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있어도 돈이 없어서 죽는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약값 인하 요구 시위

등록 2002.01.25 22:44수정 2002.01.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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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2시 노량진에 있는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열리는 '의약품 접근성과 특허' 토론회에서 글리벡문제해결과의약품공공성확대를위한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인하에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글리벡 약값에 대한 시민운동은 세계 최초로 지적재산권의 장벽을 넘어서, 건강의 주체인 환자가 주도하고 있다는 데서 주목된다

시위에 참석한 실제 백혈병 환자인 환자비상대책위 강주성 씨는 "골수이식자를 제외한 나머지 환자는 당장 한 알에 2만5천원이나 하는 글리벡을 하루에 6알씩 먹어야 한다"며 "한 달에 글리벡 약값만 보험처리 된다고 하더라도 90만 원에서 130만 원 정도가 드는데 우리 나라 사람 중에 근심 없이 사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글리벡의 약값에서 30%를 환자에게 부담시키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지난 11월에는 백혈병환자중 만성기에 있는 환자를 보험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강씨는 "글리벡을 먹으면 완치는 못되더라도 효능이 벌써 입증되고 있어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고 말기 환자도 백혈병 초기상태로 호전되기 때문에 골수를 이식할 시간적 여유까지 생긴다. 이런 이유로 환자에게는 절실하다"며 "예전에는 약이 없어서 평등하게 죽었지만, 이젠 약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눈뜨고 죽을 실정이다"고 한탄했다.

노바티스사,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돈벌이

백혈병치료제로 알려진 신약 글리벡을 개발한 노바티스사는 1캡슐에 2만5647원을 보건복지부에 신청했다. 이에 정부는 글리벡의 보험약가를 1만7055원으로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노바티스사와 협의할 것을 결정했다.

그러나 노바티스가 기존약가를 고수, 수용불가 입장을 보이자 다시 보험약 가격을 올려 1만7890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바티스는 전세계 단일가격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재차 고시가를 거부한 것뿐만 아니라 작년 11월 27일을 전후해서는 글리벡의 공급을 중단해 환자가 약을 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했다.

특허권과 생존권 사이의 갈등

토론회에 참석한 민중의료연합 공공의약팀의 정혜주 씨는 "글리벡 약값문제는 원칙적으로는 한 기업의 영리추구를 보장해주는 특허권과 생명 중 무엇이 중요한가하는 문제다"며 "그뿐 아니라 현재 제시한 글리벡 가격은 G7국가중에서 1인당 GDP를 비교해볼때 이탈리아의 1.5배, 미국의 6.5배여서 우리나라국민들이 가장 높은 부담을 지는 형편이다"고 밝혔다.


정 씨는 "글리벡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접적으로는 만성기 환자에게 제외되었던 보험혜택을 다시 주고 30%에 해당하는 본인의 부담금을 인하해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브라질에서 보였던 강제실시를 통해 복수업체의 약을 들여와 노바티스사의 독점을 깨는 식의 시장을 통한 가격인하뿐이다"고 말했다.

강제실시의 탁월한 효과는 브라질에서 시행한 것으로 충분히 증명됐다. 브라질에서는 강력한 에이즈치료제인 '넬피나비어'에 대해 강제실시를 시행했다. 강제실시는 특허권자의 허가없이 특허권이 양도되는 것을 뜻한다. 브라질에서 실시한 강제실시로 인해 '넬피나비어'의 약값은 40%정도 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만약 글리벡에 강제조치가 이뤄진다면 노바틱스사 이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병행 수입할 수 있게 된다.


"쌀이 떨어졌어도 정부가 이럴 수 있을까?"

토론회를 지켜보던 한 참석자는 "보험수가로 전액 국가가 부담할 수 없다면 정부가 나서서 약값을 낮추어야 하는 게 아니냐? 그런데 공급 차질될 위험에도 정부가 뒷짐지고 환자나 시민단체가 나서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만약 쌀이 떨어졌어도 정부가 이럴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노바틱스사는 2월중 이탈리아에서 결정된 약값결정 결과를 토대로 2만5000원 상당의 가격을 다시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대위 소속의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의 이성미 차장은 "만약에 정부측에서 노바틱스사의 가격을 그대로 인정하거나 요구한 정도로 인하하지 않는다면 강제실시를 특허청에 청구할 생각이다"며 차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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