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전문점에 국산 농산물이 없다?

채식 열풍 속, 채식 식당가는 중국산 열풍

등록 2002.01.28 12:03수정 2002.01.2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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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값싼 중국산 재료 사용 물의

올 초 불어닥친 ‘채식열풍’으로 채식식당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식당에서 사용하는 재료들이 거의 다 중국산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일부 식당은 고기맛을 내는 대체고기를 만드는 공장을 중국에 차려놓고 이를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납이 든 갈치, 꽃게와 세균에 오염된 가공식품 등 중국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지난 연말에는 중국산 수입 버섯 상자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맹독성 농약이 잇따라 발견된 적도 있다.

건강을 위해 채식식당을 찾은 국내 소비자들이 안전성 논란이 있는 중국산 식품을 먹고 있는 것이다.

업자들, 수지타산 맞추려면 중국산 불가피

채식 전문 식당은 원래 대만에서 유행했다. 국내에서는 고기 맛을 내는 가공식품을 사용한 채식 스테이크, 채식 탕수육 등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퓨전 메뉴들이 대부분이다.


서울 강남의 채식 뷔페로 잘 알려진 A식당의 경우 상추나 쑥갓 등의 잎채소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중국산을 쓴다고 한다. 식빵에도 밀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역시 중국에서 수입되는 것이라고 한다. 대체고기로 사용되는 가공식품은 아예 중국에 가공공장까지 마련했다고 한다.

A식당 관계자는 “우리 식당의 메뉴에 들어가는 90% 이상이 수입산을 쓴다”면서 “콩 등 잡곡류도 값싼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고, 콩단백 가공식품도 중국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B, C 채식 전문 식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이곳 음식점들의 음식재료로 사용되는 참기름과 버섯 등 대부분의 재료가 중국산이었다.

C식당 관계자는 “채식에는 유기농으로 재배된 재료를 쓰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국산 재료들은 단가를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값싼 중국산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유기농산물을 쓰는 몇 곳을 제외하고는 서울 시내의 90% 이상의 채식전문 식당들이 중국산 농산물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들 채식 식당들이 중국산 농산물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재료비가 싸기 때문이다. 유기농으로 재배된 국산 농산물의 경우 단가가 높고, 유기농이 아닌 일반 국산 농산물도 중국산에 비하면 가격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많은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채식 전문 뷔페의 경우 순수 국산 재료로만 음식을 준비할 경우 1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는 이익이 남지 않는다는 것.

예를 들어 참기름의 경우 국산은 1병에 1만8000원인 반면 중국산은 5000∼6000원에 구입할 수 있으며, 마른 표고버섯은 국산이 500g에 1만3000원인 반면 중국산은 1㎏에 5000원밖에 하지 않는다.

B식당 관계자는 “특히 뷔페식일 경우에는 재료비를 아끼기 위해 잎채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재료를 중국산으로 쓰고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가격이 높아서 식당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농약 안 쓰는 유기농산물이 가장 좋아

문제는 중국산의 유통기간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채식 전문 식당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중국산을 먹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채식열풍이 이어지면서 슬그머니 가격을 20%가량 올려 받는 업소도 있고, 일부 업소에서는 방부제가 사용된 재료를 쓴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콩단백 가공식품의 경우 유통기간이 보통 15∼30일 정도인데, 냉동식품의 경우 이런 유통기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채식 뷔페 이용 경험이 있는 은평구에 사는 장모(31) 씨는 “채식이 좋다는 이야기에 몇 번 들렀는데, 식사를 하고 난 후 소화가 안 될 때가 가끔 있다”며 “가격도 지난 해에는 1만 원 선이었는데, 지금은 1만2000원 정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과천에 사는 주부 김모(34) 씨는 “채식 식당이 좋다는 입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왔다”면서 “음식에 예민한 아이 아빠가 음식에서 방부제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말해 당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직접 기른 순수 유기농산물을 사용하는 S식당 대표는 “우리 식당의 경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인건비 등의 경비가 많이 줄어 별문제는 없다”면서 “다른 식당들은 단가를 맞추다 보니 중국산을 쓰고 있는데 그것은 별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순수 국산만을 사용하는 울산의 채식 음식점 주방장은 “맛과 향에서 국산과 중국산은 차이가 많이 난다”면서 “중국산을 쓰는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산물을 쓰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한편 채식 전문 식당들의 중국산 재료 사용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식약청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이라 할지라도 정부에서 정식 통관이 이뤄진 품목은 불법이 아니”라면서 “수입품목에 방부제를 써도 되는 것이 있고, 방부제 사용을 금지하는 것도 있는데, 유통기간은 생산업자들 마음대로”라고 말했다.

채식 전문 식당들의 중국 농산물 사용에 대해 전문가들은 원산지를 알 수 없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마음 놓고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식품을 냉동시켰을 경우, 영양 면에서도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고 말한다.

요리연구가 김하진(49) 씨는 “콩류의 유통기간은 길지만, 양송이 같은 버섯의 경우 신선도를 유지하는 기간이 상당히 짧아 즉시 구입하는 것이 좋다”면서 “믿을 수 없는 중국산 수입품을 먹는 것보다는 차라리 농약을 조금 친 우리 농산물을 먹는 게 낫다고까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1월25일 발행 우먼타임스에 실린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1월25일 발행 우먼타임스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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