 어제 하루 종일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보여준 아저씨의 따뜻한 사랑은 나의 새해 첫날을 아름답고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연세 많은 경비 아저씨의 그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렵니다. 그래서 나도 나이가 들어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어제 내가 느낀 따뜻한 감동처럼 남들에게 그러한 친절과 감동을 주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하루를 즐겁게 해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첫 단추를 잘 꿰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작을 잘 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어제 일은 조그만 것이지만 결코 조그만 것이 아닙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의 기분이 180도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무조건 크고 거창한 것만이 아닙니다. 때로는 조그만 관심과 사랑, 따뜻함이 세상을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비 아저씨의 친절과 미소, 그리고 사랑의 적극적인 실천행위를 가슴에 새기렵니다.

덧붙이는 글 첫 단추를 잘 꿰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작을 잘 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어제 일은 조그만 것이지만 결코 조그만 것이 아닙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의 기분이 180도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무조건 크고 거창한 것만이 아닙니다. 때로는 조그만 관심과 사랑, 따뜻함이 세상을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비 아저씨의 친절과 미소, 그리고 사랑의 적극적인 실천행위를 가슴에 새기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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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즈음 큰 기쁨 한 가지가 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마이뉴스'를 보는 것입니다. 때때로 독자 의견란에 글을 올리다보니 저도 기자가 되어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우리들의 다양한 삶을 솔직하게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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