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출범식 열려

등록 2002.01.29 19:10수정 2002.01.2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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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박형규. 이하 기념사업회)가 29일 서울 태평로2가 신동아 화재빌딩 1층에서 현판 제막식을 갖고 정식으로 출범했다.

지난해 6월 28일 국회에서 통과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에 의해 설립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공공특수법인체(행정자치부 등록)의 민간기구로서 민주화운동역사 정리 사업과 민주화운동의 정신 계승 및 민주발전 지원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 수행한다.

이날 출범식에는 박정기 선생(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이소선 여사(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돈명 변호사, 함세웅 신부 등 300여 명의 민주화운동 관련자들과 이만섭 국회의장, 이근식 행정자치부장관, 유선호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박형규 이사장은 전체 이사진을 불러 소개한 뒤 인사말에서 "이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의 '민주화운동'이 이룩한 놀라운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발전은 우리민족에게 내재하는 천부적 역량의 표출이었다"고 평가한 후 "정부수립을 기점으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발전과정에서 희생되거나 몸 바쳐 횃불이 되신 의인과 열사들, 그리고 이름도 빛도 없이 허공에 외치는 소리로 사라져 간 민초들의 값진 행진의 발자취를 찾아 그 사료들을 수집, 보존, 편찬, 기록, 연구하여 우리 겨레가 영원히 자랑스럽게 간직할 역사적 정신적 기념탑을 세울 것이다"고 밝혔다.

"참 감회가 깊다"

축사에 나선 이돈명 변호사는 "이제 우리가 왜 온몸을 던져서 누구를 상대로, 무엇을 위해서 싸워왔는가를 되물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만섭 국회의장을 비롯해 작년 '민주화운동기법사업회법'를 통과시키는데 앞장섰던 김옥두, 이부영, 정대철, 서상섭 의원 등 국회의원들도 자리를 함께 하며 출범식을 축하했다. 이만섭 국회의장은 참석한 국회의원들을 연단 앞으로 불러 "앞으로 이 기념사업회가 잘 나아가려면 예산확보를 위해서라도 우리 국회의원들이 박수 받아야 한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 세례를 받기도 했다.


이 의장은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이 만큼의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 실현, 남북화해를 이룰 수가 있었지만 가치관 전도 현상이라든가 모래알처럼 흩어진 국민들의 모습 등 아직도 해결해야할 많은 문제가 남아있다"면서 "동서간, 계층간, 남북간에 진정한 화합이 이루어질 때까지 기념사업회가 더욱 박차를 가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열린 기념행사에는 김정환 시인이 '숫자의 무덤에서 전망의 역사로'라는 제목의 축시를 낭독했고 민중가요 노래패 노찾사는 '광야에서', '함께가자 우리 이길을' 등의 노래를 불러 참석자 모두가 합창하기도 했다.


신동아화재빌딩 2층에 마련된 기념사업회 사무실에는 전시실이 마련되어 60년 4.19혁명을 시작으로 80년 광주항쟁과 87년 노동자대투쟁에 이르기까지의 민주화운동 현장을 찍은 생생한 흑백 사진들이 전시돼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한편, 기념사업회는 올해부터 2006년까지 5개년 10대 주요사업으로 민주화운동기념과 건립 및 민주공원 조성, 민주화운동 사료의 수집·보존·전산화 및 사료편찬, 민주주의 관련 연구총서 편찬, 민주시민교육 사업, 전시회·추모제·기념행사 기획 및 주관, 민주화운동 정신선양사업, 민주시민 교육사업 등을 실시해 민주화 운동 정신의 지속적인 구현과 미래 민주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김정환 시인의 축시
'숫자의 무덤에서 전망의 역사로'

쓰라렸다 말하자
참혹했다 말하자
가난했다 말하자

그러나 
쓰라, 그 속에서 자라나는
전망은 아름다운 것
시간은 미래를 향해 아름다운 것

60년대는 젊었다고 말하자
70년대는 암울했다고 말하자
80년대는 전쟁이었다고 말하자
90년대는 당혹이었다고 말하자
 
그러나
쓰라, 그 속에서 나이를 먹는
전망은 아름다운 것
미래는 아름다움의 나이를 먹는다

역사는 숫자의 무덤이 아니다
무덤의 역사 조차 무덤이 아니다

스스로 자유였다 말하자
스스로 평등이었다 말하자
스스로 평화였다 말하자

그러나 
쓰라, 구체는 추상의 희망
추상은 구체의 기념비
위대한 것은 역사의 피와 살이다
우리의 몸으로 우리의 몸을
극복하는 
역사의 몸

4.19와 5.16
5.18과 6.10
8.15와 6.25

숫자의 무덤에서 전망의 역사로
전쟁의 상처에서 평화의 사회구성체로

변했다고 달라졌다고 말하자
나아졌다고 살 만 하다고 말하자
그립다고 말하자 오류였다 말하자
굴하지 않았다고, 쓰러졌다고 말하자

그러나 마침내
마침표를 쓰라, 역사를 진보케하는
역사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다시 줄여 쓰라,
우리는 역사의 발걸음이다

덧붙이는 글 김정환 시인의 축시
'숫자의 무덤에서 전망의 역사로'

쓰라렸다 말하자
참혹했다 말하자
가난했다 말하자

그러나 
쓰라, 그 속에서 자라나는
전망은 아름다운 것
시간은 미래를 향해 아름다운 것

60년대는 젊었다고 말하자
70년대는 암울했다고 말하자
80년대는 전쟁이었다고 말하자
90년대는 당혹이었다고 말하자
 
그러나
쓰라, 그 속에서 나이를 먹는
전망은 아름다운 것
미래는 아름다움의 나이를 먹는다

역사는 숫자의 무덤이 아니다
무덤의 역사 조차 무덤이 아니다

스스로 자유였다 말하자
스스로 평등이었다 말하자
스스로 평화였다 말하자

그러나 
쓰라, 구체는 추상의 희망
추상은 구체의 기념비
위대한 것은 역사의 피와 살이다
우리의 몸으로 우리의 몸을
극복하는 
역사의 몸

4.19와 5.16
5.18과 6.10
8.15와 6.25

숫자의 무덤에서 전망의 역사로
전쟁의 상처에서 평화의 사회구성체로

변했다고 달라졌다고 말하자
나아졌다고 살 만 하다고 말하자
그립다고 말하자 오류였다 말하자
굴하지 않았다고, 쓰러졌다고 말하자

그러나 마침내
마침표를 쓰라, 역사를 진보케하는
역사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다시 줄여 쓰라,
우리는 역사의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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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꿈을 해몽한다" 작가 김훈은 "언어의 순결은 사실에 바탕한 진술과 의견에 바탕한 진술을 구별하고 사실을 묻는 질문과 의견을 질문을 구별하는 데 있다. 언어의 순결은 민주적 의사소통의 전제조건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젊은 날을 "말은 질펀하게 넘쳐났고 삶의 하중을 통과하지 않은 웃자란 말들이 바람처럼 이리저리 불어갔다"고 부끄럽게 회고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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