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구운' 빵은 정말 맛있을까?

'신선함'의 허상이 당신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등록 2002.01.02 22:43수정 2002.01.0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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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구운 빵은 정말 신선할까?


이른 아침 유명 빵집 앞에는 본사에서 배달되는 완전히 조리된 빵과 반 가공된 냉동 빵이 차곡차곡 내리는 광경을 본 적 있는가? 요즘 TV를 타고 있는 CF중엔 잘 생긴 남자가 하얀 가루를 입가에 묻히며 도너츠를 커피와 함께 아침으로 때운다. 출근길이 늦으면 들고 달리면서 먹자는 광고 카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그 광고 덕택인지 빵과 도너츠로 아침 식사를 때우는 젊은이들이 더욱 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빵을 주식으로 삼으며 '삶의 업그레이드'를 생각한다. 아니 이제 빵은 보편화되어 '삶의 업그레이드'라고 느끼기 보다는 달고 부드럽고 먹기 좋다는 이유로 변질된 '혀의 노예'가 되기를 서슴지 않는다.

빵을 주식으로 하는 경우와 밥을 주식으로 하는 경우의 건강은 절대 같을 수 없다.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설탕, 버터, 소금, 화학 첨가물들이 들어간다. 하지만 밥을 짓는데 설탕과 버터를 넣는 어머니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갓 구운 빵은 입에서 살살 녹는다. 그 부드러운 수입 밀가루에 버터, 설탕, 그 사이에 생크림이라도 바르면 더할 나위 없는 부드러운 유혹이 된다. 요즘은 빵 나오는 시간을 알려주는 타임 서비스도 한다. 또 반은 조리되어 냉동 운반되고 살짝 구워 즉석에서 구운 것을 자랑하는 냉동 생지 빵도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조리 과정과 유통 과정이 길어지는 동안 '첨가물'의 양이 늘어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되는 것은 아니다. 빵집 주인의 편리와 고객의 신선함을 위하여 그렇게 냉동 가공 처리된 빵은 확산되고 있다.

어디에도 영양을 찾을 수가 없다. 도정되고 표백되고 농약과 화학비료, 살충제가 범벅된 수입 밀가루에 , 계랑컵으로 쏟아 붓는 설탕과 버터속에, 유통 과정중에 부드러움을 유지하고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 첨가되는 그 숱한 첨가물들속에 우리가 얻는 것은 비타민과 미네랄을 모두 잃어버린 '텅빈 칼로리' 뿐이다.

부드러움의 유혹 경쟁을 넘어 이제는 갓 구운 '신선도' 경쟁이다. 밥도 바로 지으면 맛있고 당연히 빵도 새로 구워 바로 나오면 맛있다. 모든 음식이 갓 조리해서 나오면 맛있다. 그래서 요리 잘하는 부인, 부지런한 부인을 맞아 따끈한 밥을 먹을 수 있는 남편은 평생이 행복하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고 보면 '뜨거울 때 먹어라! , 식으면 맛이 없다'는 어른들의 말씀도 틀리지 않다.


맛있음의 경쟁…. 이 미식의 경주는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식품의 산업화와 함께 끝나지 않는다.

'갓 구운 것' 의 의미는 무얼까? '갓 구운 것'을 강조하는 것은 그 만큼 신선하여 맛있으며 영양이 살아 있음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선하지 않아 더 신선함을 강조하고 싶다면. 신선하게 갓 구워 낸 빵의 밀가루가 태평양을 건너 오느라고 몇 년, 몇 개월이 걸린다해도, 1 년전 만들어 낸 버터와 소금과 설탕이 뒤범벅이된 것이라도 바로 구워내기만 하면 신선함을 타이틀화, 이미지화, 상업화 할 수 있는 똥, 오줌 못가리는 세상으로 혼란스럽기만 하다.


신선함은 땅속에서 뽑아 올린지 얼마나 되었는지, 나무와 줄기에서 꺽은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또 그 열매를 딴지 얼마나 되었는지 , 바다에서 잡은 생선이 얼마나 되었는지, 낳은지 얼마나 된 계란인지, 소와 돼지의 피흘림이 얼마나 되었는지 ….. 이런 것 이외에 신선함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 이제는 신선함의 기준 조차도 혼란에 빠져 버린 것이다.

'갓 구운' 의 올바른 의미는 '지금 막 수확한, 방금 딴'의 견제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갓 구운'의 정당함과 이름값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갓 딴 신선한 식품을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대한 신선함을 지켜 식품의 안전과 영양 수준을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자연에서 돋아나고 바다에서 건져올린 싱싱함. 막 피어나는 새 순에는 영양이 넘친다. 콩에 거적을 덮고 물을 주면 자라나는 콩나물에는 비타민 C와 항산화영양소가 다량으로 증가한다. 숙주나물이 그렇고 무순이 그렇다. 돋아나는, 생명이 잉태되는 그 시점의 영양은 가장 크다.

펴보지도 못하고 시드는 꽃잎처럼 우리의 아이들이 오염된 먹거리로 시들고 있다. 한참 일할 우리의 남편들이 중년의 고개를 넘어가보기도 전에 쓰러지고 있다. 인간의 감각 기관만을 자극하며 당신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변질된 혀를 유혹하며 당신의 건강을 송두리째 뽑아버릴 오염된 먹거리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

눈 뜨고도 코 베어가는 그런 세상에 우리는 있다. 근사함과 편리함속에 당신의 건강을 도둑질 당하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신선함'의 우상을 깨고 착각의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 건강란이 없군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했습니다. 저의 작은 글이 건강한 삶에 조그만 도움이 된다면 계속 연재를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에 건강란이 없군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했습니다. 저의 작은 글이 건강한 삶에 조그만 도움이 된다면 계속 연재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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