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약세에도 주가는 상승

김영익의 <경제이야기>

등록 2002.01.04 07:12수정 2002.01.0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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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이후 엔화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도 우리 주가는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9월 18일 엔/달러 환율이 117엔에서 올 1월 3일에는 131엔까지 올랐다. 그러나 우리 종합주가지수는 같은 기간 동안에 484에서 727로 무려 50%나 상승했다. 우리 주식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보통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우리 거시경제변수가 불안해지고 주가가 하락한다. 1985년 이후의 과거 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엔화가치가 10% 하락했을 경우 1년에 걸쳐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0.3% 포인트 떨어지고 경상수지는 10.3억 달러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경우 소비자 물가와 회사채수익률이 각각 0.2 % , 0.1% 포인트씩 오르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거시경제변수가 악화되고 원화 가치 하락에 따라 외국인의 주식 매수가 줄어든다. 실제로 1992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엔화가치가 1% 하락했을 경우 종합주가지수가 0.96%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에서 일본과 경쟁관계가 높은 전기전자업종의 탄력도가 1.24%로 매우 높게 분석되었다.

이런 과거 통계와는 달리 엔 약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사들이고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다음 두 가지로 설명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우리 경제가 일본 경제에 비해서 펀더멘털이 좋다는 것이다. 일본을 포함한 주요 동남아 국가의 경제가 지난해 2분기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는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11월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각종 경기지표가 호전되면서 우리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다른 하나는 우리 일부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 2001.12.28)는 흥미로운 기사를 올렸다.

해외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은 '싸구려' 브랜드 이미지로 널리 알려져 서구 어린이들이 이를 선물로 받으면 눈물을 떨구었다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이 한국산 전자제품을 선물로 받았을 때 기뻐하고 한국의 2대 제조업체인 삼성과 LG는 디자인과 첨단 기술의 디지털 제품으로 세계적 명성을 쌓고 있다고 FT는 보도하고 있다. 특히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Interbrand'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세계 주요 기업 가운데서 삼성전자만이 유일하게 브랜드 가치를 53억 달러에서 64억 달러로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엔화가치가 떨어져도 우리 주가는 오르고 있다. 앞으로도 엔화 환율이 우리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우리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일본과의 경쟁에서 뒤지고 있기 때문에 낙관하기에는 좀 빠르다. 엔 약세가 더 지속되면 우리 주식시장도 나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통계로 보면 엔화 환율은 3개월 후부터 우리 주가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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