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누가 '중심'을? '3월 전당대회', 안개 속으로

'지방선거 득실' 놓고 대권 후보 선출 '봄? 여름?' 논란

등록 2002.01.02 23:31수정 2002.01.0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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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개혁특위의 활동과 민주당 당 쇄신운동은 함께 갈 수 없는 것인가. 지난해 5월 말에 이어 지난 12월 말에도 정개특위 활동시한의 연장은 또 다시 무산됐다.

차이점이 있다면, 지난해 5월 말엔 민주당 소속 정개특위 위원들이 당 쇄신과 관련한 워크숍 참석을 위해 전원 일찍 자리를 비워 유야무야 됐던 반면 이번엔 자민련 참여의 폭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로 무산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어떻든 간에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비례대표국회의원 선출방식과 현행 선거구 구역이 위헌 판결을 받는 등 정치개혁에 대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책임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게 국회관계자의 말.

여기에 최근 당내에서 일고 있는 전당대회시기에 대한 논란은 당초 특대위가 내놓은 3월 정당대회가 과연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연초 정국의 최대 뇌관으로 불리는 민주당 상황을 살펴본다.

마침내 올 것이 왔다.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으며, 숨가쁘게 달려온 민주당 쇄신 활동이 '전당대회 시기'라는 커다란 암초를 만나, 어느 쪽으로 키를 돌려야 할지 백가쟁명의 주장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올 12월 있을 대선을 앞두고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대통령 후보 선출을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위원장 조세형 상임고문, 이하 특대위)의 안대로 3월에 치를 것인지, 아니면 지방선거가 열린 후인 7, 8월에 개최할 것인지에 대해 각 대선 주장들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


지난 12월 28일 열린 '긴급 상임고문단회의'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대선 주자 중 3월 전당대회를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이인제 고문은 "이 총재의 집권을 막는 것보다 더 큰 개혁이 어디 있나"며 "지방선거가 없다면, 여름에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장수가 없이 대선 전초전이 될 지방선거를 어떻게 치르느냐"고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내 1위를 확고히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다른 변동상황이 생기기 전에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영배, 장영신 고문이 지방선거 전 대선 후보 선출에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반해 다른 대선 주자들은 대체로 2월경에 당 지도부를 뽑고, 7월과 8월에 대선 후보를 경선 하자는 주장에 입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화갑 고문. 그는 줄곧 "야당이 후보를 먼저 선출하고 여당이 나중에 하는 것이 우리의 예였다"며 "지방선거를 놓고 볼 때도 이쪽이 훨씬 유리하다. 선거 전 대선후보가 정해지면 다른 후보들이 자기 권역에서 표달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각 주자들이 권역별로 뛰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며 각자의 능력을 검증받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3월 전당대회론을 반박해왔었다.

대선 주자는 아니지만 쇄신연대를 주도적으로 결성하며, 자기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던 정대철 고문 역시, "국민경선제를 할 경우 준비 정도와 지방선거 득실, 현실 정국과 당의 상황, 월드컵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3월은 너무 빠듯하다"며 "지방선거 이전 당 정돈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이견이 없지만,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은 7월과 9월 사이에 하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안동선, 박상천 고문은 새롭게 '4월 전대론'을 제안했다.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서라도 이벤트가 필요한 만큼 지방선거 전 후보를 뽑아야 하며, 3월이 이르다면 4월에 대통령후보와 대표를 동시에 선출하자는 것.

이 고문에 이어 여론조사서 당내 2위를 달리고 있는 노무현 고문은 이미 "지자체 선거를 이기지 않으면 대선도 힘들 것 같다는 인식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했지만 정치적 이해 관계 때문은 절대 아니다"며 "준비가 필요하면 아무 때나 좋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역시 3월을 선호한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

이처럼 전당대회 시기를 둘러싼 당내 논의는 이인제 고문과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지방선거 전'을 주장하는 측과 쇄신연대·한화갑 고문 등으로 대표되는 '지방선거 후'로 양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 고문측은 "여론 조사상 70%가 지방선거 이전에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고 하고 있음"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고, 쇄신연대측은 "한 연구소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방선거 이후가 49.9%로 28.7%에 그친 지방선거 이전보다 높게 나왔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민 경선제의 위력은?

이처럼 치열한 논란을 벌이고 있는 양측의 차이는 대표적인 제도개선인 '국민경선제'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에서도 일부분 엿볼 수 있다.

당초 지방선거 전 전당대회를 선호했던 김중권 고문이 수만 명의 국민경선제가 실시될 수 있다면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한 발 물러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근태 고문도 이번 기회에 혁신적인 제도개혁을 통해 근본적으로 당을 바꿔야만이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다며 지방선거 후 후보선출을 오래 전부터 고수해왔다.

이에 반해 4월 전당대회를 주장한 박상천 고문은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는 후보를 보고 찍는 것이지, 대표와 국민경선의 열기를 가지고 표를 찍지는 않는다"며 대선후보 선출이 선출 절차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전당대회를 통해 저마다 당내 입지를 확고히 다져야 하는 시급함이 이런 차이를 낳고 있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아직도 '적자-양자론'이 가끔씩 거론되는 이인제 고문으로서는 조속한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후보가 됨으로써 확실한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반면, 다른 주자들은 제도개혁과 지방선거를 통해 자신을 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당내 소수파를 점하고 있는 김근태 정대철 고문 등의 개혁성향 중진들에겐 이번 당 쇄신정국이 '정치개혁'이라는 지향점과 입지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뉴 리더십은 철저히 민주화되는 속에서도 '중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젊고 민주적인 리더십이라도 중심이 없다면 당을 단합시키지 못하고 스스로 혼란에 빠져 오히려 국민을 불안케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내 최대 그룹인 중도개혁포럼의 회장인 정균환 의원이 최근 연청에 기고한 글의 일부분이다. 특대위와 쇄신연대의 안이 일정부분 차이를 보이면서도 어느 정도 순탄하게 조율을 이뤄왔던 반면,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는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중심'을 보는 현격한 입장 차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정가 일각에선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감안, 무수한 정계개편과 신당 창당설이 나도는 실정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김심'(金心)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인물 중 한명인 한광옥 대표의 최근 행보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한 대표를 바라보는 동교동계 구파의 시선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했던 것과 달리 한 대표가 쇄신파들의 주장을 정리하지 않고, '질서있는 쇄신'으로 일정 부분 맞장구를 쳐주고 있는 것에 대해 내심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 그만큼 민주당내 상황이 복잡하고 이리 저리 얽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한광옥 대표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민주화, 생활정치 시대엔 정파간 실리가 맞아떨어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절대 성사되지 않을 것이다"면서도 "앞으로 남은 1년은 긴 시간이고 아직 상황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양당 구도가 될지, 3당 구도가 될지 얘기하기는 이르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의 얘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일까. 특대위의 활동을 통해 한동안 정리될 것 같아 보였던 민주당 쇄신정국이 다시 혼란에 빠졌다. 과연 여권이 '전당대회 시기'라는 암초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쇄신하고 뭉쳐서 당당하고 도도하게 역사 앞으로 걸어 나갑시다"던 조세형 특대위원장의 호소처럼 단합이 순탄하게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다.

덧붙이는 글 | 246호

덧붙이는 글 2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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