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의 노약자석은 꼭 노인들만을 위한 자리여야 하나?

노약자석이란 것은 약자들을 위한 배려하는 곳이기도 하다

등록 2002.01.06 10:00수정 2002.01.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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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젊은것들이 말야 노인분도 계신데 왜 자리를 안비켜줘?"
"젊은 여자들이 뻔뻔하게시리.."
갑자기 내 앞에서 들려온 어떤 아저씨의 짜증섞인 한마디다.

나는 지하철 안의 노약자석에서 벌떡 일어났고, 나와 동행한 분에게는 그대로 앉으시라고 말했다. 사실 나와 같이 있었던 분은 피곤했지만 자리를 그냥 떠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난 오기가 생겨서 내 동행에게 그냥 앉으시라고 말하고는 아저씨를 그냥 외면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다른 약한 노인들을 안보고는 내가 일어선 자리에 덜컥 앉아버렸다. 아무말도 없이. 그러면서 아저씨는 계속 뭐라뭐라 말했다. 내 옆의 동행까지 일어서기를 바라는 말인 것 같았다. 그러나 난 무시했다.

그러다가 나의 동행을 보고는 자기 부인에게 "저사람(나와 같이 앉아있던 동행분 - 내 학생이다) 장애인이야...(쑥덕쑥덕)"라는 것이다.

난 그 말을 듣고서 무척 화가 나서 아저씨에게 대들려다가 그냥 참았다. 그리고 나의 표정을 보신 나의 동행은 불편하다면서 그냥 일어난다고 했다. 아저씨는 어처구니 없게도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없이 자기 부인을 앉혔다.

사실 지하철의 노약자석은 노인분들만 아니라 임산부라든지 아님 아기들이 있는 어머니, 그리고 젊으신 분이라도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앉는 자리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젊고, 어리며, 여자인 우리들을 타겟으로 삼은 것 같다.

난 정말 화가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나와 동행하신분은 장애인이었고, 특히 그날 너무 무리를 해서 자리에 앉았던 것이다. 게다가 나만 일어서면 되는데, 그 아저씨는 나의 동행분까지 일어서기를 바라는 말을 서슴없이 해댔다.


나의 동행은 무척 화가났던 듯 하다. 오늘 아침에도 또 똑같은 일을 겪었다고 한다. 젊은 것이 자리를 안비켜준다고 막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그분은 몸이 불편한데도 말이다. 그래도 "장애인"이란 말을 듣기 싫어서 그냥 일어섰다고 한다.

나는 지하철 안에서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이건 내가 앉을 자리야! 젊은이는 어서 썩 비키지 못해?"하고 외치는 어른들을 본받고 싶지 않다. 어떤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은 아예 젊은 아가씨들 앞에서 막 고함을 질러댄다.


나의 동행은 그래서 지하철을 타기가 너무 싫어진다고 한다. 무조건 젊다면 다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 너무나 창피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비장애인이지만, 어른들의 그런 행태에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덧붙이는 글 너무나 창피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비장애인이지만, 어른들의 그런 행태에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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