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선제 대역전극이 보인다Ⅳ

70년 신민당의 교훈

등록 2002.01.12 12:01수정 2002.01.12 12:22
0
원고료로 응원
YS-DJ의 경쟁 상황

'대통령 지명전'의 승리를 위해서는 대의원들의 지지를 최대한 모으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각 후보들은 임시전당대회를 앞두고 전국지구당 순방, 대의원 포섭작업을 치열하게 벌였다.

사실상 신민당은 유진오의 신병을 계기로 당권경쟁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주류계(범진산계)는 전당대회를 통해 당헌개정, 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당권을 장악하려 했다. 비주류계(반진산계)는 반진산연합전선을 통해 유진오체제를 유지하려는 가운데 유진오의 사임시 진산에 대항할 수 있는 당수 추대 방안, 당의 지도체제를 운영위원회 형식의 다수집단지도체제로 당수직을 배제하는 방안, 전당대회를 연기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DJ는 임시전당대회 이틀전에 대통령후보 지명전에 나설 것을 선언했고,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 지명도 병행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가운데 전당대회 대의원 256명의 서명을 받아 대통령후보 지명발의서를 당에 제출, 당수와 대통령후보를 동시에 선출할 것을 주장하면서 결국 DJ와 정일형계의 비주류는 대통령후보 지명대회를 5월에 열자는 당헌개정수정안을 제안했으나 부결되고 6월안이 채택되었다. 그후 새로 구성된 정무회의가 9월 말로 연기 결정을 내렸다.

결국 40대 신진세력들 간에 경쟁은 주류계(진산계)로부터 지명받은 YS와 비주류계(반진산계)의 강력한 도전으로써 DJ의 상징적 대결이었다. 그러나 주류계(진산계)보다는 각 계파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다수집단지도체제 주장과 DJ의 대의원 256명의 지명발의 등 당내 민주적 과정을 밟아간다는 측면에서 서서히 우위를 획득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당권과 대권의 분리되는 과정에서 신민당의 각계파 간에 정치 유동성이 급격히 진전되는 과정에서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YS-DJ의 대결구도

유진산 당수의 추천으로 대세는 YS에게 쏠렸으며, 제1파벌인 범진산계가 대의원 2/5선, 제2파벌인 이재형계, 비주류계 이철승 역시 지지서약에 묶여 최소 전체 대의원의 2/3선이 YS를 지지하고 있었다.


원내 의원들을 많이 확보한 주류속에 속해 있던 YS는 당수의 추천과 그에 대한 각파의 지지를 얻어내는 원내 중심의 상층부 정치에 주력했다.

DJ는 대의원 개개인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한 지지획득전략을 세우고, 특히 박정희 및 집권당이 영남의 기득권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호남세력의 규합과 영남 비주류의 단합을 호소하였다.


따라서 지명대회가 임박하면서 위원장의 지령이 공전하고, 당수 추대에 있어서 대부분의 대의원 및 당간부들이 자기 계보를 쫓았지만, 대통령 후보지명에 있어서는 계보의식이 흐려졌다. 무엇보다도 박정희 영남집권세력의 대항마로서 호남후보 김대중이란 지역연고가 중요한 정치자원으로 기여했다.

언론의 태도

<동아일보>는 지명대회 당일 낮 김영삼의 승리가 당연하다고 보고 대회가 길어지면서 마감시간에 쫓기자 '김영삼후보지명'이라는 제목의 1면 톱기사를 내보낼 정도로 YS의 승리를 보도했다.

민도에 의한 민주주의 승리

후보선출을 위한 1차 투표는 재석 대의원 885명 중 YS 421표, DJ 382표, 무효 82표로 과반수 획득자가 없었으며, 2차투표 결과 재석 884명 중 DJ 458표, YS 410표, 무효 16표로 김대중이 신민당 대통령후보로 지명되었다.

DJ 승리라는 결과는 그야말로 '민도에 의한 대역전극'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 민도는 첫째, 군사정권의 대항마로써 둘째, 수권정당으로 변모하기 위한 당쇄신의 민주적 질서를 창출할 수 있는 지도자 셋째, 군사정권에 승리할 수 있는 선거전략으로써 '호남득표력과 영남비주류세력의지지' 였다.

그러나 이러한 민도에 저항했던 주류계(진산계)와 주류계의 낙점을 받았던 YS는 결국 국민과 신민당의 대의원으로부터 심판받은 것이다.

즉, 한 정당의 운명은 그 정당을 지지하고 있는 국민의 민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단순한 진리가 현실속에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다음글은 국민경선제 대역전극이 보인다.Ⅵ 70년 신민당의 교훈 ▶2002년 민주당의 '국민경선제' ▶민주개혁세력에 대한 수구특권세력의 도전이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글은 국민경선제 대역전극이 보인다.Ⅵ 70년 신민당의 교훈 ▶2002년 민주당의 '국민경선제' ▶민주개혁세력에 대한 수구특권세력의 도전이 이어집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4. 4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5. 5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