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 근처로 이사 온 지도 벌써 이 년째 접어들었다. 서울살이를 하지 않을 때도 서울 지리는 몰라도 중랑천은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 여름철 홍수가 나면 어김없이 수위가 높아져 수해 피해가 큰 이 곳으로 이사를 올 줄이야 어떻게 알았을까.
지난 해 여름엔 펌프장의 직원 잘못으로 중랑천이 범람하여 한여름 새벽에 한바탕 난리를 겪어야만 했다. 주위에 봉화산의 줄기가 있어 왕복 삼십 분의 여유로 운동 겸 산행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성이 차지 않는 것은 북부간선도로를 가운데 두고 바라보이는 중랑천변이었다.
해질 무렵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산책을 겸해서 걷는 중랑천변. 왔다갔다 시간을 재어보니 대충 삼십 분이 걸린다. 사람들은 딱딱한 시멘트 바닥인데도 쿵쿵 울리도록 달리기를 하거나 중간중간 쉬어가는 곳에 앉아 맞은 편 아파트 단지 위로 뜬 달이나 별을 보기도 한다.
지난 여름도 그 덕으로 비록 뛰지는 않았지만 선선한 바람을 쐴 수 있어 한결 좋았다. 그 중랑천변에 언제부턴가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천변 근처가 한강고수부지처럼 말끔하게 정리되는가 하면 천변에 깨진 바닥도 깔끔하게 손질되어 있고 넝쿨같이 엉킨 나무들도 철망 사이로 얼굴 내미는 일이 없게 되었다.
도대체 뭘 만드나 했더니 건너편 중랑천변과 이 쪽 산책로를 연결하는 철제다리를 만드는 것인지 제법 육교 모양새가 잡혀 가고 있다. 아마도 짧은 산책로를 길게 늘여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만들 계획인가 보다. 건너편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지 몇 대의 차량이 있고, 시멘트 통에서 활활 타고 있는 불이 보였다.
이월이 끝나기 전에 다리가 완공되면 좋아할 사람이 참 많을 듯 싶다. 놀러갈 곳이 없는 노인들과 변변한 놀이터 하나 없는 주택가 아이들이 방과후에 골목에서 뛰놀다 다른 곳에서 나오는 차량과 부딪히는 위험한 일은 줄었들 것 아닌가. 더군다나 비싼 스포츠센터에 가기 보다는 그리 맑지는 않지만 하늘의 별도 보고 달도 보면서 뛸 수 있는 공간도 생기므로 더더욱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벌써 달이 아파트 머리 꼭대기에 샛별과 함께 떴다. 저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을 시간 천변엔 아이들 몇과 어른 몇이 달리기를 하고 있다. 그 곳을 천천히 걸어오며 설레임을 묶어둔다. 해지는 줄도 모르고 몇몇 아이들은 벌써부터 농구 연습을 하는 시늉을 낸다. 이미 선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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