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21' 사람들, 60일간의 비망록

젊은 기술자들 상실감 더욱 커... 기자 기피 만연

등록 2002.01.24 22:20수정 2002.01.2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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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식 게이트'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청와대·언론·벤처업계가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당사자들인 '패스21' 직원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충격이 컸다. 지난해 11월 처음 이 사건을 접했을 때만 해도 직원들 대부분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한동안 일할 의욕을 상실하기도 했다.

이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언론의 확인되지 않은 근거 없는 보도들이다. 이로 인해 회사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 그 동안 추진해왔던 각종 계약건들이 심각한 영향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또한 '패스21'의 기술력만 믿고 투자한 소액주주들도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며 '패스21'의 앞날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 20일 기자가 '패스21'을 찾아갔을 때 직원들은 윤 게이트의 충격에서 벗어나 점차 안정을 찾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취재 도중 주위에선 간혹 웃음소리도 터져 나왔다.

하지만 두 달 가까이 이들이 겪어야 했던 말 못할 고민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지문 인식이라는 간판만 보고 입사한 젊은 기술자들의 상실감은 더욱 컸다. 동종업계(지문인식) 최고의 기술은 윤 게이트로 인해 퇴색한 지 오래다. 또한 의심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따가운 시선과 하루에도 수십 명씩 찾아와 취재와 수사를 요청하는 기자들 검찰, 그리고 쉴새 없이 울려 퍼지는 전화에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 것은 일부 언론들의 근거 없는 왜곡보도였다. 이로 인해 현재 진행중인 사업들이 차질을 빚게 되지나 않을까 혹은 일반인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지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패스21 직원들은 매일매일 마음을 졸이고 해명하기에 바빴다.

그래서일까. 기자가 윤 게이트 이후 패스21과 직원들의 일상을 취재한다고 했을 때 패스21의 언론 담당자는 "이제 더 이상 기자들은 믿을 수 없다"며 취재에 부정적이었다.

그는 "많은 기자들이 찾아와 패스21과 직원들의 모습을 취재하고 싶다면서 접근했지만 막상 신문에 실린 기사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왜곡된 내용들만 가득 했다"면서 "나중에 기사를 보고 담당 기자에게 항의를 하면 데스크(편집장)가 여론을 감안해 기사의 방향을 바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아무개 직원은 "예전에 명함을 받았던 분들 중에 전화가 와서는 지금 다니는 곳이 윤태식 씨 회사가 맞느냐는 질문을 한다"면서 "본의 아니게 유명세(?)를 타고 있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직원은 "자신이 벤처기업에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던 세탁소 아저씨가 하루는 어디 벤처회사에 다니느냐고 물어와 난감했다"고 말했다.

패스 지문인식 기술 논란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패스21의 지문인식 기술에 대한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들이다. 최근 패스21의 기술력에 대한 검찰의 검증이 진행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검증되지 않은 로비 기술이다' '정통부에서는 기술력이 없다더라' 등과 같은 루머들이 나돌고 있다. 여기에 일부 언론까지 가세해 패스21의 기술력을 문제삼고 있다.

이에 대해 패스21 한 관계자는 "일부 경쟁사들과 언론이 유착해 우리 회사를 음해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패스21의 지문인식 기술은 지난 12월 20일부터 한빛은행 인터넷 뱅킹 바이오 인증 서비스에 적용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문인식 기술이 처음으로 상용화됐다는 점에서 다른 금융사들도 이 시스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수출건도 아무런 차질 없이 성사돼 이미 1차분이 수출된 상태이다.

한빛은행은 인터넷 뱅킹에 적용하기에 앞서 수개월간 시뮬레이션을 거쳤으며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한빛은행 관계자들의 설명.

패스21 한 관계자는 "소아와 살결이 약한 미소녀의 지문에 있어서 약간 땀샘 인식(해상도)이 떨어질 뿐 반도체방식 기술은 완벽하다"면서 "현재 진행중인 온라인(한빛은행 인터넷뱅킹) 상용화를 거쳐 조만간 완벽한 기술을 실현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패스21은 지난 해 7월 세계적인 지문센서용 반도체 칩 생산업체인 미국의 베리디콤을 인수했으며, 지난 달 사우디아라비아 1차 수출에 이어 2, 3차 수출건이 계속 진행중에 있다. 패스21은 국내뿐 아니라 로이터, AIP, CNN 등과 같은 해외의 유수한 언론사를 통해 전세계에 알려지기도 했다.

패스21은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주주를 물색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윤태식 씨로부터 경영권을 인계 받아 다른 대주주를 물색하고 있다"며 "회사 명칭도 새로운 대주주와 상의해 바꿀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일부 동종업계 등과 물밑접촉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패스21은 대주주 영입을 통해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패스21 희망은 있나

한국디지탈라인(정현준)·삼애인더스(이용호) 등 게이트에 연루됐던 회사들이 이후 코스닥시장에서 퇴출 또는 증권거래소에서 매매가 중단되는 등 문을 닫을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을 볼 때 '패스21'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일각에서는 '패스21의 운명도 얼마 남지 않았다'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다' 등 각종 음해성 얘기들이 나돌고 있고 검찰의 수사도 아직 진행중에 있다.

패스21의 주식을 보유한 개미투자자들의 반발도 크다. 아직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는 얘기부터 완전히 속았다는 글들이 패스21 동호회 게시판을 연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패스21의 기술력만 믿고 투자했다는 한 소액주주는 "패스21의 세계적인 기술력이 정치권과 언론의 악성루머와 이권다툼에 사장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고 글을 올렸는가 하면 또 한 주주는 "윤태식의 죄와 패스의 기술력을 구별해 달라"는 주장에서부터 "살인자는 진작 단죄했어야 하지만 정치논리로 패스의 기술력까지 의심해선 안 된다", "분명 상용화 단계인 기술을 언론이 근거도 없이 폄하하는 데 이는 기술 종주국이 되자는 매국행위"라는 등의 의견들이 주주들의 애타는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패스21의 한 연구원은 "지문 인식 기술에 대해 아직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안타깝다"며 "패스21 지문 기술의 핵심인 알고리즘은 현재 동종 업계의 기술보다 앞선 기술로 한빛은행이 윤 게이트에 연연하지 않고 인터넷 뱅킹에 패스21의 기술을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윤태식 씨의 부도덕한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기술까지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국내 기술의 퇴보와 함께 국부유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같은 논란 속에서도 패스21 직원들은 윤태식 씨로 인해 겪어야 했던 배신감과 주위로부터 받아야 했던 따가운 시선들을 훌훌 털어내고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바람대로 패스21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문제는 검찰이 현재 실사중인 지문인식 기술이 과연 제대로 된 원천기술인가 하는 점을 검증받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스21 사람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패스21의 한 직원은 "벤처의 도전과 모험정신은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한다"면서 "패스21이 새롭게 출발하는 모습을 벤처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혁

98. 09 패스이십일주식회사 법인 설립
98. 10 RF-ID 시스템 연구 및 개발(H/W 및 S/W)
98. 10 Olivetti(Italy)사 기술 제휴 및 시스템 공급 계약체결
98. 11 적외선 I.B.S(추적관리 시스템) 개발
98. 12 생체인증 알고리즘 및 시스템 개발
99. 03 근태관리 시스템 개발(H/W 및 S/W)
99. 05 암호화 알고리즘 개발
99. 05 휴대형 원격 지문인증 기기 PASS Bio Phone 개발
99. 06 중소기업청 선정 특허기술개발 벤쳐기업
99. 06 군사지역 네트워크 보안기술 지원업체로 선정
99. 07 한국산업기술협회(KITA) 회원 가입
99. 07 패스이십일(주) 생체정보기술연구원
99. 09 삼성카드주식회사 PASS Bio Phone 시범서비스 협정체결
99. 09 정보통신부 전산관리소 바이오 빌딩 보안 시스템 구축 계약 체결
99. 12 병역특례업체 지정
99. 12 PASS Bio Phone 신기술 발표회
00. 01 PASS21 Safe Box v1.0 프로그램 등록
00. 03 2000 수출능력배양사업 선정업체 지정
00. 03 한국통신 금융포탈 사용자 인증 업무제휴 협정
00. 04 PASS21 - 비씨카드 PASS Bio Phone 신용카드 서비스계약 체결
00. 04 PASS21 - 평화은행 PASS Bio Phone 전략 제휴 협정
00. 04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 신임회장 취임
00. 04 PASS21 - 다이너스카드 전략 제휴 협정
00. 05 PASS21 사무실 이전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31 PASS21빌딩)
00. 06 PASS21 - 신세기통신 PASS Bio Phone 전략적 제휴 체결
00. 06 미래상호금고 - 패스바이오폰 금융서비스 업무제휴 계약체결
00. 07 산업자원부 고시「수출유망중소기업」지정
00. 08 패스21 - 장미디어 업무 및 자본 제휴
00. 10 패스21 - 세계적 보험·컨설팅 업체인 마쉬사. 보장보험 공인협정 체결
00. 10 패스21 - LG캐피탈 PASS Bio Phone 전략적 제휴 체결
00. 11 패스21 - 팍스넷 - 다이너스카드 생체인증 증권정보 서비스 업무제휴
00. 12 패스21 - 한빛은행 생체인증 개발 업무제휴
00. 12 패스21 - 한국정보인증 PKI생체인증 서비스 업무제휴
00. 12 패스21 - KSNET 제휴. 전자지불시스템 상용화
01. 02 패스21 Japan 법인 설립
01. 04 패스21 - Marsh - ACE인터네셔널 PKI생체인증 보장보험체결
01. 04 패스21 - 한국정보인증 PKI생체인증센터 설립
01. 05 패스21 - (주)아마스코리아 PKI생체인증 전자민원실 및 EBDP 서비스 업무제휴
01. 05 보안기기.지문인식기 부문 [2001 상반기 서경 베스트상품] 선정
01. 06 패스21 말레이시아 합작법인 설립
01. 07 패스21. 美베리디콤社 인수
01. 10 패스21. 싱가포르 합작법인 설립
01. 10 패스21. 중동지역 바이오인증 1억불 수출계약
01. 11 기술혁신 중소기업청 INNO-BIZ기업 선정
01. 11 윤태식씨 수지김 살해 사건 연루 구속

덧붙이는 글 | 민주신문 제공

덧붙이는 글 민주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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