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정치, 여성 파워가 뜨겁다!

전체 의석수의 5.9%에 불과한 16명의 여성 정치인 주목

등록 2002.01.02 23:28수정 2002.01.0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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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희·허운나 의원 등 의정활동 뛰어난 '모범생' 평가

지난 2001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여성 정치인들의 의정활동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273명의 의원 중 불과 16명으로 전체 의석수의 5.9%에 불과하지만, 질적인 면에선 괄목할만한 결실을 얻었다는 게 국회관계자의 평이다.

이와 함께 국제의회연맹 조사결과 조사대상 177개국의 여성의원 비율인 13.9%에도 못 미치는 만큼 여성들의 정치 진출 폭을 한층 더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날로 더 큰 힘을 얻고 있다. 여성 최초의 장군이 탄생했고, 사관학교 입시에서도 여학생이 수석을 차지하는 등의 사회적 분위기도 더 이상 여성이 정치권의 '주변인'에 머무를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여성 정치인들의 지난 한 해 성적과 올 해 활동을 전망해 본다.

현재 국회에 진출한 여성의원은 모두 16명.

민주당 김경천 김방림 김화중 김희선 이미경 조배숙 최영희 추미애 허운나 의원(이상 9명), 한나라당 김정숙 박근혜 손희정 이연숙 임진출 전재희 의원(이상 6명), 그리고 민국당 강숙자 의원 등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여성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비롯한 각종 의정활동 평가에서 상당수 상위에 랭크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종종 이들이 '모범생'으로 불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

특히 문광위의 이미경 의원, 환경위의 전재희 의원, 교육위의 김정숙 의원, 과기정통위의 허운나 의원, 보건위의 김화중 의원 등은 자신이 갖고 있는 탁월한 전문성을 잘 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 여성정치인들이다.

이미경 의원은 인권·문화 분야 등 국회에서 열리는 각종 토론회의 단골 손님으로 넓은 마당발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반 언론사 세무조사가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시점에서 IPI(국제언론인협회)의 과거 전력을 분석한 자료집을 발간, 주위를 감탄케 했다.


전재희 의원은 여성으로선 드물게 당내 제3정조위원장도 맡고 있는 대표적인 정책통 중 한 명이다. 지난 국정감사서도 '수돗물 수질오염관리'와 관련, 날카로운 문제지적과 대안제시로 호평을 받았다.

"나의 지역구는 IT입니다"고 공언하는 허운나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가다. 연구단체 활동의 일부분인 수요포럼 등을 통해 꾸준히 전문가들을 만나며, 새로운 의정활동 상을 만들었다는 게 국회 관계자의 말이다.


남북 정보통신 교류 등 각종 관련 토론회를 주도적으로 개최해온데 이어, 최근엔 꼼꼼한 분석으로 인터넷 경선의 필요성을 역설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대한간호협회 회장을 역임한 보건학 박사 김화중 의원도 지난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했다. 지난해 발간한 자료집 <학교보건사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그 결정판이었다.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 회장인 김희선 의원도 제대로 된 역사 청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정치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교육위 우수의원 단골손님인 김정숙 의원은 운영위에서의 활동 역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는 지난해를 통해 가장 주목받는 여성정치인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여느 대권 주자와 달리 상임위인 통외통위 의정활동도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정계 개편의 핵으로 부상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여성정치인으로 떠올랐다.

12월엔 차기 대권주자를 뽑는 경선 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여성대통령'을 언급하는 등 분주한 나날을 보낸 박 부총재의 위상은 올해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16대 국회 개원 당시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한 한명숙 전의원도 여성부 초대 장관으로 취임해, 모성보호법 통과 등 괄목할만한 결실을 이뤄내며 성공적인 첫해를 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도 민주당 대변인실의 조배숙 의원과 김현미 부대변인도 정치권의 날카로운 창으로 자기 역할을 다해내고 있다는 평. 반면 한나라당은 마땅한 여성 '대여저격수'를 찾기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차기 비례대표 후보 1순위인 김영선 전의원의 복귀가 언제 이뤄지느냐가 관심거리다.

반면,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2001년을 보낸 여성 정치인들도 없진 않다. 제주 4·3특별법을 관철하는데 일익을 담당하며 대표적인 여성정치인으로 각광받던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다른 해에 비해 힘든 일년을 보냈다는 게 중론.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싸고 이문열 씨와 열띤 논쟁을 벌인데 이어, '취중발언' 파문으로 이미지에 손상이 갔던 한해였다.

연말에 가까워 지면서 쇄신연대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등 자기 목소리를 내며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게 여권 관계자의 전언.

"정당활동도 전문적인 영역"이라던 김방림 의원도 경실련이 선정한 산자위 최우수 의원으로 선정돼는 등 나름대로 인정을 받았지만, '진승현 게이트' 연루 의혹이 언론에 부각되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여성의 정치 참여에 대해 한 여성 정치인은 "현재와 같이 비례대표 의석수가 전체 의석의 17%에 불과한 상태에서 여성비례대표 30%할당은 국회의원 비율 5% 이상을 넘기기 어렵게 돼 있다"며 "비례대표뿐 아니라 전체에서 무시당하지 않고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치인 30%를 확보하는 것이 16대 국회 여성의원의 몫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성 할당제의 확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은 "여성들의 활발한 정치 참여는 시대의 대세지만, 아직도 유권자들은 남성 후보의 경쟁력을 선호하는 게 사실이다"며 "지역구 선거나 지자체 후보를 공천하는 데 있어서도 망설여지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양대 선거가 있는 올 한 해,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여야의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광명시장을 역임했던 전재희 의원 이후 거의 맥이 끊기다시피한 지자체 단체장 선거에도 많은 여성후보들이 도전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그 속에서 여성정치인들의 위상도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국회 관계자의 설명.

여기에 "여성 정치인들이 더 이상 모범생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의정활동만큼 정치적인 색채도 한층 더 강하게 내야하고, 때로는 튀는 '스타'가 돼야만 한다"는 지적은 상당히 의미있게 다가온다. 2002년에도 여성정치인들의 선전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246호

덧붙이는 글 2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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